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 바그너 지음, 박규호 옮김 / 민음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아무튼 대부분은 그렇다. 거의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차에 치일 뻔하거나, 파도가 이는 바다나 강에서 익사할 뻔하거나, 타고 있던 비행기가 추락할 뻔하거나, 다른 비행기와 충돌할 뻔한다. 평화로운 시기에도 돌이켜 보면 삶이란 단지 살아남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 주변 모든 이들이 여태 살아 있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다. 그들 모두가 하마터면 이미 죽었을 테니까 말이다. 거의 누구에게나 그런 사연 하나쯤 있고, 많은 이들은 실제로 자신이 지금 여기까지 살아남은 걸 커다란 행운으로 여긴다. 단 한 번만 도로 위에서 좌우를 살피지 않거나, 유리창을 닦을 때 주의하지 않거나, 차를 운전하며 잠시 눈을 감거나 해도 그걸로 끝일 수 있다. 가로수나 교각은 도처에 있으니까.(p.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 표현된 불행 - 황현산 비평집
황현산 지음 / 문예중앙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시는 현실에 내재하는 현실 아닌 것의 알레고리다. 그 점에서 시는 진보주의자다. 제가 옳다고 믿는 것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 외에 다른 어떤 말로 진보주의를 정의할 것인가. 사물을, 말을, 사람을 시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옳은 것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높이로 정신을 들어 올린다는 뜻이다. 시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시의 윤리다.(p.8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 지금+여기 3
오찬호 지음 / 개마고원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록 평범한 목표를 가지고 살더라도 인간다움이 지켜지는 그런 사회를 우리는 꿈꾼다. ‘닥치고 성공!’이라는 논리에 근거하여 세상만사를 판단하는 오류만이라도 줄이려 노력한다면, 굳이 ‘탈출’을 권할 필요도 없는 건강한 사회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겠는가. 그렇게 ‘힐링’이라는 단어가 굳이 필요 없는 세상이 등장할 때, ‘아픈 청춘’의 수는 서서히 줄어들 것이다. 그러니 이십대를 향한 어쭙잖은 ‘감성팔이 위로’의 말은 당장 거둬들여야 한다. 진심으로 이십대를 사랑한다면 말이다.(p.2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 개정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선집 2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그래도 사랑의 감정은 아홉 살 때나 스무 살 때나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감정은 대답이 불가능한 하나의 의문을 제기한다. ‘왜 특정한 한 사람이 내게 그런 환상적인 중요성을 지니는 것일까?’ 팀은 자신이 그 소녀에게 빈집에서(그의 또래는 그 집을 그렇게 불렀다) 만나자고 말하는 환상에 젖었던 기억이 났다. 그곳에서 실제로 그녀를 만났던가? 물론 아니었다. 여덟 살이나 아홉 살밖에 안 되는 어린 딸이 저녁을 먹고 나서 집에서 1마일쯤은 떨어진 검은 집에서(혹은 빈집에서) 남자 아이와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면 그녀의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팀은 다시 혼자 미소 지었다. 그는 그녀가 진짜로 왔고 열정적인 포옹과 키스를 했던 것처럼(그 나이에는 그 정도에 그쳤으리라.)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알 것 같았다. 그래, 그런 얘기를 꾸며내어 다른 사람들에게 떠벌리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실로 믿게 되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다.(pp.313-314, ‘검은 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문학의 거짓말 -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
정문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자기성찰과 자기애의 거리는 자칫 동전의 양면만큼이나 가까울 수 있다.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스스로 낮은 곳에 자신을 두기도 하지만 바깥 세계와의 교섭을 차단할 경우 자칫 자기중심적 태도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외면하지 않을 때만이 진정성의 확보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세계 안에 머물러 있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자아라면 진정한 자기반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pp.120-1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