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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석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며
이토 다카미 지음, 김지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조수석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며>는 덧없는 청춘들의, 결코 시기를 확정할 수 없는, 언젠가의 여름날 이름모를 어느 한 때의 단상과도 같은 이야기다.
아버지의 빨간 오픈카에 패션잡지 모델로 유명해진 여자친구를 태우고 둘이서 담배를 피우며 달리는 고등학생 주인공, 너도나도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고, 차를 몰고다니는 부자동네의 어린 청춘들, 으리으리한 저택에서의 한여름 파티, 소꿉친구인 학교의 퀸카와 사귀는 킹카 친구.
청춘소설이지만 애틋한 공감이나 사무치는 그리움의 열탕에 빠져 허우적댈 일은 없다. 이야기의 구조나 배경이 무척 연극적이고 설정적이어서 그 속에 빠져들어가 함께 호흡하기 보다는 무대 밖에서 주연배우들의 연기와 대사를 관조적으로, 피상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마치 저 먼 나라의, 저 먼 시대의 이야기를 쓴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읽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전체적으로 상당히 서구적인 감성과 느낌들이다. 그저 덧없이, 막연하게 흘러가는 흐름이 얼핏 하루키스럽기도 하다.
작품의 가장 큰 갈등의 축은 부자동네 야마테 출신과 못사는 동네 니시 구 출신간의 충돌이다. 야마테 출신인 주인공 가오루, 니시 구 출신인 여자친구 미오. 가오루와 친한 구라모치, 교모토, 가요코는 모두 야마테 출신. 구라모치를 폭행하고 구라모치의 차를 짓밟아댄 니시 구 출신들과의 갈등으로 촉발된 싸움. 선배들 대에서부터 언제나 늘 그래왔듯 갈등과 싸움으로 점철된 두 동네 출신들간의 대립.
그마저도 마치 피안적 세계의 투닥거림처럼 전달되지만 이 대립과 갈등으로 말미암아 가오루와 미오, 교모토와 가요코의 사이에 놓인 교각이 흔들려 무너지게 된다. 그리고 마치 미완의 이야기처럼 찾아오는 결말과, 현재진행형인, 미완의 인생이 곱씹어 들려주는 빙글빙글의 의미.
지나치게 덧없이, 막연하게, 감흥없이 흘러가기 때문에, 마치 저 먼 나라의, 저 먼 시대의 이야기마냥 들려오기 때문에 심각한 고민이나 애상은 없었지만, 외려 그 덕분에 내 어릴 적 순간들을 반추해 보고 그 때 그런 아이도 있었지, 그 때 그런 일도 있었지, 내게도 그런 시간들이 있었지 하며 옛날 생각에 진득하게 빠져들기도 했다.
덧없는 청춘들의, 결코 시기를 확정할 수 없는, 언젠가의 여름날 이름모를 어느 한 때의 단상과도 같은 이야기.
가오루와 미오가 몇번이나 언급하는, 굉장히 달다는, 결코 먹어보지 못한, 저 먼 곳 어느 나라, 어느 상점에서 팔고 있을 것 같은 '사보이 트러플'스런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얼떨결에, 찰나의 순간에, 부지불식간에, 문득 느껴지는 계절의 변화 마냥 아스라히 스쳐지나가버린 청춘과도 같은 이야기.
조수석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