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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 메이든스 - 사람을 먹는 자들의 계보
로이드 데버로 리처즈 지음, 이동윤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6월
평점 :
가끔은 책의 내용보다 그 책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사연에 시선이 갈때가 있다. 로이드 데버로 리처즈의 장편소설 스톤 메이든스가 바로 그런 책이다. 낮에는 변호사로 일하며 퇴근 후 다락방에서 14년 동안 묵묵히 글을 써 내려간 작가의 끈기가 진심으로 다가온다. 2012년에 처음 출간되었지만 철저히 외면받았던 이 소설이 무려 11년이 지나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게 된 배경에는 딸의 애틋한 마음이 있었다.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쓴 책이 묻히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던 딸이 틱톡에 올린 17초 짧은 영상 하나가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움직인 것이다. 이 기적 같은 역주행 스토리를 알고 나니 기대감이 생겼다.
이 책의 진짜 매력은 감동적인 사연을 훨씬 뛰어넘는 압도적인 흡입력에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웰메이드 수사물 미드를 한 편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장이 사라진 채 유기된 여성들의 시신과 그 안에 남겨진 기괴한 돌 조각상이라는 설정부터가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한다. 연쇄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법의인류학자 크리스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사건 현장 한가운데 서서 증거를 수집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범인이 남긴 단서를 쫓아 시카고 박물관과 파푸아뉴기니 원시 부족의 죽음 의식까지 샅샅이 파헤치는 과정이 굉장히 치밀하고 사실적이다. 과거에 사형선고를 받은 연쇄살인범의 항소 사건을 직접 다루었던 작가의 이력이 발휘되어 범죄 묘사와 수사 과정이 매우 생생하게 다가온다.
책에 빠져드는 몰입감이 엄청나다. 크리스틴이 사건의 진실에 한 걸음 다가설수록 범인 역시 그녀의 과거와 얽힌 끔찍한 악몽을 파고들며 숨 막히게 추격해 온다. 눈앞에 숲과 어두운 지하실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듯한 묘사력은 머릿속에서 영상이 곧바로 재생되는 것 같은 시각적인 즐거움도 선사한다. CSI나 FBI물 같은 범죄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치밀한 디테일과 긴장감이 책 곳곳에 빈틈없이 포진해 있다. 과거의 아픈 트라우마를 안고 있으면서도 끝내 정의를 향해 주저 없이 나아가는 주인공의 서사가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아버지의 오랜 꿈을 응원한 딸의 따뜻한 진심으로 시작해 독자들의 열광적인 찬사로 완성된 이 소설은 그 자체로 완벽한 휴먼 드라마다. 책이 흥행하게된 뭉클한 가족애와 책 속에 날카롭게 담긴 서늘하고 잔혹한 스릴러의 완벽한 대비가 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단순히 반짝 화제성으로만 끝나는 책이 아니라 스릴러 장르 본연의 매력을 끌어올린 훌륭한 작품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읽을 강렬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을 펼쳐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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