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후루룩? 라면이 후루룩!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59
안효림 지음 / 길벗어린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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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면을 정말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밥을 말아먹을 수도 있고 뿌셔먹어도 맛있는 스낵면은 초등학년3학년때부터 계속 먹어왔다. 늦은 밤 야식으로, 비 오는 날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 여행지에서 가장 간편하고 든든한 한 끼가 필요할 때, 라면은 언제나 최고의 친구이자 완벽한 소울 푸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 '라면을 후루룩? 라면이 후루룩!' 을 처음 봤을 때부터 강한 끌림을 느꼈다. 이 낯설고 엉뚱한 반전 속에 내가 사랑하는 라면이 또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지 기대되었다.

책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을 후루룩 들이켜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상상도 못 한 반전이 펼쳐진다. 내가 라면을 먹는 것이 아니라, 라면이 나를 후루룩 삼켜버리는 것이다! 늘 내가 먹는 대상이던 라면이 갑자기 나를 먹는 주체가 된다는 발상은 라면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묘한 재미와 함께 유쾌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라면과 나의 관계가 뒤바뀌는 상상만으로도 웃음과 긴장감이 동시에 찾아왔다.

단순하면서도 힘 있는 그림은 이 책의 매력을 더한다. 젓가락으로 탱글탱글한 면발을 끌어올리는 장면은 실제 라면을 눈앞에 둔 것처럼 침샘을 자극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아, 진짜 라면 끓여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책 전체를 감싸는 주황색은 얼큰한 국물의 바로 그 빛깔이어서 작가가 분명 라면을 좋아하는 분일 거라는 확신마저 들게 했다. 그리고 아마도 좋아하는 라면은 안성탕면 아니면 삼양라면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보면서 읽었다.

라면을 사랑하는 나에게 이 책은 단순한 그림책이 아니었다. 라면이 그저 음식이 아니라 무한한 상상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먹는 행위마저도 뒤집어버리는 이 유쾌한 반란 덕분에 앞으로 라면 한 그릇을 마주할 때마다 이 책의 장면들이 떠오를 것 같다.

'라면을 후루룩? 라면이 후루룩!'은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무릎을 치며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웃음을 주고, 배고픔을 자극하며, 동시에 우리의 상상력을 꼬불꼬불한 면발처럼 무한히 확장시켜 주는 아주 독특하고 맛있는 경험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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