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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열차 ㅣ 아카가와 지로의 유령 시리즈 1
아카가와 지로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삼색털 고양이' 시리즈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아카가와 지로의 데뷔작 《유령 열차》. 이 작품으로 제15회 올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기에 작가 스스로 가장 애착 가는 시리즈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시리즈 하나 터 닦아 놓으면 기차 레일 이어지듯 길게 길게 이어가는 작가의 장기답게 이 유령 시리즈 역시 23권이라는 큰 볼륨을 자랑하고 있다.
표제작 '유령 열차'를 위시하여 총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경시청 수사 1과 경감 우노 교이치와 자칭 명탐정을 표방는 여대생 나가이 유코 콤비가 맞닥뜨린 여러 사건과 그에 대한 추리, 해결을 기본 틀로 삼고 있다. 거기에 마흔 살 홀아비 우노 경감과 20대 초반 여대생 유코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가 조미료처럼 첨가. 사실 뜬금없이 홀애비 경감과 사랑에 빠지는 여대생의 심리도 요상하고, 나이차를 생각하면 일견 부녀지간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이 커플이 마냥 유쾌하게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지만, 배나온 아저씨와 통통 튀는 여대생 탐정의 투닥거림이 제법 재미있다. 그리고 삼색털 고양이 시리즈 보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아카가와 지로 이 작가, 은근히 에로틱한 장면 연출하는데 공을 들이는 것 같다... -_-;
이것저것 투고한 작품 가운데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가 수상작이 되었다는 '유령 열차'. 여덟 명의 승객을 태우고 떠난 열차가 종착역에 도착했을 때, 그 안에 아무도 없었다는 그야말로 유령이야기스런 스토리. 그러나 이 작품은 호러물이 아닌 추리물인 고로, 주어지는 단서와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그 진상과 결말에 이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사건이 일어난 지방의 사정을 이야기하는 대화를 보는 순간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단편이고, 탐정 역할을 하는 나가이 유코의 추리에 의해 술술 풀려가는 사건들이라지만, 나름 이것저것 제공해주는 단서와 복선들을 곰곰이 따져 어느정도 미리 추리해볼 여지는 있다. 무려 1978년에 출간된 작품이지만 딱히 낡았다는 느낌 전혀 없이 산뜻 명료하게 술술 읽힌다.
그리고 다섯 작품 가운데 그 진상이 가장 충격적이었던 '선인촌 마을 축제'. 열차가 다니는 시대에 마차를 끌며 생활하는 착한 사람들이 모인 마을. 그 마을에서 끊임없이 베풀어지는 극진한 대접. 그러나 그 호의의 의미를 깨달았을 때 사정없이 돋아나는 소름. 1978년에 쓰였기에 가능했던 설정이지 않았나 싶지만, 혹시 또 모른다. 아직도 어딘가에 이런 마을이 존재하고 있을지는. 그 진상이 궁금하기로는 '유령 열차'가 제일이지만 진상의 충격과 반전은 이 '선인촌 마을 축제'가 으뜸.
끝부분에 차기작에 대한 뉘앙스를 솔솔 풍기며 작품이 마무리되는데, 이미 23권의 장대한 시리즈가 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퉁탁투닥 주고 받는 대사들과 익살스런 표현들이 재미있는데, 최근 유머 미스터리로 각광받고 있는 히가시가와 도쿠야가 "선배님~"하고 모셔야 할 듯. 실제로 한참 선배이기도 한데다 히가시가와 도쿠야가 아카가와 지로의 영향을 어느정도 받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독자라는 승객을 태우고 어둠을 헤치며 출발한 '유령 열차', 유령 시리즈. 우노 경감과 나가이 유코의 앞에 어떤 사건과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프리패스 끊고 열차에 훌쩍 몸을 실어 그들과 함께 하며 지켜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