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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 / 저기압 ㅣ 북도슨트 한잔 프로젝트
조명희 지음, 임리나 엮음 / 북도슨트 / 2025년 7월
평점 :
'한여름 밤 / 저기압' 을 읽으며 가장 무겁게 다가온 것은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시대의 공기였다. 단순히 끈적이는 여름밤의 불쾌함이나 습도 높은 날씨의 저기압을 묘사한 것이 아니었다. 그 이면에 도사린 일제강점기의 억압과 그 아래 옴짝달싹 못 하는 개인의 무력감이 모든 문장에 짙게 나타났다. 숨 막히는 분위기와 억눌린 감정은 당시의 현실을 아프게 은유하고 있음을 전달 받았다.
마음 놓고 꿈꿀 수도 편히 숨 쉴 수도 없는 상황은 저기압처럼 짓누르는 사회 구조와 다름없었다. 개인은 아무리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점점 피폐해지고, 그의 지성과 감수성은 오히려 고통을 가중시키는 저주가 되어버린다. 한 청년의 잘못이라 어찌 탓할 수 있겠는가. 하늘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시대 앞에서 속수무책이었을 그의 모습이 처절하게 다가와 깊은 울분을 느끼게 했다.
'한여름 밤' 의 잠 못 드는 밤은 단순한 불면의 시간이 아니라 자유를 잃은 민중 전체의 밤이었을 것이다. 끈적이는 공기와 귓가의 모기 소리는 벗어날 수 없는 식민 통치의 굴레처럼 느껴진다. 읽는 내내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적인 감정과 고통은 너무나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점이었다. 가난과 병으로 신음하는 아내를 보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주인공의 무력함은 단지 한 가장의 비극이 아니다. 그것은 나라를 빼앗기고 최소한의 존엄마저 위협 받았던 우리 민족 전체의 비극을 증언한다.
오늘의 시선에서 보면 그 시대가 얼마나 잔인하고 불합리했는지 안다. 그러나 그 안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일상의 공기였고 숨을 쉬는 것조차 무거운 고통이었음을 이 소설은 보여준다. 억압된 사회 속에서 개인의 감정조차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문학적 장치가 아니라 당시를 살았던 이들의 실제 경험이었을 것이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작품은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면서 후대 독자에게 다시는 같은 억압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북도슨트 #한여름밤/저기압 #조명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