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는 추리소설계에서, 아니, 굳이 추리소설에 국한되지 않은 분야에서도 너무 유명해져 버린 이름 '히가시노 게이고'. 제3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그를 본격적인 작가의 길에 접어들게 한 작품, 《방과 후》. 방대한 목록을 자랑하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세계의 문을 연,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정체모를 살해 위협을 느끼는 여고 수학교사 마에시마, 그 여고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두 건의 살인사건. 의문스러운 주변 교사들과 알 듯 모를 듯 의미모를 행동을 보여주는 여고생들.

 

 '여고'를 무대로 한 전형적인 학원 미스터리인데, 한 건의 밀실살인트릭과, 피해자가 바꿔치기 된 살인사건의 진실이 꽤나 치밀하고 놀랍다. 많은 추리소설을 읽은 입장에서도 나름 신선하게 다가오는 트릭들, 허술하지 않게 미리미리 깔아놓은 심리적·물리적 복선들과, 모든 것이 밝혀지고 다 마무리되었구나 하며 안도감을 느낄 찰나, 퍽- 하고 사정없이 휘갈겨오는 최후의 반전 등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작 답구나 하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살해동기에 있어서 '과연 그런 이유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겨우 그런 것으로 살의를 느낄 수 있을까?' 할 수도 있겠지만, 특수한 장소와 특수한 신분, 특수한 집단의 기묘하면서도 정체모를 심리와 행동들이 소용돌이치며 얽혀 든 은밀하고도 치명적인 '악의'. 이는 많은 이들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수작 가운데 하나로 손꼽는 『악의』에서 너무나 치명적이고 매력적으로 발현되기도 했던 것인 바. 어쩌다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수많은 작품을 읽은 뒤에야 손에 잡은 그의 데뷔작이지만, 외려 그 덕분에 작품을 더 잘 이해하고 요모조모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책 뒷부분에 실려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애증(글쓴이의 어투에서 팍팍 드러난다)의 눈으로 바라보는 듯 한, 한 추리작가의 담백하기 이를 데 없는 히가시노 게이고와의 인터뷰가 의외로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가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다니던 회사의 월급이 너무 짰기 때문"이고, 대학 4년 내내 양궁부로 활동했으며, 그의 얼굴이 다른 사람이 느끼기에 비교적 크다-_-는 점 등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좋아해 수십 편을 찾아 읽은 입장에서 이런 것도 몰랐던가 싶은 쓸데없는 자괴감도 들지만, 그보다는 역시나 데뷔작이기에 이런 뜻밖의 수확도 있구나 싶어 묻어뒀던 보물을 발굴해낸 듯한 즐거움과 행복함이 찾아든다. 실제로 애진작에 사놓고 책더미 속에 파묻어 놓았다가 뒤적뒤적 '채굴'해서 읽게 된 작품이니까-.

 

 이 작품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된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후 어떤 행보와 작품들을 선보였는지는 이미 주지의 사실! 한껏 높아진 이름값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독자들의 기대에 못미쳐 혹평 당하기도 하는 최근 작품들을 잠시 덮어두고, 이렇게 보물찾기 하듯, 하나하나 수집하듯, 초기작들을 찾아 읽고 감상목록을 차곡차곡 채워가는 것도 꽤나 호젓하고 뿌듯한 시간이 될 것 같다. 비록 이제는 그 빈 칸이 불과 몇 개 남지 않았지만. 그렇게 원류源流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길에 뜻밖의 명소名所를 뜻밖에 득템하게 되는 행운이 따르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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