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 - 제1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황현진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9월
평점 :
성장소설은 참 재미난, 아니 '짱 재미난' 분야같다. 파릇파릇한 청춘들이 등장해 티각태각 후둑후둑 와다닥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함께 한숨짓기도, 함께 아파하기도, 함께 막막해 하기도 하고, 그들을 바라보며 어설픈 엄마미소 혹은 아빠미소 지어보기도 하고.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는 제법 발랄하고 발칙한 성장소설이었다.
어느 날 문득 미국으로 이민 가버린 부모님 덕에 옥탑방에서 홀로 생활하게 된 공고3학년 태만생. 절친 태화(태화네는 고무장갑 공장을 한다고 한다. 피식-. )와 이태원 짝퉁가방 가게에서 삐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정확히는 훌륭한 삐끼 역할을 수행하는 태화와는 달리 '단속차량 번호'를 다 못외는 바람에 창고에서 물건이나 가져오는 '셔틀'에 머물고 말았지만.
만생이 좋아하는 오선. 만생을 외면하는 오선. 뜻하지 않게 만생이 '첫 경험'을 치르게 된 유진. 멀쩡하지만 뜻밖에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되는 태화. 성장소설 답게 네 남녀가 토닥토닥하며 이야기가 굴러가는 가운데 조금은 뜻밖의, 아니, 어느 정도 예견되었을 법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아스라하게 바라보이는 저 먼 곳(그 곳은 '애메리카'일지도!)을, 애써, 힘껏 달려가야만 될 만생을 조금 애처로워 하는 마음으로, 망망대해의 일엽편주 처럼 막막하고 망망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 그 처지야말로 책 속 어느 인생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 얘기와 진배없지 않은가! 등장인물 좀 다르고 배경 좀 다르고 전개가 좀 다를 뿐. 훗~
발랄 발칙한 표현들과 생물명태처럼 파닥파닥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 낮은 곳의 인생들과 그늘진 곳을 따스한 시선으로 비춰주기도 하고, 색다른 삶과 독특한 곳의 공기를 들이마시게 해주기도 하는 제법 괜찮은 소설이었다.
다만 뒤에 실린 어느 심사평의 지적처럼 조금은 결말을 성급하게 낸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인데 너무 황급하게 무대 뒤로 밀어내 버린 것은 아닌가. 너무 복잡해도 별로지만 몇몇 인생들 좀 더 엮어서 분량을 더 뽑았더라면 더할나위 없이 읽는 맛 넘치는 보글보글 '부대찌개'가 되었을지도. 뭐, 이만해도 충분히 '짱 재미난' 소설이기는 하다.
가슴에 와닿는 수상소감, 본문 만큼이나 발랄한 윤성희 작가의 수상인터뷰도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언제 쓰여지고 언제 나올지는 모르지만 '적절한' 관심 가지고 기대하고 있어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