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애니메이션 몰아보기 기간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책은 기대보다 못한 느낌이었다.

레프트 오버는 성경 속의 휴거, 그와 비슷하게 갑자기 사람들이 증발해버린 후의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종교적 개념 전무에 빛나는 내 입장에서 휴거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그래도 휴거 자체는 작가의 기발한 착안과 소설 속 장치로 볼 수 있다.

다만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큰 구조나 맥락이 익숙한 듯 느껴졌다. 세세하게 등장인물들이 취하는 행동이나 감정이 그렇다기 보다 누군가 떠나간 후의 삶이라는 소재 자체가 그렇다. 휴거를 죽음과 같이 받아들인 내 사고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태도, 생활은 다양하다. 남겨진 죄인들이라는 사이비종교 단체가 생기기도 하고 치유의 안아주기 운동을 하는 인물과 추종자도 나타난다.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케빈 가비도 있고, 맷 목사는 자신이 휴거의 대상이 아닌 것에 분노하고 휴거대상자의 이면을 폭로하는 잡지를 만들어낸다.

천태만상이다. 유머러스함이 있다고 하는데 내가 느낀 소설은 어둡고 우울했다. 소설 속 노라를 통해 불행을 안은 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는 척 하는 것도 동정하는 것도 싫으면서 스스로 고립되는 게 편안한 그녀가 내가 가장 동질감을 느낀 인물이다. 타인의 불행에 어떻게 해야할지... 정답은 없지만 막연한 관심이 아니라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이 소설에 대한 찬사는 책 뒷면 외에도 두어장 더 된다. 미드가 있다는데 영상으로 볼 때 잘맞을 것 같다. 너무 많은 찬사가 나에게는 기대 이하라는 결론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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