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버스괴담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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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밤 그 버스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압구정 소년들>로 깊은 인상을 받았던 이재익 작가의 신작 <심야버스괴담>. 개인적으로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에 이어 세번째로 읽게 된 그의 작품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서술과 문체, 그러나 때로는 환상과 몽상도 적절히 넘나드는 폭넓은 세계관. 해외 장르 소설 못지 않게 술술 읽히는 탁월한 가독성. 이야기를 이끄는 힘도 넘치고, 재미도 보장하는 꽤 괜찮은 작가.
 
 이번 <심야버스괴담> 역시 이재익 작가의 이런 장점들이 충분히 드러나는, 한여름 밤에 읽기 썩 괜찮은 흥미로운 작품이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분당-강남을 운행하는 2002번 시외버스에 탄 6명의 승객과 운전기사. 술에 취해 운전기사를 위협하다 승객들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돌발적인 사고로 숨지는 한 승객. 그 누구의 고의도 아니었지만 버스 안은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만다. 시체를 인근 야산에 유기하는 과정에서 버스기사마저 사망하게 되고... 돌이킬 수 없는 늪으로 빠져버린 5명에게 피의 칼부림이 들이닥친다.

 그야말로 해외 장르 소설에서나 볼 법했던 주제와 비릿한 피냄새. 이것이 군제대후 대학 3학년때 쓴 작품이라니 제법 경이롭다. 그러나 그만큼 깊은 맛은 떨어지고, 절정과 결말이 조금은 성급한 감이 있다. 버스 승객들의 개인사를 좀 더 늘리고 우연에 필연을 조금 더 꼬아놓았으면 분량도 더 빠지고 읽는 재미도 더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복수에 의해 죽어가는 이들도 너무 뜬금없이, 성급하게 픽픽 죽어나가기도 했고.
 
 그렇지만 은빛 피를 흘리는 달빛 아래 벌어진 사건들과 유혈이 낭자한 피의 복수 등 긴장감과 분위기는 꽤나 좋았다. 마지막 작은 반전도, 없었더라면 소설 전체적으로 꽤나 힘이 빠졌을 법 했는데 제법 몽환적으로 잘 처리한 듯하다.

 마지막으로, 소설 뒷표지에 쓰여진 문구와 발췌문이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지 않았나 싶다. 으례 책읽기 전에 앞표지 뒷표지를 한번씩 훑고 읽기 시작할텐데 조금은 부적절한 정보가 담겨있었던 것 같아 아쉽다. 뒷표지 문구를 먼저 읽은 뒤라 책을 읽는 내내 그 내용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으니... 어쨌거나 한여름 깊은 밤에 스르륵 읽어내기에 좋은, 이재익 작가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이번에 같이 출간된 <아이린>과 곧 나올 재난블록버스터를 표방한다는 <싱크홀> 역시 이재익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무척 설레이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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