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획은 2형식이다 - 세상에서 가장 쉬운 기획책
남충식 지음 / 휴먼큐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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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s are nothing. Planning is everything.” (계획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기획하는 과정이 전부다.)

10주년 스페셜 에디션으로 돌아온 남충식 작가의 '다시, 기획은 2형식이다'는 이 한 문장으로 기획이라는 단어가 주는 막막함을 지우고 가장 단단한 본질로 우리를 안내한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 책이 제시하는 원칙이 단순한 유행이 아닌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임을 증명한다.

이 책은 군더더기를 모두 걷어낸 단순함’이 장점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2형식 구조, 즉 ‘P(Problem) → S(Solution)’라는 틀은 모든 기획의 시작과 끝이다. 수많은 기획 방법론이 명멸하는 가운데 이 책의 메시지가 10년 동안 생명력을 잃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 본질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10주년 에디션은 그 본질의 가치가 시간의 검증을 거쳤음을 보여주는 증거와도 같다. 화려한 템플릿이나 복잡한 양식에 얽매여 길을 잃었던 기획자들에게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본질을 깨우쳐 주게 해준다.

이 책을 보면서 지난 기획들을 반성하게 만드는 거울과 같았다. 나 역시 일을 하다 보면 자료를 쌓아두는 데만 치중하고 정작 그 속에서 핵심을 뽑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기획을 단순한 보고서 작성이 아니라 본질을 명확히 드러내는 사고 훈련으로 바라보게 해주었다.

단순한 2형식 구조 제시에 그치지 않고 그 구조를 채울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어떻게 발상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도 부각된다. 그중에서도 ‘창의적인 기획자들의 세 가지 연상 사고 훈련법’을 소개한 부분은 가장 인상 깊었다. 이는 2형식이라는 단단한 뼈대 위에 어떻게 창의적인 살을 붙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용적인 가이드였다. 기획이 단지 논리적인 분석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연상과 연결을 통해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 이 부분은 당장 실천해보고 싶은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다시, 기획은 2형식이다'는 기획이라는 행위를 특별한 전문가의 영역에서 모두의 생각 도구로 끌어내려 준다. 뒷표지의 문구 “이 책을 읽고 당신은 기획을 하게 됩니다”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10년의 세월이 증명한 통찰은 앞으로의 10년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다시기획은2형식이다 #남충식작가 #휴먼큐브출판사 #서평단 @humancube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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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책
로스 게이 지음, 김목인 옮김 / 필로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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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종종 거대한 말들이 아닌 작가의 가장 사적인 시선을 통해 삶의 진실을 발견하는 기쁨 때문이다. 로스 게이의 '기쁨의 책'은 바로 그 에세이의 본질적인 매력을 응축해 놓은 듯한 작품이다. 기쁨이라는 감정을 분석하거나 정의 내리지 않는다. 그보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고 지나가는 살아 있음의 증거를 세심하게 알아내는 작업처럼 느껴지며 단순한 쾌락이나 소비적인 즐거움과는 결이 다른 작고 단단한 기쁨의 순간들을 독자에게 공감시킨다.

맹목적인 긍정주의나 현실 도피적인 위로를 경계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저자는 기쁨을 말하면서도 그 이면에 있는 슬픔과 상실, 인종차별의 현실과 같은 삶의 무게를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모든 고통과 불안을 끌어안은 채로 기쁨을 발견해내는 행위의 위대함을 이야기한다. 바로 이 지점이야말로 이 책을 단순한 힐링 에세이를 넘어서는 부분이다. 인생의 무게 속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것은 현실 회피가 아니라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끌어안는 가장 용기 있는 행위임을 증명한다.

나의 무뎌진 감각을 다시 예리하게 만드는 동시에 내 안의 기억들을 소환하는 시간이었다. 작가가 건네주는 사소한 순간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작은 기쁨들을 떠올리게 된다.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믹스커피의 향, 출근길에 우연히 들은 좋은 음악,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온 안부 메시지 같은 것들 말이다. 독자는 더 이상 수동적인 관객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 속 기쁨들을 소환하며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 책이 세상을 바꾸는 대신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바꾸게 함으로써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기쁨의 책'은 읽는 내내 삶의 태도가 무엇인지 묻는 책이다. 일상의 고단함 속에서 내가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순간을 붙잡으며 살아갈 것인지를 되묻게 한다. 에세이를 사랑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다. 단순히 행복해지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나 자신과 세상에 더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

#기쁨의책 #로스게이 #필로우출판사 #서평단 @pillowbooks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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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디스크 완치를 통해서 보는 통증치료의 혁명
문형철.추홍민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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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치료사로서 혁명, 완치 같은 단어에는 본능적으로 신중해진다. 수많은 환자들의 만성적인 통증을 접하다 보면 때로는 명쾌한 해결책보다 복잡한 현실의 벽을 더 자주 마주하기 때문이다. 문형철, 추홍민 저자의 '허리디스크 완치를 통해서 보는 통증치료의 혁명'은 제목부터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책장을 넘길수록 이것이 통증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관점의 전환을 보여주는 깊이 있는 제목임을 깨닫게 되었다.

통증을 MRI 사진 속 '튀어나온 디스크’라는 구조적 문제에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현대 통증 과학의 흐름과 정확히 방향를 같이하며 왜 영상 소견과 환자의 증상이 불일치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단순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해부학 및 생리학적 기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임상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치료의 논리적 기반을 단단히 하고 환자에게 통증의 원리를 설명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실제로 환자를 접할때 치료에 대한 이해를 시켜야 그 환자가 신뢰를 갖고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이 책은 그 이유를 우리 몸의 놀라운 자연 치유 능력과 통증을 인지하는 뇌의 역할에서 찾음으로써 환자에게 공포를 줄여주는 증거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서평하게 되어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임상책들을 제대로 읽을 기회가 요즘은 뜸했었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서 잊고 있었던 부분을 떠올리고 치료에 적용도 해볼 수 있었다. 치료 철학뿐만 아니라 임상에서의 ‘손기술’과 ‘운동 처방’까지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책에서 제시하는 근막이완 기법과 단계별 운동 프로그램은 근무하는 병원에서 시행하는 인대강화주사(프롤로테라피) 치료와 훌륭한 시너지를 내며 환자들의 기능 회복을 극대화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의학적 치료와 기능적 재활이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훌륭한 임상 가이드가 되어준 셈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책의 제목이 포괄적인 ‘통증치료의 혁명’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의 대부분이 요추(허리)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허리디스크 완치를 통해 전체적인 통증 치료의 원리를 설명하는 방식은 매우 효과적이었으나 임상에서는 목이나 등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매우 많다. 다른 척추 분절에 대한 내용이 마지막 ‘CMP 척추정렬’ 부분에서만 간략히 강조되는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책에서 보여준 깊이 있는 통찰과 구체적인 방법론이 경추(목)에 집중된 후속편으로도 출간된다면 나와 같은 임상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되었다.

결국 '통증치료의 혁명'은 허리디스크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책인 동시에 통증을 다루는 모든 임상가에게 깊은 성찰을 안겨주는 필독서다. 책장을 덮고 나니 내일 치료실에서 만날 환자들에게 어떤 설명과 어떤 움직임으로 정보를 전해야 할지가 더욱 선명해졌다. 이 책이 우리의 생각과 말, 그리고 손까지 한 차원 높은 치료 도구로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하며 추천한다.

#군자출판사 #허리디스크 #허리통증 #허리디스크치료 #제품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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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의 대화 : 인생에 관하여 (라티움어 원전 완역판)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김남우 외 옮김 / 까치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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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전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던졌던 삶에 대한 고민은 놀랍게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불안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의 '인생에 관하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인류의 영원한 질문에 스토아 철학의 정수가 담긴 명쾌하고도 실용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특히 이 책은 서울대 정암학당 연구원들이 라틴어 원전을 충실히 완역한 결과물로 단순한 고전을 넘어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삶의 중심을 잡도록 돕는 강력한 마음의 닻과 같다.


세네카의 조언이 추상적인 관념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고통이나 불행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조건으로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꿈으로써 인간은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가진 시간이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뿐이다”라는 그의 일갈은 무의미한 일에 매달려 현재를 소홀히 하는 우리에게 던지는 따끔한 충고와 같다.


이 대화를 통해서 OECD 최고 수준인 한국의 청년 자살률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마주한 끝없는 경쟁, 타인과의 비교, 그리고 외부의 시선에 의해 좌우되는 삶의 무게는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세네카의 철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날카로운 통찰을 던진다. 그는 부, 명예, 사회적 평판처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인 것들에 행복의 기준을 두는 것이야말로 모든 불행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타인이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소진하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을 때 느끼는 극심한 좌절감. 이것이 바로 세네카가 경고했던 ‘영혼의 예속 상태’이며,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비극의 핵심일지 모른다.


나의 일상을 돌아보는 귀한 성찰의 시간을 만들어줬다. 때때로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흔들리곤 했는데 세네카의 글은 그것을 다르게 바라볼 힘을 주었다. 그는 외부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운 ‘내면의 요새’를 쌓으라고 조언한다. 오직 자신의 이성에 근거하여 판단하고 행동할 때 우리는 외부의 어떤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단한 평정심은 외부 조건이 아니라 내 안에서 길러야 하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결국 '인생에 관하여'는 고대 철학의 고전이지만 동시에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직접 말을 걸어오는 동시대의 책이다.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절박하게 필요한 삶의 기술을 담고 있으며 특히 보이지 않는 압박 속에서 고통 받는 젊은 세대에게 흔들리지 않는 삶의 지표가 되어줄 것이다.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세네카의대화 #세네카의대화인생에관하여 #까치글방출판사 @bookclub.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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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커처 창비청소년문학 140
단요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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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리커처란 대상의 특징을 과장하여 본질을 드러내지만 완전한 모습은 아닌 그림이다. 그 불완전하고 파편적인 조각들이 얽히고 부딪히며 하나의 삶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우리 사회 경계에 선 청소년들의 시선으로 세밀하게 그려낸다. 이 소설은 단순한 성장 서사를 넘어 다문화, 계급, 차별이라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민낯을 예리하게 드러내며 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묻는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은 이방인의 시선을 통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는 점이다. 스리랑카 출신 어머니를 둔 주현과 유학 후 한국 사회에 정착하려는 이승윤. 이들은 한국 사회에 속해 있지만 온전한 내부자는 아닌 경계인들이다. 작가는 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을 통해 우리가 외면했던 차별과 배타성의 문제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가면을 쓰고 나는 무엇이 될까’라는 소설 속 질문은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사회 속에서 어떤 정체성을 선택하고 강요받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 속 주현과 승윤의 서사에 깊이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방인인 엄마의 삶을 지켜보며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되묻는 주현, 한국 사회의 차가운 현실을 경험하는 승윤의 모습은 동시대 청년들의 자화상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들이 마주하는 벽은 낯설지 않았고 그들의 고통은 지금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반겨줄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까?”라는 문장은 소속되기를 갈망하지만 수많은 조건 속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내면 속 불안을 건드리는 질문이었다.

    개인의 서사와 사회적 맥락이 긴밀하게 맞물리며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는 소설이다. 읽는 내내 불편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는 이 이야기가 소설 속 허구가 아니라 오늘의 현실과 너무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을까’, ‘내 주변의 누군가는 어떤 상처와 차별 속에서 버티고 있을까’라는 사회의 구조적 질문이 마음에 남는다.

    이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서평합니다.

    #캐리커처 #단요장편소설 #단요 #창비 @changbi_in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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