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과 의사소통하기
스테판 밀러 지음, 이미숙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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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계 물리치료 실습할때 임상에서 본 치매 환자분들을 만나왔던 나에게 이 책은 단순한 의사소통 지침서를 넘어선 어떤 태도로 접근해야 되는지 알려줬다. 그곳에서 환자의 무너진 움직임을 재건하고 기능적 독립을 되찾아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치료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정교한 치료 기술이 아니라 환자와의 소통이라는 사실을 매 순간 느꼈다.

치매 환자와 함께 운동을 유도하거나 일상 동작 훈련을 진행할 때 "팔을 들어보세요"와 같은 단순한 지시만으로는 협력을 이끌어낼 수 없다. 어제의 치료를 기억하지 못하고 간단한 지시조차 혼란스러워하는 환자 앞에서 치료 계획은 종종 무력해진다.이 책에서 강조하는 “억지로 붙잡기보다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라”는 조언은 임상에서 체득했던 경험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환자가 내 눈빛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내가 손을 잡는 방식이 얼마나 부드럽게 잡는지, 그리고 말없이 기다려주는 시간이 치료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환자의 언어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말 없는 소통이 더 중요해진다'는 구절은 지난 실습때 치료실의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환자분들이 한마디 말 대신 보여주는 작은 미소나 내 손을 꼭 잡아주는 순간에서 치료적 의미를 발견하곤 했다. 그것은 치료사와 환자의 관계를 넘어 인간 대 인간으로서 깊이 교감하는 시간이었고 그 소중했던 경험의 의미를 명확한 언어로 이 책은 정리해주었다. 우리는 환자의 미세한 근육 떨림과 몸짓에서 정보를 읽어내듯 그들의 비언어적 표현에서 감정을 읽고 마음으로 소통해야 했던 것이다.

치매 환자를 대하는 치료사, 보호자, 가족 모두에게 기술보다 ‘태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임상에서 “왜 예전 같지 않느냐”라며 절망을 토로하는 보호자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것 또한 나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가족들에게 '완벽하게 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며 돌봄의 무게를 현실적으로 덜어준다.

이 책은 현실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치매노인과 의사소통 할 수 있을지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줘서 물리치료사로서 활동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군자출판사 #치매노인과의사소통하기 #스테판밀러 #치매 #노인돌봄 #노인의학 #제품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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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충격파 - 성균관대 김장현 교수의 AI 인사이트
김장현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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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브라우저 한편에 챗GPT와 제미나이를 띄워놓고 일하는 이들에게 AI는 더 이상 신기한 기술이 아닌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필수 도구 이다. 보고서 초안 작성부터 복잡한 데이터 요약, 막혔던 코드의 실마리를 찾는 일까지, 이 똑똑한 파트너들 덕분에 이전에는 상상도 못 할 속도로 작업을 처리하곤 한다. 이처럼 AI의 편리함에 익숙해질수록 그리고 내가 하던 일을 AI가 더 빨리 더 잘해내는 것을 볼수록 마음 한구석에서는 다른 종류의 질문이 떠오른다. '이렇게 계속 의존해도 괜찮을까? 이러다가 나의 특색이 사라지진 않을까?'

이러한 고민의 한가운데서 읽게 된 'AI충격파' 는 마치 머릿속을 들여다본 듯 명쾌한 해답과 방향을 제시한다. 챗GPT로 시작된 거대한 변화가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인간의 노동, 교육, 심지어 존재의 의미까지 바꾸고 있다고 설명한다. "파도 위에 올라탈 것인가, 휩쓸릴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파도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고 외면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매일 실감하기에 이 메시지는 더욱 강하게 와닿는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같은 단편적인 팁을 넘어 AI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이 갖춰야 할 근본적인 시각과 사회의 대응 전략을 다룬다. 챗GPT와 제미나이에게 무엇을 질문해야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지 고민했지만 이 책은 '왜' 질문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물을 통해 어떤 가치를 만들지 생각하게 한다.

'AI충격파'는 AI를 그저 '편리한 비서'로만 보던 관점을 '나의 능력을 확장시켜 줄 전략적 파트너'로 바꾸어 놓는다. 이제 중요한 것은 AI가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얼마나 더 잘하느냐가 아니다. 오히려 AI에게 정확하게 일을 지시하고 그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여러 결과물을 융합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인간 고유의 기획력과 통찰력'이 핵심 가치가 될 것임을 깨닫게 한다.

이미 AI를 능숙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강력한 충격과 영감을 준다. 우리는 어쩌면 AI라는 강력한 자동차의 운전법만 익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AI충격파'는 우리에게 '어떤 목적지를 향해 갈 것인지' 지도를 보여주고, 스스로 경로를 설정하게 만드는 전략가의 시야를 선물한다. AI 시대를 그저 따라가는 사용자가 아닌 주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책이다.

#원앤원북스 #김장현교수 #ai충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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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후루룩? 라면이 후루룩!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59
안효림 지음 / 길벗어린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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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면을 정말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밥을 말아먹을 수도 있고 뿌셔먹어도 맛있는 스낵면은 초등학년3학년때부터 계속 먹어왔다. 늦은 밤 야식으로, 비 오는 날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 여행지에서 가장 간편하고 든든한 한 끼가 필요할 때, 라면은 언제나 최고의 친구이자 완벽한 소울 푸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 '라면을 후루룩? 라면이 후루룩!' 을 처음 봤을 때부터 강한 끌림을 느꼈다. 이 낯설고 엉뚱한 반전 속에 내가 사랑하는 라면이 또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지 기대되었다.

책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을 후루룩 들이켜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상상도 못 한 반전이 펼쳐진다. 내가 라면을 먹는 것이 아니라, 라면이 나를 후루룩 삼켜버리는 것이다! 늘 내가 먹는 대상이던 라면이 갑자기 나를 먹는 주체가 된다는 발상은 라면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묘한 재미와 함께 유쾌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라면과 나의 관계가 뒤바뀌는 상상만으로도 웃음과 긴장감이 동시에 찾아왔다.

단순하면서도 힘 있는 그림은 이 책의 매력을 더한다. 젓가락으로 탱글탱글한 면발을 끌어올리는 장면은 실제 라면을 눈앞에 둔 것처럼 침샘을 자극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아, 진짜 라면 끓여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책 전체를 감싸는 주황색은 얼큰한 국물의 바로 그 빛깔이어서 작가가 분명 라면을 좋아하는 분일 거라는 확신마저 들게 했다. 그리고 아마도 좋아하는 라면은 안성탕면 아니면 삼양라면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보면서 읽었다.

라면을 사랑하는 나에게 이 책은 단순한 그림책이 아니었다. 라면이 그저 음식이 아니라 무한한 상상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먹는 행위마저도 뒤집어버리는 이 유쾌한 반란 덕분에 앞으로 라면 한 그릇을 마주할 때마다 이 책의 장면들이 떠오를 것 같다.

'라면을 후루룩? 라면이 후루룩!'은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무릎을 치며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웃음을 주고, 배고픔을 자극하며, 동시에 우리의 상상력을 꼬불꼬불한 면발처럼 무한히 확장시켜 주는 아주 독특하고 맛있는 경험을 선물한다.

#라면을후루룩라면이후루룩 #길벗어린이 #안효림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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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소년 소녀 표류기 끌어올려! 경제 지능 4
고영리 지음, 김성영 그림 / 아주좋은날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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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를 읽으며 가슴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있다. 어른의 도움 없이 무인도에 떨어진 소년들이 협동과 지혜로 자신들만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나에게 깊은 감동과 무한한 상상력을 안겨주었다. '끌어올려! 경제 지능 4' 은 바로 그 추억의 책장을 다시 펼치게 하면서도 한층 새롭고 현실적인 시각을 열어 주었다.

주인공들 역시 태풍으로 무인도에 고립되어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한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먹을 것을 구하고 불을 피우는 생존 기술에만 머무르지 않고 경제 활동이라는 흥미로운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형성한다. 각자 분업을 찾아 물건을 교환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인정하는 조개껍데기를 화폐로 만들어 사용하며, 심지어 은행까지 운영하는 모습은 '15소년 표류기'의 모험에 경제 라는 멋진 옵션을 달아 준 듯했다.

'15소년 표류기'가 인간의 용기와 단합이라는 가치를 보여주었다면 이 책은 그 토대 위에서 사회가 작동하는 핵심 원리 즉 경제를 녹여냈다는 점이 돋보인다. 아이들이 스스로 화폐를 만들어 사용하는 장면에서는 돈이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구성원 사이의 신뢰와 약속으로 유지되는 사회적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넘어 화폐의 필요성이 생겨나고 돈이 너무 많아져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을 겪는 과정을 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복잡한 현대 사회의 경제 구조가 얼마나 필연적인 흐름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15소년 표류기'의 향수를 느끼면서도 '만약 그 소년들이 경제 개념을 알고 있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되었다. 결국 두 책은 같은 맥락에서 인간 사회의 본질을 보여준다. 바로 협력, 신뢰, 규칙, 그리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혜다. '끌어올려! 경제 지능 4'는 그것을 경제 라는 매우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읽는 어린이 독자에게 교육적인 부분과 재미를 동시에 잡게 해준다.

어린이 경제 교육서를 넘어 고전 모험소설의 정신을 계승하며 아이들에게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선물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그 어떤 시대보다 복잡한 경제적 이해를 요구할 것이다. 이 작은 모험 이야기는 아이들이 미래의 경제 주체로서 현명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값진 책이 되어줄 것이다.

#끌어올려경제지능4 #21세기소년소녀표류기 #아주좋은날 #어린이경제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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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 / 저기압 북도슨트 한잔 프로젝트
조명희 지음, 임리나 엮음 / 북도슨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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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 / 저기압' 을 읽으며 가장 무겁게 다가온 것은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시대의 공기였다. 단순히 끈적이는 여름밤의 불쾌함이나 습도 높은 날씨의 저기압을 묘사한 것이 아니었다. 그 이면에 도사린 일제강점기의 억압과 그 아래 옴짝달싹 못 하는 개인의 무력감이 모든 문장에 짙게 나타났다. 숨 막히는 분위기와 억눌린 감정은 당시의 현실을 아프게 은유하고 있음을 전달 받았다.

마음 놓고 꿈꿀 수도 편히 숨 쉴 수도 없는 상황은 저기압처럼 짓누르는 사회 구조와 다름없었다. 개인은 아무리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점점 피폐해지고, 그의 지성과 감수성은 오히려 고통을 가중시키는 저주가 되어버린다. 한 청년의 잘못이라 어찌 탓할 수 있겠는가. 하늘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시대 앞에서 속수무책이었을 그의 모습이 처절하게 다가와 깊은 울분을 느끼게 했다.

'한여름 밤' 의 잠 못 드는 밤은 단순한 불면의 시간이 아니라 자유를 잃은 민중 전체의 밤이었을 것이다. 끈적이는 공기와 귓가의 모기 소리는 벗어날 수 없는 식민 통치의 굴레처럼 느껴진다. 읽는 내내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적인 감정과 고통은 너무나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점이었다. 가난과 병으로 신음하는 아내를 보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주인공의 무력함은 단지 한 가장의 비극이 아니다. 그것은 나라를 빼앗기고 최소한의 존엄마저 위협 받았던 우리 민족 전체의 비극을 증언한다.

오늘의 시선에서 보면 그 시대가 얼마나 잔인하고 불합리했는지 안다. 그러나 그 안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일상의 공기였고 숨을 쉬는 것조차 무거운 고통이었음을 이 소설은 보여준다. 억압된 사회 속에서 개인의 감정조차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문학적 장치가 아니라 당시를 살았던 이들의 실제 경험이었을 것이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작품은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면서 후대 독자에게 다시는 같은 억압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북도슨트 #한여름밤/저기압 #조명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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