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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엔딩 노트 - 내 삶에 가장 도움이 되는
주부의벗 지음, 야마다 시즈에 감수, 유서윤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3월
평점 :
주부의 벗이 기획한 ‘내 삶에 가장 도움이 되는 나의 엔딩 노트’는 죽음을 준비하는 우울한 책이 아니라 지금의 내 삶을 가장 선명하게 정리해 주는 실용적인 지침서다. 처음에 엔딩 노트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아직 젊은데 벌써 이런 걸 써야 하나 싶은 거부감이 살짝 들기도 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구체적인 기입란들을 보니까 이것은 언젠가 닥칠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당장 오늘 사고가 나더라도 남은 가족들이 겪을 혼란을 막아주는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철학적인 감상에 젖기보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들을 기록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목차를 보면 나의 기본 정보부터 시작해 통신과 공과금 정보 그리고 은행 계좌와 부동산 같은 자산 목록을 빼곡하게 적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가장 골치 아픈 문제인 웹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 그리고 정기 구독 서비스들을 정리하는 칸이 아주 유용하게 다가왔다. 만약 내가 갑자기 쓰러진다면 가족들이 내 핸드폰 잠금을 풀지 못해 중요한 연락을 놓치거나 매달 빠져나가는 구독료를 해지하지 못해 곤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부록으로 암호와 비밀번호만 따로 적어 보관할 수 있는 메모 노트가 있다는 점도 세심한 배려로 느껴졌다.
목차 중 4장 돌봄 의료 희망 사항 파트는 병원에서 근무했던 나의 경험과 맞물려 가장 깊게 와닿았다. 대학병원 실습에서 환자가 갑자기 의식을 잃었을 때 연명 치료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가족들끼리 의견이 갈려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평소에 환자의 뜻을 명확히 알지 못해 남은 가족들이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임종기 의료에 대한 나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남겨두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내가 어떤 병원에서 어떤 돌봄을 받고 싶은지 미리 적어두는 행위는 나 자신을 위한 권리이자 남겨진 가족들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가장 따뜻한 사랑의 표현임을 깨달았다.
단순히 정보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7장 내가 걸어온 길을 통해 나의 지난 삶을 차분히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나의 가치관이나 가족과의 추억 그리고 소중한 사람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가다 보면 잊고 살았던 내 삶의 진짜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선명해지는 기분이 든다. 죽음을 생각하며 노트를 적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남은 하루하루를 더 치열하고 다정하게 살아야겠다는 강력한 삶의 의지가 생기게 만들어준다.
이 책은 한 번에 휙 읽고 덮어버리는 책이 아니라 연필을 쥐고 오랜 시간 곁에 두고 조금씩 채워나가야 하는 나만의 자서전과 같다. 복잡한 현실의 짐들을 노트 한 권에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홀가분해진다. 삶의 불확실성이 두려운 사람이나 흩어진 내 삶의 조각들을 정리하고 싶은 모든 어른들에게 이 엔딩 노트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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