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커처 창비청소년문학 140
단요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캐리커처란 대상의 특징을 과장하여 본질을 드러내지만 완전한 모습은 아닌 그림이다. 그 불완전하고 파편적인 조각들이 얽히고 부딪히며 하나의 삶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우리 사회 경계에 선 청소년들의 시선으로 세밀하게 그려낸다. 이 소설은 단순한 성장 서사를 넘어 다문화, 계급, 차별이라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민낯을 예리하게 드러내며 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묻는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은 이방인의 시선을 통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는 점이다. 스리랑카 출신 어머니를 둔 주현과 유학 후 한국 사회에 정착하려는 이승윤. 이들은 한국 사회에 속해 있지만 온전한 내부자는 아닌 경계인들이다. 작가는 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을 통해 우리가 외면했던 차별과 배타성의 문제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가면을 쓰고 나는 무엇이 될까’라는 소설 속 질문은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사회 속에서 어떤 정체성을 선택하고 강요받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 속 주현과 승윤의 서사에 깊이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방인인 엄마의 삶을 지켜보며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되묻는 주현, 한국 사회의 차가운 현실을 경험하는 승윤의 모습은 동시대 청년들의 자화상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들이 마주하는 벽은 낯설지 않았고 그들의 고통은 지금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반겨줄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까?”라는 문장은 소속되기를 갈망하지만 수많은 조건 속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내면 속 불안을 건드리는 질문이었다.

    개인의 서사와 사회적 맥락이 긴밀하게 맞물리며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는 소설이다. 읽는 내내 불편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는 이 이야기가 소설 속 허구가 아니라 오늘의 현실과 너무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을까’, ‘내 주변의 누군가는 어떤 상처와 차별 속에서 버티고 있을까’라는 사회의 구조적 질문이 마음에 남는다.

    이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서평합니다.

    #캐리커처 #단요장편소설 #단요 #창비 @changbi_insta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