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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마전 1
아오키 쿠니코 지음, 임희선 옮김, 후쿠다 야스시 원작 / 학고재 / 2013년 2월
평점 :

근대 일본 역사의 한 소용돌이 속에서 바람처럼 살다 간 사카모토 료마. 근대 일본으로의 길을 닦아, 많은 일본인들이 존경한다는 인물 료마에 대해서는 시바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라는 유명한 작품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아직 '료마가 간다'를 접해보지 않았고, 사카모토 료마라는 인물에 대해 얼핏설핏 단편적인 지식들로만 알고 있었기에, 이 《료마전》은 료마의 온전한 생애와 삶의 자취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 텍스트였다.
이번에 번역 소개된 '료마전'의 가장 큰 특색은 바로 2010년 일본에서 방영된 NHK대하사극 '료마전龍馬伝'의 스토리를 각색해 소설화한 것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장면장면 전환이 드라마처럼 빠르게 이뤄지는 부분도 있고, 이 부분은 이런 회상씬으로 보여졌겠구나, 이 장면은 이렇게 연출되었겠구나 싶은 가시적인 서술·묘사 부분이 많다. 이미 방영된 유명 드라마의 소설판이니 만큼 드라마에서 타이틀 롤을 맡았던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를 비롯해 카가와 테루유키, 히로스에 료코 등의 얼굴이 그대로 등장인물 면면과 겹쳐 상상된다는 점 또한 특징이라 하겠다.
섬나라 일본 가운데서도 작은 시코쿠 섬 한구석의 도사라는 시골에서 하급무사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료마. 나약하고 응석받이였던 료마는 씩씩한 여장부 누나 오토메의 비호아래 검술을 익히고, 대도시 에도로 검술 유학을 떠나면서 크나큰 역사의 헤일을 직접 목격, 그리고 그 물살을 몸소 맞게 되면서 점점 큰 인물로 성장해 간다. 에도 막부가 세워진 이래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쇄국정책으로 일관하던 일본에 미국의 전함이 나타나 개항을 요구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일본내에서 개국과 양이(외세를 배척)의 두 세력으로 나뉘어 큰 혼란이 벌어지게 된 것.
외국 문물을 깨우치고 받아들인 선지자들과 존왕양이尊王攘夷(왕을 받들고 외세를 배척)를 외치며 더욱 문을 걸어 잠그고자 하는 어릴 적 동무들과 고향인사들 사이에서 방황하는 료마. 대포를 싣고 위풍당당하게 에도만까지 들어온 미국의 흑선을 두 눈으로 목격한 뒤 손에 든 칼 한자루가 초라하기 그지 없어 보이게 된 료마. 고향 도사번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 일본의 미래를 위해 탈번(소속된 번을 떠남. 무사정권인 에도 막부 입장에서 보면 반역의 의미)까지 감행하는 료마.
외세가 침략해오는 격동기에 선구적인 혜안과 과감한 결단력을 가지고 실행에 나선 료마의 행동력과 사소한 것 하나하나 주변인물 누구에게나 도움의 손길을 보태주는 료마의 뜨거운 마음씀씀이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같다. 소설이다 보니 지나치게 미화된 감도 있고, 영웅의 비범한 재능 발현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이 부재한다는 단점도 있고 하지만, 어린 나이에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념을 가지고,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걸음 내딪는 모습은 가히 반할만하다. 나름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는 많은 남성들의 가슴 속에 뜨거운 무언가를 절로 끓어오르게 만드는 이야기다. 이것이야말로 료마라는 인물과 료마이야기가 지닌 힘과 마력일 것이다.
훗날 미쓰비시 재벌을 창립하는 이와사키 야타로라는 인물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 《료마전》의 료마이야기. 비참하고 처절한 삶을 사는 야타로의 동경어리고 질시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료마, 절로 그 시선과 마음에 동조되어 바라보게 되는 사카모토 료마! 시리즈 총 4권 가운데 이제 1권을 펼쳐 료마의 짧은 생애 가운데서도 짧은 시작과 태동을 알게 되었지만, 워낙 유명한 인물이라 그의 최후가 어떤지는 익히 알고 있는 바... 이미 멀리 떠나버린 바람과도 같은 그의 삶과 행보를 뒤쫓아 어서 빨리 책장을 재촉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