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수장룡의 날
이누이 로쿠로 지음, 김윤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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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제9회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1위 수상작이라는 <완전한 수장룡의 날>. 독특한 제목이 궁금증을 자아냈고, 뭔가 아스라하고 몽환적인 표지도 시선을 끌었다.

 자살을 시도해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 있는 남동생 고이치와 센싱을 하는 만화가 가즈 아쓰미. 센싱이란 'SC인터페이스' 시스템을 통해 환자의 의식과 접촉, 교감을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상당히 SF적인 발상이지만 센싱을 통해 환자의 의식속에 섞여들어갈 수도, 그 환자의 이미지화된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고 교감할 수도 있다는 설정. 영화 '매트릭스'나 '인셉션'에서 현실 공간과 가상공간 혹은 꿈속 공간이 나뉘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댁이 있는 섬으로 놀러가 바다에 떠내려갈 뻔 했던 고이치와, 떠내려가려는 그의 손을 잡은 감촉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아쓰미. 그 사고로 부모님은 이혼하고 엄마와 단둘이 살다가 만화가의 길로 들어서, 인기작가가 된다. 의식이 없는 고이치와 꾸준히 센싱을 하며 그와 교감하지만... 어느날 부턴가 현실과 센싱을 하는 그 가상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하고... 혼란에 빠지는 아쓰미.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가, M모 소설가처럼 현실도 환상도 아닌 '꿈보다 해몽'인, 붓가는 데로 써 제낀 3류 소설인가 하며 읽어내려 가던 차에, 제법 충격적인 반전에 이르렀다.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아쓰미의 처지와 반전에 조금은 가슴 아프고, 애처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아쓰미의 마음을 생각하니 서늘한 바람이 가슴에 드는 것 마냥 더없이 쓸쓸하고, 씁쓸하고. 그렇게 끝나는가 했는데, 다시 한번 불어닥친 반전. 그리고 조용한 결말.

 제목 <완전한 수장룡의 날(A Perfect Day for Plesiosaur)>은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유명한 'J.D. 샐린저'의 단편 <바나나피쉬를 위한 완벽한 날(A Perfect Day for Bananafish)>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 작품을 읽어보지는 못해 뭐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결국 '수장룡을 위한 완벽한 날', '완전한 수장룡의 날'이란 아쓰미가 '그것'으로부터 해방되고 자유로워지는, 아쓰미의 마음이 치유되고 '그곳'을 탈출하게 되는 바로 '그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가 수장룡을 타고 떠나가는 그 절정은 정말 내 마음속에서도 무언가 빠져나가는 듯 한, 내 마음까지도 정화되고 치유되는 듯 한, 명장면이자 최고의 연출이 아니었나 싶다.

 중간중간 힌트처럼 날리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대한 철학적인 설명들, 여름날 그 사건이 있었던 남쪽 섬과 바다의 풍광 묘사,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만화가의 일상, 치밀하고 빈틈없는 복선회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결말, 시종일관 조용조용하고 정적으로 전개되는 차분한 분위기, 제법 가슴아프고 먹먹해지는 깊은 여운까지.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만장일치 1위 수상작이라는 말이 허울이 아닐만큼 머리를 때리는 충격과 가슴을 때리는 여운이 상당했던,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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