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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1 - 도원(桃園)편 ㅣ 매일경제신문사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 1
요시카와 에이지 지음, 이동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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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늘날 수많은 번역자들이 이름을 내걸고 번역한 <삼국지>는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를 집대성하고 다듬어 내놓은 '모종강 본本'을 기본 텍스트로 삼아 내놓은 것이라고 한다. 결국 유명 소설가들이나 역자들이 제각기 번역한 많은 삼국지들은 문장이나 세세한 부분의 차이는 있으되, 그 기본틀과 내용은 대동소이 하다는 것인데, 이 모종강 본과 다른 또 하나의 텍스트가 있으니 일본 소설가 '요시카와 에이지(1892~1962)'의 삼국지가 바로 그것이다.
일본소설들을 접하면서 심심찮게 들었던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의 그 요시카와 에이지.
과연 기존에 읽었던 모종강 본을 바탕으로 했던 삼국지와는 달리 도입부터가 색다르다. 기존에 읽었던 작품은 시국時局을 간략히 소개한 뒤 바로 의용군 모집으로 유비, 관우, 장비가 만나는 장면으로 들어가지만,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는 유주 자사 유언과 교위 추정의 의용군 모집이 있기 몇 년전 유비의 모험과 장비와의 에피소드 등을 먼저 다루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신분을 모르던 유비와 그의 노모와의 이야기 등이 100여페이지가 넘게 펼쳐지는데, 그야말로 소설적 상상력을 백분 발휘해 읽는 풍미를 제대로 살려놓았다.
또한, 같은 사건이라도 부분적으로 미세한 차이가 드러난다. 이를테면, 조조가 칠성보도를 들고 동탁 암살을 시도하는 장면에서, 모종강 본은 동탁이 거울을 보고 있다 칼을 들고 다가오는 조조를 보고 알아차리는 반면, 요시카와 에이지 본에서는 거울 없이 동탁이 뭔가 번쩍하는 기운을 보고 알아차린다는 설정 등이다.
모종강 본에서 간략히 몇줄로 넘어갔던 부분들도 세세한 상황과 대화 등을 상상력을 발휘해 서술해 놓음으로써 기존에 다른 판본으로 미리 다 읽었던 삼국지라지만 마치 새로운 작품을 읽는다는 느낌이 생각보다 강하게 들었다.
그렇게 이야기가 늘어나고 분량이 불어났기에 전체적인 스토리 전개가 조금 느린데(이건 어디까지나 기존의 삼국지를 읽고 이미 그 전개와 결말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느끼게 되는 부분), 아직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10권의 제목이 '오장원'인 것으로 보아 아마도 제갈량이 죽으면서 이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도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모종강 본 삼국지는 전체 10권이라고 치면 9권 정도에 제갈량의 죽음을 다루고, 이후 제갈량 사후의 촉나라 정세와 멸망, 결국 사마염에 의해 통일되는 장면까지 다루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뭐니뭐니해도 삼국지의 백미는 유비가 신야로 쫓겨간 뒤부터 삼고초려를 통해 제갈량을 얻고 적벽대전으로 조조를 격파한 뒤 파촉으로 밀고들어가 촉한을 건국하는 부분이다. 그 수많은 에피소드들과 장면장면들이 과연 이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에는 어떻게 구성되고 서술되어 있을지 벌써부터 두근거리며 기대된다. 이제 1권을 읽고 조금 색다른 삼국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으니, 당분간은 그 색다른 맛을 음미하느라 심심할 틈이 없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