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적응지능
방성애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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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애 저자의 '내 아이의 적응지능'은 제목만 보면 자녀 양육을 위한 책처럼 보이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내 그 대상이 아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적응이라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짚어내고 그 핵심을 ‘적응지능(AQ)’이라는 개념으로 명쾌하게 풀어낸다. 저자가 제시하는 자기수용력, 이너리더십, 사회지능, 회복기제 등의 역량은 단순히 교육학의 영역을 넘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생존력이자 삶의 내공에 가깝다.

자녀가 없는 독자로서 나는 자연스럽게 책이 던지는 질문의 화살을 나 자신에게로 돌리게 되었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의 사회지능은 얼마나 발휘되고 있는지 새로운 상황에 마주쳤을 때 나는 회복기제를 잘 작동시키는지 그리고 두려움보다 도전을 선택하는 통합적 사고를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를 점검해보게 된 것이다. 결국 ‘적응지능’은 아이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미숙하고 불안한 우리 안의 내면 아이를 돌보고 성장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보편적인 성장의 원리였다.

책 속에서 가장 와닿았던 점은 적응지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흔히 우리는 성격이나 성향을 불변의 것으로 여기지만 저자는 반복적인 경험과 학습을 통해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회복탄력성이 낮은 아이의 모습에서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어했던 과거의 모습이 겹쳐 보였고, 자기수용력이 부족한 아이의 이야기에서는 타인의 인정에 목말라하며 자신을 다그쳤던 현재의 모습이 보였다. 이 책은 그 모든 미숙함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결국 '내 아이의 적응지능'은 ‘부모를 위한 양육서’이자 동시에 ‘성인을 위한 자기 성찰서’라는 느낌이 든다. 변화가 빠른 시대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싶은 사람, 더 나아가 새로운 환경에 자신 있게 적응하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의미 있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내아이의적응지능 #방성애 #다산북스 #서평단 #도서제공 @dasa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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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로 출근한다 - 다누리에 폴캠을 실어 보낸 달 과학자의 거침없는 도전기
정민섭 지음 / 플루토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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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위어의 소설 '마션'을 읽으며 화성에 고립된 마크 와트니의 생존기를 손에 땀을 쥐고 응원했던 독자라면 정민섭 작가의 '나는 달로 출근한다.'에서 그와 닮은 유쾌하고도 치열한 과학자의 분투를 발견하게 된다. ‘달 탐사선 하나 없는 나라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를 쏘아 올리기까지 과학자가 겪어낸 꿈과 역경 그리고 환희의 순간을 담은 생생한 논픽션이다.

'마션' 속 주인공이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끝없는 실험과 도전을 이어갔다면 이 책의 저자는 현실 세계에서 ‘없으면 만들고,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지독한 과학자의 생활 철학으로 맨땅에서 달 탐사의 길을 열었다. 연구 환경이 열악하고 시행착오가 수없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결국 달에 닿겠다는 뚝심과 집념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과학을 넘어 삶의 태도 자체로 큰 감동을 준다. 달 탐사선 하나 없는 나라에서 출발해 결국 달에 위성을 보내기 까지의 과정은 소설보다 더 극적이고 감동적이다.

복잡한 과학 원리를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위트 있게 설명하는 저자의 글솜씨는 나같은 천문학 문외한에게도 친절했다. 다누리에 실린 ‘플랭크 상수’ 이야기나 달의 생성 과정에 대한 설명들은 우주를 향한 순수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밤하늘의 달을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나는 달로 출근한다'는 단순히 한 과학자의 성공 스토리를 넘어 꿈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에서 겪는 실패와 좌절,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땅에서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과학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뭉클하게 다가온다. 언젠가 다시 밤하늘의 달을 올려다볼 때 그 안에 한국 과학자들의 땀과 열정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떠오를 것 이다.

#나는달로출근한다 #정민섭과학자 #플루토출판사 #서평단 #도서제공 @plutobook16_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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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투자자
다니엘 라스무센 지음, 최용석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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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에서 10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지 않다. 그 시간 동안 강세장과 약세장, 수많은 테마의 흥망성쇠를 겪으며 살아남은 투자자에게 남는 것은 화려한 기법이 아니라 시장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를 깨닫는 겸손함이다. 다니엘 라스무센의 '겸손한 투자자'는 내가 그 10년의 비싼 수업료를 내고 얻은 교훈들을 한 권의 책으로 응축해 놓은 듯한 깊은 공감과 통찰을 안겨주는 책이다.

단순한 투자 지침서라기보다 투자를 바라보는 사고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주는 책이다. 10년 넘게 시장에 머물다 보면 비법을 설파하는 책들이 얼마나 공허한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특정 종목이나 매매 타이밍을 알려주는 대신 투자의 가장 근원적인 사고방식을 바꾸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시장을 예측하려는 모든 시도가 결국 오만이며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음을 냉철한 데이터와 분석을 통해 증명한다. 이는 지난 10년간 뉴스를 쫓고 미래를 예단하며 저질렀던 수많은 실수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아픈 과정이었다.

투자는 결국 시장과의 싸움이 아니라 끊임없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려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시장이 영원히 상승할 것처럼 느껴졌던 시기의 탐욕, 폭락장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공포 그리고 몇 번의 성공으로 내가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믿었던 치명적인 오만까지 그 인간 행동의 심리적 편향이야말로 가장 큰 리스크임을 명확히 짚어준다.

지금까지는 ‘언제 오를까, 무엇을 사야 할까’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내가 세운 원칙을 지킬 수 있을까’를 먼저 묻게 된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으로 가득한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분산투자와 같은 기본을 지키며 겸손하게 원칙을 따르는 꾸준함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겸손한 투자자'는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한 초심자보다는 시장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경험하며 자신만의 철학을 정립하고자 하는 진지한 투자자에게 더 큰 울림을 줄 책이다. 겸손함 이야말로 변덕스러운 시장 앞에서 나의 자산을 지켜줄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서평은 서평가 지스(@jisikinn.book) 의 '지식인 독서단'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다니엘라스무센 #겸손한투자자 #서평단 #국일증권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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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수학 공부 : 기하 -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필수 수학 개념 그림으로 과학하기
샘 하트번 지음, 고호관 옮김 / 윌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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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나에게 수학은 넘을 수 없는 벽이자 일찌감치 포기를 선언한 낯선 언어였다. 공식은 외워도 의미를 몰랐고 증명은 따라갈 수 없는 외계어 같았다. '태어난 김에 수학 공부: 기하'는 바로 나처럼 수학에 깊은 상처를 입고 등을 돌려버린 ‘어른 수포자’를 위한 책이다. 어려운 수학 개념을 감각적인 이미지와 친절한 설명으로 풀어내며 수학과 화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준다.

복잡한 수식과 증명을 잠시 내려놓고 ‘왜?’라는 질문에 먼저 답한다는 것이다. 점, 선, 면에서 시작된 고대의 기하학이 어떻게 시공간을 다루는 현대 물리학의 언어가 되었는지를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처럼 엮어낸다. 학창 시절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이 지긋지긋한 도형 공부가 세상의 질서를 설명하는 우아한 언어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 수학은 더 이상 괴롭힘의 대상이 아니라 신비로운 탐구의 세계로 다가온다.

수학에 대해서 알아갈수록 오랜 시간 묵혀뒀던 마음의 응어리가 풀어지는 듯한 치유의 과정이었다. 특히 모든 것을 그림으로 시각화하여 보여주는 방식은 추상적인 개념 때문에 좌절했던 나에게 빛과 같았다. 수식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개념들이 그림을 통해 직관적으로 머릿속에 들어왔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예전 학창시절에 선생님이 설명했던 게 바로 이 그림이었구나 하는 뒤늦은 깨달음이 찾아왔고 수학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온전히 내 탓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위로를 받았다.

이 책은 수학을 잘하고 싶은 사람보다 수학과 다시 한번 잘 지내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학생에게는 흥미로운 보충 교재가 나 같은 어른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여는 인문학적 독서가 될 수 있다. "두고두고 펼쳐 보는 매력이 있는 책"이라는 추천사처럼 소장 가치가 충분하며 책장에 꽂아두고 궁금한 개념이 생길 때마다 다시 찾아보는 나만의 수학 과외 선생님이 되어줄 것이다. 태어난 김에 이번에야말로 수학과 제대로 친구가 되어보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다.

#태어난김에수학공부기하 #태어난김에수학공부 #샘하트번 #윌북 #서평단 #도서제공 @willbooks_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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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게 이상하다고? - 내가 몰랐던 나를 이해하는 방법 휴먼테라피 Human Therapy 104
오카다 다카시 지음, 이담북스 편집부 옮김 / 이담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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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게 이상하다고?” 이 질문은 혹시 나만 유별난 것은 아닐까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법한 말이다. 정신과 의사인 오카다 다카시는 이상함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진단명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섬세한 마음의 결을 ‘그레이존(Gray Zone)’ 이라는 개념이라는 말로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그레이존이란, 명확히 발달장애로 진단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정상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회색 지대를 뜻한다.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 잣대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끌어안는 법을 알려주는 따뜻하고도 명쾌한 심리 안내서다.

‘이상하다’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 낙인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임상 사례와 심리학적 통찰을 통해 우리가 흔히 ‘성격이 특이하다’,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단정했던 행동들이 실은 뇌 기능의 미세한 차이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단순히 의지나 노력 부족으로 치부하던 사회적 통념에 경고를 한다.

나의 임상에서 환자의 멘탈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더해주었다. 치료실에서는 종종 검사 결과로는 설명되지 않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거나 일반적인 치료 프로토콜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을 만난다. 이들을 단순히 ‘까다롭다’거나 ‘심리적 요인이 크다’고 치부하기 쉬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어쩌면 그들 역시 ‘그레이존’에 속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감각 처리에 민감한 특성을 가진 환자는 다른 사람보다 통증을 더 강하게 느끼거나 특정 치료적 접촉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처럼 환자의 반응을 그들의 고유한 신경학적 특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었다. 이는 환자를 더 깊이 이해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통찰은 좀 더 깊이있는 관찰이나 치료적인 면에서 섬세함을 더해준다. 나 역시 스스로의 어떤 면들을 ‘이상하다’고 여기며 자책했지만 ‘그레이존’의 관점에서는 그것이 나의 고유한 특성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떤 면에서는 각자의 그레이존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내가 그렇게 이상하다고?'는 단순히 그레이존에 놓인 이들을 이해하자는 차원을 넘어 잘 사는 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자기 안의 서툼과 결핍을 미워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삶이 단단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는 모두에게 희망을 준다. 자신이나 타인의 서툼을 조금 더 따뜻하고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어졌다.

#내가그렇게이상하다고 #그레이존 #오카다다카시 #이담북스 #서평단 #도서제공 @ksi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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