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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ㅣ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책 뒤표지의 ‘그 일’이 궁금해서 집어 들었다가 결국 끝까지 읽게 됐다. 작가에 대해선 딱히 호감이나 큰 기대가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순전히 이야기의 흐름에 끌려서 읽은 셈이다. 나 자신, 가족, 어린 시절의 기억, 지금의 세상에 대해서까지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었다. 거칠게 요약하면 청소년 하키 선수단만이 유일한 재부흥의 희망인 쇠락한 마을에서 한 청소년이 또다른 청소년에게 범죄를 저지른 이후 사건 당사자를 포함한 사람들이 보이는 대처와 극적인 변화를 성실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책을 덮고 나면 수많은 ‘무언가’에 대해 말하고 싶어진다. 내게는 ‘범죄 피해자는 꼭 수동적인 피해자로서만 존재해야 하는가’와, ‘피해자, 아니 생존자에게 그가 당한 피해만을 강조하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낸 당신의 용기를 칭찬하며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응원해주면 안되는가’라는 서로 연결된 두 가지 (스스로는 답을 정해놓았고 이 소설을 통해 다시금 답을 확인한) 고민이 가장 또렷이 남았다. 해석은 작품이 아니라 관객의 몫이라는 말을 얼마 전에 다른 책에서 읽었는데, 내겐 여러 이유로 저 오랜 의문과 답이 다시금 떠오른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겐 어떤 질문과 고민과 답들이 다가왔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어떤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군가와 감상을 나누고 싶어지는 기분과 비슷했달까. 그리고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던 문장. ‘When there is nothing, read that I love you.’ 드니 디드로의 말이라고 했던가, 정확치는 않지만 아무튼 어떤 철학자 인터뷰집에 인용된 걸 발견하고 나서 좋아하게 된 말인데 나는 저 표현을 ‘세상 모두가 당신을 외면해도 나만은 응원할 거예요. 그걸 잊지 마요. 당신이 소중한 내가 있다는 걸’ 정도로 상당히 의역해서 받아들이고 있다. 책 속의 누군가를 포함해 세상의 생존자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물론 사랑과 지지와 응원의 방식은 나의 비겁함이나 의협심으로 인해 모자라거나 과할 수 있기에, 섬세해야 한다는 것도 <베어타운>이 알려줬다. 배크만 선생님에게 깊은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