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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탐정 설록수
윤해환 지음 / 씨엘북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 재미있는 《트위터 탐정 설록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 가운데 한 명인 '셜록 홈즈'를 고스란히 연상시키는 기막힌 한국 이름 '설록수'에다가, 세태를 반영한 '트위터' 탐정이라니. 제목에서부터 능히 상상되는 바, 이 소설은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현대적으로, 한국식으로 재해석하고 훌륭하게 편곡해낸 작품이다.
일단 표현과 문장들이 무척 재미있다. 작가의 젊은 감각과 표현력에는 읽는 이로 하여금 연신 피식피식, 큭큭대게 하는 힘과 마력이 있다. 셜록 홈즈 원전에도 나름 재미있는 표현들과 홈즈의 독설, 비꼬는 말투, 시츄에이션 코미디스런 익살스런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이를 우리말로, 한국식으로, 현대적으로, 세련되게 패러디해 놓으니 이보다 더 즐거울 수가 없다.
셜록 홈즈의 패스티시 작품들을 몇 개 읽어본 터라, 역시나 셜록 홈즈 패스티시의 정체성을 지닌 이 작품을 직접 읽기 전까지는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펼쳐들고 보니 작가의 재치있는 문장들과, 요즘 세태를 지극히 잘 반영한 여러가지 소재와 표현들, 원작에서 따온 사건과 추리, 모티브를 기막히게 각색하고 재조립해 놓은 모양새가 생각 이상으로 훌륭하고 아름답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원작에서 모티브를 따오기는 했으되, 작가의 상상력으로 훌륭하게 재편하고 편곡해 놓았다는 점이다. 이 사건과 추리를 어떻게 재구성할까, 이 소재를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까 이리저리 고민한 흔적들이 역력하다. 그 자국이 패인 길이와 깊이만큼이나 공감과 재미를 불러일으켜 주었으니, 성공적인 고민의 산山, 아름다운 고민의 산물産物이라 하겠다.
셜록 홈즈 원작의 볼륨 그것처럼 8권을 목표로 구상하고 있다는 작가의 말대로, 모든 작업이 완료되어 모든 작품이 출간되고 나면 원작과 더불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많이 읽히는 셜록 홈즈 패스티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우리나라 젊은 독자들에게는 원작 이상의 인기를 구가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마치 러시아 작곡가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 원래는 피아노곡이었지만 후에 모리스 라벨이 편곡한 관현악 버전으로 가장 유명해지고 많이 들려졌듯이. 일단 「twitter detective Sullocksoo No.1 op.2* - allegro moderato buriando**」는 개인적으로 무척 만족하며 감상했다.
다만 이 작품이 태생적으로 지니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으니, 원작을 읽지 않고 보게 되면 이 소설이 가진 재미와 가치를 반의 반도 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원작 소설을 모르고 읽더라도 그 나름의 재미를 느끼고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나 편곡 버전의 풍미와 패러디의 맛을 오롯이 느끼려면, '셜로키언' 소리까지는 못들을지라도 '셜록 홈즈 전집' 쯤 한두번 독파하고 읽을 것을 권한다. 전집 독파가 부담된다면 주요 단편을 모은 단편집 정도라도 반드시.
트위터 탐정 설록수 첫 권에 해당하는 작품이라 원작의 선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차용과 패러디만으로 변주했지만, 2권(원작 '배스커빌 가문의 개' - '배스커빌가의 괴견'이라는 제목으로 예정)부터는 원작을 많이 비틀고 고쳐볼 것이라 한다. 이왕 고쳐보려고 마음 먹은 것, 작가만의 오리지널 스토리, 작가 특유의 작풍으로 휘몰아치는 카덴차***를 써넣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표현력이나 문장력, 구성력이 검증된 작가의 오케스트레이션이니 이 역시도 무척 기대된다. '트위터 탐정 설록수 2번'이 초연初演될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주)
* 작가의 두번째 단행본(첫 단행본은 '홈즈가 보낸 편지')이므로 작품번호(op.)는 2번으로.
** 조금 빠르고 적당하게, 익살스럽게.
*** 연주에서 독주자의 화려한 기교를 뽐내는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