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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의 꿀
렌조 미키히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600여 페이지 분량의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며 떠나지 않던 얼굴 하나, 바로 일본 여배우 '단 레이(檀れい)'다. 여타 다른 작품들에도 많이 출연했겠지만 내가 그녀의 얼굴을 보고 기억한 것은 드라마 '아름다운 이웃(美しい隣人)'에서였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내게 더 익숙했던 '나카마 유키에'의 이름만 기억되었을 뿐, 얼굴과 애달픈 연기만으로 기억했던 여배우의 이름이 '단 레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건 순전히 소설 <조화의 꿀>을 읽고 나서 '조화의 꿀'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해 본 덕분이다.
'조화의 꿀' 검색 결과를 쭉 훑어보던 중 소스라치게 놀랐던 것은 '조화의 꿀'이 일본에서 드라마화 되었고, 그 주연으로 바로 이 '단 레이'가 출연했다는 것! 물론, 내가 상상하고 이미지를 겹쳐보았던 소설 속 '단 레이'는 아들을 유괴당한 엄마 '카나코'였지만, 드라마 '조화의 꿀'에서는 '란' 역할로 분扮했다고 한다. 어쨌거나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그녀의 얼굴이 드라마 소개 이미지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음을 본 그 순간, 머릿속에 콰지직! 벼락이라도 내려친 듯 했다... 내 예지력이 이 정도였단 말인가?! -_- ....어디까지나 '유괴된 아이의 엄마'라는 이미지 덕분에 '아름다운 이웃'에서 아이를 빼앗긴 엄마 역으로 나왔던 '단 레이'가 떠오르게 된 것이었겠지만... -_- 여담이지만, 이 '단 레이'라는 배우는 '8일째 매미'라는 작품에서 '아이를 유괴하여 키우는 여성'으로 출연했다고 한다. 이건 뭐, 유괴 전문 여배우 되시겠다.... 후후후
렌조 미키히코의 <조화의 꿀>은 아이 유괴를 둘러싼 진실과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다. 명확한 주제와 명확한 사건들로 600여 페이지의 분량을 만들어낸 것은 세세한 심리묘사에 공을 들였기 때문. 사실, 너무 질질 끈다는 느낌이 없잖아 들기도 했지만, 강렬한 반전과 놀라운 진실은 그 모든 과정을 보상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름 충격적이다.
물론,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억지스런 설정들 때문에 개인적으로 그렇게까지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지만 분명 뒷통수 얻어맞은 중후반부까지의 반전은 상당히 괜찮았다. 오히려 작가가 비장의 카드로 준비한 마지막 챕터의 내용은 개인적으로 쉽사리 진상을 눈치챌 수 있었기에 좀 맥이 빠졌다. 이런 식의 '놀이'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이런 말도 안되는 얘기를...'하며 어이없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기에...
작품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총 3단계의 진행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가장 심각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던 첫 단계, 첫 부분이 결과적으로는 가장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되어 버리고, 중후반부 반전과, 마지막 100여페이지의 마지막 부분에 방점이 찍히게 된다. 진상을 교묘히 가리기 위한 연막과 'XX유괴'라는 반전을 위한 작가의 포석이니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그렇지만 작품속에서 심각하게 생각해보고 나름 추리해봤던 부분들도, 그냥 별것 아닌 것으로, '가짜'를 위한 '가짜'로 넘어가는 부분들이 의외로 많았고, 명백하게 밝히지 않고 얼렁뚱땅 넘겨버린 부분들도 있다는 점은 분명히 단점이라 할 수 있다.
표지의 제목 위에 표기된 한자를 보기 전까지 이 작품의 제목을 '조화(調和)의 꿀'이라고 오해하면서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 했었는데, 책을 받아들고 보니 '조화(造花)의 꿀'이더라.... -_- 조화(調和)가 조화(造花)가 되니, 작품 이곳저곳에 곰곰히 생각해 볼 부분들이 많음을 깨달았다. 여러모로 충분히 일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