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노트
우타노 쇼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여러 의미에서 늘 파격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우타노 쇼고의 신작 《절망노트》. '죽어버렸으면 하는 사람을 일기에 적었더니 진짜로 그가 죽었다'라는, 얼핏 『데스노트』스러운 스토리와 흐름이 흥미를 동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호러나 판타지가 아닌 추리소설인 고로, 이 주요 모티프에는 당연히 트릭과 반전이 존재한다. 560여 페이지의 꽤나 큰 볼륨의 이 작품을 읽어가는 내내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과연 그것이 내가 상상한 것이 맞을까', '우타노 쇼고는 이 작품을 어떻게 매듭짓고 마무리할까'하는 생각이 뇌리를 빙빙 맴돌아 정신없이 책장을 넘겨 나갔다.

 

 이름으로 놀림받고 무리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중학생 다치가와 숀. 백수인데다 존 레논 따라하기에만 열중인 아빠, 돈버는데만 급급하고 인색한 엄마, 가난하고 궁색한 살림살이, 무엇하나 마음에 들지않는 일 투성이인 숀은 '절망'이라는 제목을 붙인 노트에 일기를 써내려가고, 이내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죽여달라고 쓰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여러모로 불편하다. 우선 이 다치가와 숀이라는 중학생에게 가해지는 괴롭힘, 이른바 학교 폭력이 은근히 생생하게 다가와 절로 눈쌀 찌푸려지는 부분이 많다. 소설이니 만큼 실제보다 과장되었을 수도, 오히려 실제보다 수위가 덜할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우리 사회에도 만연한, 직·간접적으로 보고 듣게 되는 학교 폭력에 대한 묘사가 그저 소설 속 이야기로만, 남의 일로만 비춰지지 않는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어 쓴 글이지만 분명 이러한 학교 폭력의 실태를 고발하고, 학교 폭력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것이 우타노 쇼고의 주제 의식일 것이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가정에 대해, 부모에 대해, 학교에 대해, 사회에 대해, 한번쯤 가져볼법한 치기어린 생각들. 의외로 진실을 꿰뚫는 날카로운 시선도 있지만 대부분, 공부에 치이는 학생으로서, 반항기에 접어든 청소년으로서 가질 수 있는 불만과 비뚤어진 시각들이다. 여러 비뚤어짐 중에서 이 작품의 중요 동기와 반전의 씨앗이 되는 그 '비뚤어짐'은 정말이지... 비록 소설이라지만 불쾌한 것이 목에 걸린 것 마냥 괴롭고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

 

 트릭과 반전에 있어서는 읽는 내내 쭉 생각했던 '그것'이 맞았다. 다만 단순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고, 여러 '행위'에 의해, 여러 동기가 얽혀들면서 생각보다 복잡다단하게 이뤄진 것인데, 우타노 쇼고의 날렵한 스킬이 잘 발휘되어 솜씨좋게 다듬고 버무려 놓았다.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주제나 동기를 차치하면, 우타노 쇼고의 농익은 조리법을 맛보는 재미가 나름 쏠쏠하다.

 

 분명 존재하고, 그 존재를 알지만, 불편하니까, 번거로우니까 외면하고 나 몰라라 하는 학교 폭력. 주변 학생들의 입장, 담당 교사의 입장, 학부모의 입장, 주변 어른의 입장 모두 마찬가지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어린 학생의 입장에서는 하늘이 무너지고 이 세계가 생지옥과 같아지는 처참하고 비참한 일일진데. 추리소설이지만 트릭이나 반전보다도 생생한 묘사와 심정, 주제 의식이 더욱 빛나게 다가왔던, 절망의 늪이 깊으면 깊을수록 더더욱 희망을 바라게 되는, 우타노 쇼고의 《절망노트》, 아니, '희망'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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