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저블 레인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4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일드 <스트로베리 나이트>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 국내에 번역 소개되고 있는 원작 소설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 <인비저블 레인>. 2013년 1월 26일 일본 현지 개봉을 앞두고 있는 극장판 <스트로베리 나이트>의 원작이기도 하다.

 

 앞선 <스트로베리 나이트>, <소울 케이지>의 경우 드라마로 먼저 소개된 후에 번역 출간된 작품이라 내용과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볼 수 밖에 없었지만, 이번 <인비지블 레인>의 경우는 영화 개봉보다 빠르게 소개된 덕분에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시리즈 순서상 네번째 작품으로, 세번째 순서인 단편집 <시머트리>는 내년 1월에 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작품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사건과 밀접하게 연관된 위치에 있는 조폭 부두목과 히메카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라 할 수 있다. 다케우치 유코의 얼굴과 겹쳐 있는 히메카와 레이코를 애정해마지 않는 팬들, 히메카와와 키쿠타의 애틋한 관계를 바라마지 않는 수많은 여성팬들을 멘붕시킬만한 파격적인 내용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를 아끼는 사람들에게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올 법한 결말도 기다리고 있다.

 

 일단 행복하다. 영화 개봉에 앞서 내용과 결말을 모르는 상태로 생생하게 작품을 읽어나갈 수 있어서.
 그러나 원망스럽다. 냉철하고 도도하며 당찬 히메카와를 이렇게까지 무너뜨려도 되는가 하는 마음에.
 그래도 마음 놓인다. 다섯번째인 <감염유희>를 거쳐, 최근 여섯번째 작품 <블루머더>가 일본에서 발간되었고, 이 역시도 국내에 번역 출간될 예정임이 확실하기 때문에.

 

 히메카와의 마음을 앗아간 마키타 이사오는 비록 조직폭력배지만 멋드러진 외모와 더불어 제법 의로운 면도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래, 우리(?!) 히메카와를 데려가려면 이정도 매력은 갖춰야겠지... 그렇지만 결정적인 대목(?!)에 이르렀을 때, 나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 쥐어지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이 나쁜 X이! 감히 그 더러운 손으로..... ㅠㅠ (너무 몰입했나?! ㅡ.ㅡ;;)

 

 소설속에 전개되는 시간과 실제 읽은 날짜, 시간대가 비슷해 더욱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던 이번 작품. 순경신세로 전락한 이오카의 깨알같은 개그, 살짝살짝 푼수끼 내비치는 히메카와와 씨익 미소짓게 만드는 재미있는 장면들, 히메카와의 명예가 조금이라도 더렵혀진다 싶으면 몸이 달아오르며 들썩들썩이는 든든한 키쿠타, 여전히 사악하지만 제법 우호적인 역할로 등장하는 간테츠 등 시리즈를 좋아했던 분들이라면 능히 즐겁게 읽을 수 있을만한 부분들이 많다.

 

 그밖에 폭력 조직간 세력다툼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 경시청 내부 각 과간의 알력다툼, 발로 뛰는 현장의 형사와 탁상행정으로 자기 자리보전에만 심혈을 기울이는 고위간부와의 충돌, 그 결과로 빚어지는 훈훈하면서도 파격적인 결말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다. 덕분에 히메카와의 처지와 운명의 궤적이 원래의 선에서 비껴나가기 시작했고...

 

 재미있는 것은 우연찮게도 히메카와의 처지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교이치로' 형사와 비슷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원인과 궤는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고, 각각의 작품들이 주목하는 바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다르고 각기 앞으로의 전개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추후의 행보를 살짝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을 법한 소스가 생겼다고나 할까.

 

 결과적으로 히메카와반의 운명까지 뒤흔들어놓게 된 9년전 사건.
 비극적인 결말로 방울져 내리는 슬픈 빗속.
 두근거림과 뜨거운 마음을 안고 마키타와 히메카와가 손잡고 달리던 눈부신 빗속.
 히메카와가 몽매에 잊지 못하는 그 빗속을, 나도 걸어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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