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케이지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2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스트로베리 나이트>의 '히메카와 레이코'가 돌아왔다. 살짝 섬칫한 피묻은 손목 이미지의 표지가 인상적이다 못해 강렬하기까지한 <소울 케이지>로. 표지 뿐 아니라 작품의 내용과 결말 역시 무척 인상깊고 강렬하다.

 

 잘려진 왼손 손목이 든 비닐봉투가 발견된 것으로 시작되는 사건. 이른바 시체없는 살인사건으로, 히메카와는 시작부터 해결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직감한다.

 

 우선 이번 작품은 전작 <스트로베리 나이트>로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드러나 있고 캐릭터가 정립되어 있는 만큼, 인물 개개인에 대해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게 여겨질만한 부분들이 많다.
 
 <스트로베리 나이트>에서는 급성 맹장으로 입원하는 바람에 이름만 살짝 언급되었던 쿠사카 주임이 등장, 사사건건 히메카와에게 태클을 걸어댄다. 당하는 히메카와 입장에서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 직감과 추리에 의존하는 히메카와와는 반대로 세세한 것 하나까지 철두철미하게 조사해서 결론에 이르는 것을 원칙으로 내세우는 쿠사카. 두 사람의 대립은 이러한 수사방침에서 비롯한 것이지만 히메카와 입장에서는 그 외에도 쿠사카라는 사람 자체가 인간적으로 싫은 것 투성이다. 사사건건 부딪치고 각을 세우며 으르렁 거리는 두 사람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이 갈등과 대립이 어떻게 봉합되고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를 보는 것이 첫 번째 재미.

 

 진한 사투리 쓰며 능글능글 히메카와에게 들러붙는 이오카의 재등장으로 토라지고 삐진 키쿠타!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에서는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던 키쿠타와 히메카와 사이의 놀랄만한 장면들이 연이어 나온다. 이를테면...

 

어쨌든 풀릴 때까지 어디 한번 해보자.

"키스하면 기분 풀거야?"

"키스할 테니까 화 풀어줄래?"

'환장하겠네, 정말.....' (p.162)

 이것은 토라지고 삐진-_- 키쿠타를 달래려 노력하는 히메카와의 대사. 놀랍다, 그리고 엄청나다! 후반부에는 키쿠타의 결심과 결정적인 장면(?!) 비스무리무리한 재밌는 부분들도 나오는데, 흥미충만, 상당히 재미있다. 그리고 시종일관 딱딱하기만 하고 비인간적일 것 같던 쿠사카 주임의 인간적인 견해와 충고. 사건 이외에 '히메카와와 키쿠타는 과연?'이라는 부수적인 스토리,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지 않을 수 없을 애틋 산틋한 부분이다.

 

 그 밖에 히메카와 개인사와 얽혀있는 아버지의 모습, 새로이 히메카와 반으로 들어온 하야마 노리유키의 과거 등도 흥미롭고, 깨알같은 웃음을 선사해 주는 감찰의 쿠니오쿠 선생도 여전하다.

 

 이번 작품은 여러가지 힌트와 단서들을 히메카와를 비롯한 수사원들과 함께 차곡차곡 얻어가며 사건의 전모를 추리해 볼 수 있을만한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사건의 구조나 얼개도 견고하게 짜여져 있어 히메카와의 시선과 의식을 따라 이리저리 추론해보는 재미도 있다. 이는 전작에 비해 확실하게 발전되었다고 느껴지는 부분.

 

 각 장의 앞 부분에 주요인물인 타카오카와 코스케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들은 원작만의 퀄리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장면들이다. 코스케의 성장과 심정, 타카오카의 심정과 애틋한 부정. 두 사람의 생활모습과 코스케가 목수로 커 나가는 장면들, 타카오카의 따스한 눈으로 바라본 모습들은 행복과 흐뭇함으로 충만해 절로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만큼 안타까워지기도 했고.

 

 진실들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드러나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이고 애틋한 부정父情. 섬칫하다 못해 끔찍한 범행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에 이르면, 서술에서 느껴지는 끔찍함의 충격만큼, 상상되는 고통의 깊이만큼이나 그들을 사랑하고 아꼈구나, 그 모든 억만겁 깊이의 고통과 충격을 감내하고 자신을 내버릴만큼, 그들을 보살펴주고 싶었구나 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가슴 깊숙이 저릿하게 와 닿는다.

 

 사건 자체의 흥미와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히메카와와 그 일당들의 투닥거림이 시종일관 웃음과 뜻밖의 감동을 전해주는 작품 <소울 케이지>.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히메카와와 그 일당들에게 흠뻑 빠져들어, 차기작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을 수가 없다. '혼다 테쓰야'의 히메카와 시리즈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만큼이나 이름만으로 그냥 믿고 가는 시리즈로 낙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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