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 개정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선집 2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그래도 사랑의 감정은 아홉 살 때나 스무 살 때나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감정은 대답이 불가능한 하나의 의문을 제기한다. ‘왜 특정한 한 사람이 내게 그런 환상적인 중요성을 지니는 것일까?’ 팀은 자신이 그 소녀에게 빈집에서(그의 또래는 그 집을 그렇게 불렀다) 만나자고 말하는 환상에 젖었던 기억이 났다. 그곳에서 실제로 그녀를 만났던가? 물론 아니었다. 여덟 살이나 아홉 살밖에 안 되는 어린 딸이 저녁을 먹고 나서 집에서 1마일쯤은 떨어진 검은 집에서(혹은 빈집에서) 남자 아이와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면 그녀의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팀은 다시 혼자 미소 지었다. 그는 그녀가 진짜로 왔고 열정적인 포옹과 키스를 했던 것처럼(그 나이에는 그 정도에 그쳤으리라.)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알 것 같았다. 그래, 그런 얘기를 꾸며내어 다른 사람들에게 떠벌리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실로 믿게 되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다.(pp.313-314, ‘검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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