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애니메이션 몰아보기 기간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책은 기대보다 못한 느낌이었다.

레프트 오버는 성경 속의 휴거, 그와 비슷하게 갑자기 사람들이 증발해버린 후의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종교적 개념 전무에 빛나는 내 입장에서 휴거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그래도 휴거 자체는 작가의 기발한 착안과 소설 속 장치로 볼 수 있다.

다만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큰 구조나 맥락이 익숙한 듯 느껴졌다. 세세하게 등장인물들이 취하는 행동이나 감정이 그렇다기 보다 누군가 떠나간 후의 삶이라는 소재 자체가 그렇다. 휴거를 죽음과 같이 받아들인 내 사고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태도, 생활은 다양하다. 남겨진 죄인들이라는 사이비종교 단체가 생기기도 하고 치유의 안아주기 운동을 하는 인물과 추종자도 나타난다.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케빈 가비도 있고, 맷 목사는 자신이 휴거의 대상이 아닌 것에 분노하고 휴거대상자의 이면을 폭로하는 잡지를 만들어낸다.

천태만상이다. 유머러스함이 있다고 하는데 내가 느낀 소설은 어둡고 우울했다. 소설 속 노라를 통해 불행을 안은 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는 척 하는 것도 동정하는 것도 싫으면서 스스로 고립되는 게 편안한 그녀가 내가 가장 동질감을 느낀 인물이다. 타인의 불행에 어떻게 해야할지... 정답은 없지만 막연한 관심이 아니라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이 소설에 대한 찬사는 책 뒷면 외에도 두어장 더 된다. 미드가 있다는데 영상으로 볼 때 잘맞을 것 같다. 너무 많은 찬사가 나에게는 기대 이하라는 결론을 만들어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정은 작가의 책도 이번이 처음이다. 읽어볼까 했었는데 tv에서 추천도 하고 해서 이번 기회에 읽었다. 글은 중장편 정도로 그리 길지 않다.

무재와 은교의 만남과 사랑, 그들의 삶이 소설의 큰 축이다. 그러면서 책의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그림자가 등장한다. 소설을 읽어나가며 느낀 그림자는 죽음이었다. 생명력의 부재나 마지막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림자가 올라오고 커지고 잠식당하는 묘사를 통해서말이다.

헌데 독자들의 오독을 피하기 위해 준비했다는 해설에서 그림자는 불행이라 말한다. 소설 이후 해설을 읽을 때는 항상 새로운 발견과 깨달음을 원하지만 대부분 짜증으로 마무리된다. 소설 속 장치를 파헤치고 이 소설은 이래서 훌륭하다는 어려운 말들 때문이다. 그림자가 불행이라는 설명은 내가 글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의미인 듯 해서 좌절이었지만 받아들인다.

그림자라는 장치를 배제하면 소설은 일간 평범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무재와 은교의 삶, 40년 전통의 이제는 철거를 앞둔 전자상가, 그 속의 사람들은 일상이면서도 특별하다. 소설에서 슬럼이라 말하는 곳에서 그들의 어제와 오늘, 내일이 계속된다. 누군가의 생활계나 생계라고 하면 생각할 것이 많아지기에 슬럼이라 부르고 밀어버리려한다는 무재의 말이 울린다.

이처럼 백의 그림자는 쉽게 읽히고 잔잔한 듯 하면서도 깊고 어두운 인간 내면같은 느낌의 글이다. 최근 근래에 사랑받고 있는 젊은 작가(실제 나이와 달리 이미지로 느낀 것일지도 모름:)들의 소설을 조금씩 읽고 있다. 계속해서 독자를 찾아오는 성실한 그들의 작품이 점점 쌓여 문학계의 뿌리가 되길 바라본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장소] 2016-01-22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하고 편한 리뷰 좋습니다.^^

피아 2016-01-22 10: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소소하고 개인적인 리뷰를 좋게 봐주셔서 ))

[그장소] 2016-01-22 11:44   좋아요 0 | URL
저도 소소하고 개인적인 리뷰를 쓰거든요~^^

피아 2016-01-22 12:07   좋아요 1 | URL
읽은 책도 상당하시고 소소하고 개인적이라는 말에 공감하긴 힘들겠네요^-^
저도 열심히 읽겠습니다!

[그장소] 2016-01-22 12:43   좋아요 0 | URL
아...제가 읽은책이 좀 되는게 ..못해도 글배우고 부터 쭉 읽어온게 있으니 그런것일뿐이고요..독서후기를 올리기 시작한건 일년 정도밖에 안됩니다.그것도 지극히 개인적이고 편파적인 독서록일뿐예요. 읽은 책이란건 지금 제가 소장한 책들 위주입니다.

피아 2016-01-22 12:46   좋아요 1 | URL
뭔가... 아닙니다 배틀같은 댓글 이어짐이네요. 제가 보기엔 충분히 대단하세요^-^

[그장소] 2016-01-22 13:13   좋아요 1 | URL
ㅎㅎㅎ그거 재밌는데요!!(당연하지..같은?!예전 오락프로중 x-맨 에서) 여기선 긍정하면 지는 건가요?^^;;; 부정해야 긍정적인게 되고 긍정하면 어쩐지 부정형이 될 것만 같은...ㅋㅎ

아니 ㅡ뭐 ~~그런다고 좋아할것같습니까?!^^;;(원피스 쵸파버전)


 


오랜만에 에세이이다. 그래서인지 소설과 다른 느낌을 받으며 읽어나갔다. 미국이라는 나라, 뉴욕에 대해 조금은 알고있다고 생각했다. 영화나 텔레비젼 프로그램, 영미소설 등을 접하며 말이다. 막연한 친근감에서 이 책을 통해 뉴욕 한 귀퉁이를 엿본 느낌이었다.

한국인 장모님과 함께 델리를 차려 살아가는 백인 남성의 자전적 글이다. 미국 이민 1세대들의 직업 중 대부분이라 할만 한 델리, 세탁소. 시카고 대학에서 만나 사랑을 키운 한국인 변호사 개브, 문학잡지 편집자 벤은 처가살이를 시작한다. 처가살이와 함께 델리를 시작하는데...

우여곡절이라는 말을 이럴 때 써야하나보다. 영국출신 청교도 집안에서 자라 편안하면서도 엄격함에 익숙했던 벤은 델리를 삶의 활력소로 여긴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브루클린에 얻은 델리는 동네 무법자들의 안방에 불량식품, 덜덜대는 즉석복권들의 향연이다.

한국인 장모님 케이는 집을 친척들의 전유물로 만들기도 하고 돈을 밝히며 무대포 직진을 지향하는 행동파이다. 벤의 눈에 비친 모습은 이상하고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런데 케이는 우리네 엄마이다. 친숙하고 안쓰럽고 사랑스럽다.
사건사고 끝에 가족의 델리 사업은 막을 내린다. 벤의 또 하나의 삶이었던 문학잡지 대표 조지도 사망한다. 델리 운영 끝에는 친구 드웨인이 있다. 아프리카계 베테랑 직원 드웨인은 델리 운영의 핵심 멤버였고 이후 친구로 남는다. 몇 년 후 세상을 떠나지만...

마이 코리안 델리는 유쾌하고 재미있다. 소소하고 깊숙하게 델리 운영을 하는 한국인 장모와 백인 사위의 이야기를 펼친다. 아쉬운 점은 그들의 직접적인 대화나 내면에 대한 부분이 부족한 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연수 작가의 소설집이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을 처음 접하며 어떤 책을 읽을까... 하다가 장편소설인 줄 알고 골랐다. 원더보이가 익히 들어본 제목이었는데 다른 책을 읽어보자는 갑자기 든 생각에서.

독특하고 기발하다 생각되는 요즘 작가들의 글들보다 일상적이고 현실적이라 느껴졌다. 그래서 좋았다. 소설집 속 다양한 작품 중 초반에 배치된 글들이 조금 더 좋았다.

현재 사회의 문제를 보여주는 장치와 장면들이 곳곳에 있었다. 그의 다른 책들을 읽어보면 그의 전반적인 글의 특징이자 성향인지 알 수 있을텐데 아직은 모르겠다.

주변인의 입과 눈을 통해 주인공이라 할만 한 이들의 이야기를 해주는 걸 볼 수 있었다. 김연수작가의 작품도 다양하니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 아무튼 이번 책은 괜찮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학 때 친구가 읽고 있던 책, 나도 읽어볼까? 하다가 읽었었지.

소설 속 영화 이야기의 숨은 뜻을 찾아야할 것같은 강박에서 포기로 전향했었다. 다 읽은 후에는 그래도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