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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일격 ㅣ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최후의 일격』은 엘러리 퀸 3기 마지막 작품으로, 이후의
작품은 유령작가들에 의해 탄생된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알려져 있어, 사실상 '프레더릭 다네이'와
'만프레드 리' 두 사촌 형제가 공동으로 집필한 마지막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합니다.
1905년에 벌어진 사고와 이로 인한 비극의 씨앗. 일견,
후에 닥쳐올 사건과 그 범인과 결말은 너무나도 명백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성탄절 이브에서 시작한
십이야를 거쳐 이윽고 '최후의 일격'이 가해지는 그 날, 작가는 독자의 심장을 향한 '최후의 일격'과
비장의 한 발을 탕- 하고 쏘아 빛바랜 명백함의 술잔을 산산히 부숴버립니다.
이
작품의 진정한 미덕은 혈기왕성하고 풋풋한 엘러리 퀸이 '그런 일은 말도 안되지' 하며 넘겨버렸던 진실을, 두려운 멍에와 한 줌 먹구름이 되어 가슴 한 켠을
지배하고 있던 그 회한을, 무려 27년이 지난 후에야, 인생의 완숙기에 접어든 후에야 다시 돌아보고 진실의
빛을 되찾고 마무리 짓는다는 데 있습니다.
비록 십이야를 거치는 동안 '존 서배스천'에게 차곡차곡
도착하는 선물과 압박의 의문과 그로 인한 긴장감이 생각보다는 느슨하고, 어설픈 상상력을 발휘하기에도 조금
엉성한 그것이었을지라도, 존과 더불어
과거의 씨앗으로부터 발아하여 현실로 닥쳐온 '그것'의 행동양식과 사고방식이 오늘날의 기준 혹은 일반적인 사고방식으로 볼 때 짐짓 쉽게 이해가지 않는
그것이었을지라도 말입니다.
'최후'라는 말이 전해 주는 어감과 여러가지 뇌리에 씁쓸히
머무는 생각의 파편들, 그리고 1905년, 엘러리 퀸이 태어나던 해에 벌어진 그 비극과 비밀의 씨앗으로부터
무려 52년 후에야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이라는 구성까지, 이 '최후의 일격'을 덮고 난 후에
밀려오는 씁쓸함과 한 줌 서글픔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고전 미스터리 읽는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종이색까지
고려하여 장정을 만들어낸 출판사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한 여름 뭉게구름 지는 언덕 저편에서 불어오는 한 줄기 미풍마냥 살랑살랑 불어와 뜻밖의 현실감각을 일깨웁니다. 특히, 이 '최후의 일격' 같은
경우에는 국내 최초로 번역되어 출간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전 미스터리의 판매량과 인지도를
생각하면, 이 시리즈를 끝까지 포기않고 차곡차곡 만들어 꼬박꼬박 출간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에 대한 '일격'과도 같은 깨달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