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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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인》, 《퍼레이드》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소품집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기내 잡지에 기고한 글을 모아 엮어낸 작품집인데, 여행, 타국의 풍광을 배경으로 한 짤막한 단편들과, 본인이 직접 가본 도시 몇군데의 풍경과 소소한 일들을 그려낸 에세이를 모은 말그대로 소소한 '소품'집이다.

  

 짤막짤막한 작은이야기들은 무척이나 소소하고, 어떤 형식·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붓가는데로 써낸 이야기들이다. 따라서 애매모호한 결말이나 전개, 그리고 솔직한 심정으로 '그래서, 어쩌라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이 실려있던 것이 기내 잡지라는 것을 고려해보면 여행떠나거나 돌아오거나, 혹은 업무때문에, 혹은 좋지 않은 일들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의 머릿속을 괜스레 복잡하고 혼란스레 만드는 글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딱 적당한 분량에 그저 흘러가는데로 보고 그대로 하늘에 흘려버려도 괜찮고, 혹은 비행시간 동안이라도, 혹은 공항리무진이나 택시를 타고가는 시간 동안만이라도 그 이야기 내용을 곱씹어보고 뒷이야기를 상상해볼 수 있는 정도가 적당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주 의미없는 이야기들은 아니다. '자전거 도둑'처럼 여운을 주는 이야기도 있고, '춤추는 뉴욕'처럼 '이 사람,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해나갈까'싶은 은근히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여행이나 타국의 풍광을 배경으로 한 것이기에 왠지모를 두근거림과 막연함이 스며 있어, 묘한 설렘을 안고 읽어 나갈 수 있다.

 

 이 소품들보다는 작가의 경험을 풀어내놓은 여섯 개의 에세이가 훨씬 더 좋았는데, 작가의 에세이가 주가 되고 사이사이 소품들을 껴넣는 방식이 되었더라면 더 좋은 작품집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방콕, 루앙프라방, 오슬로, 타이베이, 호치민, 스위스 여섯 도시 혹은 나라인데, 그 중에서도 타이베이 이야기가 특히 인상깊었다. '야쿠자 온천'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 친숙하게 느껴지는 도시와 사람들의 분위기, 저도 모르게 내디딘 발걸음따라 흘러간 곳에서 본 풍광 등이 무척이나 인상깊게 다가왔다.

 

 역자 권남희 님의 솔직담백한 역자후기도 재미있다. 이 작품집에 대한, '꿈보다 해몽'을 철저히 지양한 지극히 솔직한 평가가 왠지 모르게 고맙게 느껴진다. 아마도 '나만 그렇게 느꼈나?' 싶은 소외감 없이 절절한 공감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이 책을 가장 재미하게 읽는 방법. 역시나 이 글이 쓰여진 의도와 용도에 따라, 여행가는 기차나 비행기 안, 여행지의 한가로운 까페나 벤치에서 잠시 지친다리 쉬게 해 주면서, 짧지만 억만겁처럼 느껴지는 기차, 비행기 대기시간에 역이나 공항에 자리깔고 앉아 시간을 소진하며 읽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적확한 '용법'이 될 것이다. 사물과 사람, 그 모든 것이 생소하고 특별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 속 무언가 특별한 울림과 공명을 찾아내고 느낄 수도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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