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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게 이상하다고? - 내가 몰랐던 나를 이해하는 방법 ㅣ 휴먼테라피 Human Therapy 104
오카다 다카시 지음, 이담북스 편집부 옮김 / 이담북스 / 2025년 8월
평점 :
“내가 그렇게 이상하다고?” 이 질문은 혹시 나만 유별난 것은 아닐까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법한 말이다. 정신과 의사인 오카다 다카시는 이상함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진단명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섬세한 마음의 결을 ‘그레이존(Gray Zone)’ 이라는 개념이라는 말로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그레이존이란, 명확히 발달장애로 진단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정상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회색 지대를 뜻한다.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 잣대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끌어안는 법을 알려주는 따뜻하고도 명쾌한 심리 안내서다.
‘이상하다’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 낙인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임상 사례와 심리학적 통찰을 통해 우리가 흔히 ‘성격이 특이하다’,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단정했던 행동들이 실은 뇌 기능의 미세한 차이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단순히 의지나 노력 부족으로 치부하던 사회적 통념에 경고를 한다.
나의 임상에서 환자의 멘탈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더해주었다. 치료실에서는 종종 검사 결과로는 설명되지 않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거나 일반적인 치료 프로토콜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을 만난다. 이들을 단순히 ‘까다롭다’거나 ‘심리적 요인이 크다’고 치부하기 쉬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어쩌면 그들 역시 ‘그레이존’에 속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감각 처리에 민감한 특성을 가진 환자는 다른 사람보다 통증을 더 강하게 느끼거나 특정 치료적 접촉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처럼 환자의 반응을 그들의 고유한 신경학적 특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었다. 이는 환자를 더 깊이 이해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통찰은 좀 더 깊이있는 관찰이나 치료적인 면에서 섬세함을 더해준다. 나 역시 스스로의 어떤 면들을 ‘이상하다’고 여기며 자책했지만 ‘그레이존’의 관점에서는 그것이 나의 고유한 특성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떤 면에서는 각자의 그레이존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내가 그렇게 이상하다고?'는 단순히 그레이존에 놓인 이들을 이해하자는 차원을 넘어 잘 사는 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자기 안의 서툼과 결핍을 미워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삶이 단단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는 모두에게 희망을 준다. 자신이나 타인의 서툼을 조금 더 따뜻하고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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