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법과 정의, 그 경계의 기록
안종오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_안종오
출판사_다산북스(다산지식하우스)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법과 정의, 그 경계의 기록
- 사건 하나에 적어도 하나의 인생이 걸려 있다!

검사라고 하면 보통 어떤 이미지들이 떠오르는지 궁금하다.

내 경우는, 드라마 속에서 멋진 수트 쫙 빼 입고, 냉철하고 지적인,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로 죄인에게 형을 모습들이 먼저 연상된다. 검사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은-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며, 억울한 누명을 쓴 선량한 사람들을 구해주고, 조작된 진상 속에 가려진 시시비비를 가려내어 정의를 구현하는 모습들-감동 그 자체다.

물론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가끔 속세적인 무리로, 자신의 신분 상승을 위해 부와 권력의 실세와 손잡는,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로도 그려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보통은 전자의 이미지가 더 먼저 떠오르지 않나 싶다.

여기, 이 책을 쓴 저자 역시 그 '검사'들 중 한 분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막연하게 생각하는,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검사의 모습 보다는 조금 더 '인간적인' 모습의 검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 책에는 사건에 대한 판결에 대한 분석적인 설명이나 거기서 오는 감상 같은 것이라기보다는,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마냥 냉철할 것 같은 직업이지만, 끝없는 민원과 쌓여오는 업무 때문에 정신없고, 겨우 공부해서 직업을 얻었더니, 또 경쟁 사회에 정신없는 일상들. 야근하느라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지 못해 한탄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늙어가는 부모님 앞에서 숙연해지는 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검사'니까.....일반인들과는 확실히 다른 두뇌와 그에 따른 능력을 지녔을 거고, 업무에 따른 벌이도, 또 그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도 훨씬 다를 거다. 거기까지 생각하면, '이 사람은 아무리 그래도 결국 소위 '엘리트'잖아. 그런 고민들 있어도 충분히 훌훌 털어낼 수 있겠지, 그만큼 버는 데 못 버티겠어? 하는 자격지심과 삐뚠 생각들이 조금은 일었지만.

그런 점을 고사하고서라도, 그냥 이 분이 자신이 마주하고 겪은 일상과 사건에 대한 기록들은 그냥 사람으로서 공감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아, 다른 조건 다 털어내도 결국 '검사'도 사람이지, 하는 그런 생각.

 그리고 딱히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뭔가 읽는 중간 중간 계속 울컥울컥 했다. 그리고.... 울었다. (요즘 정말 정신적으로 울적한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의 글 자체가 슬프다기보다는, 글에 담겨있는 사례들을 읽고 있노라면 그냥 너무 답답하다. 알고 있고, 겪고 있으나 외면하고 싶은 암담하고 씁쓸한 현실들을 마주하게 되는 기분이 들어 더욱 그러하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사례에서는, 첫 장에서 계속 눈물이 나서 조금 시간이 걸렸는데.. 일흔다섯 살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소년의 일화였다. 영업이 끝나고 빈 가게를 털던 소년이 잡혔는데, 유난히 횟집만 털던 것이 이상하다 싶었던 거다.


'.....그 뒤로 수년 동안 아버지가 안 오고 돈도 없다 보니 단 한 번도 횟집에 가지 못했다. 회를 좋아하는 할머니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보니 횟집만 보면 그냥 화가 많이 난단다. 그렇게 말하는 소년의 눈에 눈물이 어린다.'-p.19


이혼 후 할머니에게 맡겨지고, 아버지는 돈 벌러 다닌다고 나가버린 지 수 년 째 감감무소식. 그 어린 핏덩이를 할머니 혼자 폐지를 주워가며 키웠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어무도 돌봐주는 이 없이 자라나야 했던 이 소년이 마주한 곳은 어디었겠는가. 참 예상하기 쉽고 예외없는 슬픈 이야기다.

그렇다고, 물론 저 소년의 잘못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저 소년이 불쌍하다고 다 선처해주면 법은 왜 있고, 벌은 왜 있겠는가. 하지만 참 그 사건에 가려진 현실이 너무 암담할 뿐이었다. 

다 늙은 일흔 넘은 할머니가.... 폐지를 주워 저 소년을 키우던 할머니가 그래도 손주라고 선처를 빌러 또 찾아온다. 사연을 읊으며 흘렸던 소년의 눈물이 너무나도 공감이 갔는지..... 저 페이지에서 눈물이 계속 차올라서, 닦고, 또 닦아도 차올라서. 분명 나는 쟤보다는 훨씬 나은 삶일 텐데도. 그냥 너무 불쌍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안 검사님이 마주한 사건들과 정말 순수한 '기록'에는 남길 수 없었던, 검사로서, 검사 이기에 생각해 볼 수 있는 그 기록 너머의 이야기들이 순수하게 담겨있다

읽다보면 참 암담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대신해 돈을 모으려고 이 일 저 일 다 뛰다가, 너무 지쳐있던 참에 통학버스 운전하다가 유치원생을 죽게 한 젊은 청년 이야기.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돈 벌러 다녔을뿐인데, 그 틈에 일어난 우발적인 사건으로 가족을 잃고 가해자로 의심받았던 한 가장. 한 회사의 대표가 사업 실패로 빚쟁이가 되면서 범죄자가 되어야 했던 사건들.....

저런 일화들을 보니 새삼 법과 사법 기관들의 역할이 막중한 것임이 느껴졌다. 또... 모의 재판이나 실제 본인이 맡았던 사건 재판 일화에서 살짝 언급되는 재판 모습들을 보노라면..

정말 같은 사건을 놓고도 판결이 뒤집히는 장면을 보고 세상이 더 무서워졌다. 시쳇말로 얼마나 '입빨' 좋은 변호사와 만나게 되느냐에 따라 죗값을 치러야 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치르게 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겠구나. 선량한 사람이 빗발치는 유도/반대 심문으로 넘어갈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읽다보면 검사님이 유독 사건의 이면에 대해 생각하시려 노력하는 점을 볼 수 있다... 사건을 '일'적으로 잘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하겠지만, 어떤 일에서 어느 이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진정성'이나 '직관'과 같은 정략적인 점들도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턴할 때였나... 어찌나 억울하던 민원인들이 많았는지. 처음에는 그 사람들 모두 힘든 사정이 있었을거야. 그러니까 너무 몰아세우면 안돼. 얼마나 힘들었겠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대하니 한도 끝도 없었다. 그래서 '민원은 민원이야. 하나하나 다 맘 가지고 신경쓰면 너가 지쳐.'라는 주변 동료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어떻게 그래?'라는 생각이 들다가. 시간이 지나자 '그게 낫겠다.'싶어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인턴 수료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을 대하는 일에 '사람'을 빼고 일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힘겹게 방문하시는 분들에게는 항상 차나 커피를 여쭙거나, 날씨가 더우면 '더우셨죠, 오시느라 고생하셨네요.'라고 말을 하려고 노력하기도 했고...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이 오면 자리를 앞으로 내어드리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여튼... 그때의 일들이 막연하게 떠오르게 하는 글들이었다.


"그래....... 착한 사람들도 가끔 범죄를 저지르지 나쁜 사람들만 범죄자가 되는 게 아니야."-P.146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이 부분을 읽는데 저자의 한숨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 책을 통틀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내게는 (일정 부분 다른 이야기를 제외하고) 검사로서 가치관이 약간 섞여있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님이 사건을 볼 때 강조하시는, '진정성과 직관'의 힘을 생각하면 말이다.

때문에 그를 위해 검사들이 생각 외로 얼마나 많은 고민 속에 살아가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책이었다.

... 확실히, 책 덕분에 검사들도 '검사'라는 지위로 꼭 지적이고 멋진 삶만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알게 되었다. 다만, 사건 사례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 속에 내재된 우리 삶의 모순을 함께 발견하게 되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판결을 받고, 우리가 법의 정당성 속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권력을 지닌 사람들의 책임감과 같은 직업 사명의식, 그리고 윤리의식이 더욱 강조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본 서평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6기'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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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에 대하여
아리요시 사와코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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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 소개

"나는 죄가 없어요. 그저 수수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추구했을 뿐이랍니다."


그녀가 한 송이씩 정성껏 만들어 친구에게 선물환 조화(造花)에서는 오래도록 향기가 풍겼다고 한다. 가짜 꽃의 거짓 향기처럼 사람을 미혹시키는 것은 없다.
- 「옮긴이의 말」에서


**

도미노코지 기미코의 얘기를 듣고 싶다고요?

도미노코지 기미코. 그녀는 전후 엄청산 생활력과 사업 수완으로 '사업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명실상부 도쿄의 여왕이었다. 그러나, 모든 걸 가진 듯 했던 그녀의 삶은 떨어져 나간 한 떨기 장미꽃 마냥 함께 끝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을 둘러싸고,그녀 관계된 27명의 증언들이 하나하나 풀어져 나간다. 글에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27인의 이야기를 듣는 중에 은연히 알게되는-소설가 '나'의 시점으로 도미노코지 기미코의 삶이 재조명 되기 시작한다.


기미코는 집안 형편이 녹록치 않아, 의무교육을 마치고 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소녀였다. 부모님이 채소가게를 운영하고 계셨으나, 그녀는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부족한 공부는 야학으로 보충하며 세무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던 여성으로, 어떻게 보면 자수성가한 사람의 표본이요, 전후 혼란기에 능력있는 신여성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을 둘러싸고-혹은 그녀가 성공 후, 매스컴을 타기 시작하면서부터-악의적인 소문들이 함께 돌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꽃뱀, 보석 브로커, 사기꾼, 워커홀릭, 복잡한 혼인관계, 비인간적인 사람... 등등......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그녀의 빌딩 아래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누구 못지 않게 밤낮으로 노력하며 살았던 그녀. 키미코는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한없이 순수하고 열정적이고 아름다웠던 한송이 장미같은 사람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속에 숨겨진 가시 같은 지독하고 무서운 사람이었다.

이렇듯 27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녀에 대한 추측이 몇 번이고 번복된다. 그러나, 그 속에서 기미코는 해명이나 변명같은, 그녀에 대한 어떤 이야기는 일절 들려주지 않는다. 증언을 듣고 정리하는 '나' 역시 한 명의 관찰자 일 뿐이다.

27명의 증언을 들으며 판단하는 것은 오로지 독자의 몫.
또, 죽음의 진상도 확실히 규명되지는 않는다. 결국 27개의 증언을 통해 그녀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그녀가 존재했던 공간, 정황들을 곱씹어 보며 어떤 마음이었을까. 추측해 보게 된다.

이 과정 속에서, 한 인간의 삶이 관점에 따라 어떻게 비칠 수 있으며, 시대적 배경에 따라 어떻게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다가온다. 또, 책을 덮을 즈음에는, 마치 전후 일본 사회의 중심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2  리뷰

바둑을 직접 두지는 않았지만, 27개의 증언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27개의 바둑알을 하나씩 다시 복기해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한 수, 두 수 둘 때마다 끊임없이 나를 가로막는 상대가 있는, 흑백으로 점철된 복잡한 바둑판 같은 인간의 삶을 떠올리게 해주는 그런 책이었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 '기미코'의 삶은 그냥 그 위 흰 돌도 검은 돌도 아닌, '바둑판'자체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상황에 따라 흰돌도, 검은돌도 놓을 수 있었던 능력을 겸비했던 여자. 순수와 사랑과 정의가 흰색도 검은색도 될 수 있었던 장기판. 딱 그런 느낌이었다.


27개의 변주곡
꼭, 변주곡을 듣는 기분이었다. '키미코의 인생'이라는 주제를 놓고 여러가지 형식의 기법이 적용되 나오는 변주의 연속.
앞서 계속 언급했지만, 27개의 증언이 조금씩 다르다. 물론 크게 선/악과 같이 나눌 수 있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같은 상황을 놓고도 미담 열전이 나오다가도 어떤 이는 그걸 번복해버리기 때문이다.

초반부만 보더라도, 같이 야간 학원에 다녔던 남자는 열심히 공부하던 순수한 아가씨 쯤으로 보았고. 몇 동창들의 일화에 따르면 떠돌이 동물들을 가엽게 여기는 여린 심성의 소녀였으며, 어떤 친구에게는 전후 옛 귀족가문의 향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무기력한 집안에 얹혀살며 집안 허드렛일을 도맡아주고 자신을 도와주던 착한 아이이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먼저 읽다보니, 당연히 갑자기 동거남과 일화 후에는 기미코가 약간 안타깝기도하고, 그 시대 여성들도 저렇게 밖에 살 수 없었던 걸까. 하고 아쉬움과 같은 연민이 살짝은 서려있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초반부 <바람둥이 대학생>편까지만해도 거기 나오는 남자가 키미코와 연애하고 동거까지하면서, 제 성에 차지 않는 형편이라며 다른 여자와의 미래를 꿈꾸며 만남을 지속하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이야기부터는 반전이다. 자신은 '사랑'이 전부였을 뿐이라며, 아이는 혼자서라도 낳겠다던 그녀가, 새로 결혼 살림 차린 남자의 가정에 와서 버젓이 그들의 부모 앞에 사실을 다 털어놓은 것이 아닌가. 게다가 이혼 소송에 위자료까지.

그리고 이처럼 '사랑'에 대한 이야기 말고도, 한 명의 사업가로써 그녀의 사업 수완과 품성에 대한 이야기도 분분히 엇갈린다. 어떤 직원들에게는 인심 좋고, 시대를 내다 보고 사업을 진행했던 뛰어난 사업가였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모조품을 교묘하게 팔고 전후 보석 가격에 대한 정보를 통해 브로커 일도 일삼았다.

누군가에겐 멋진 어머니였으나, 누군가에게는 모진 딸이자 냉정한 어머니였다.


27개의 열쇠, 타살vs자살
이처럼 하나의 사실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이어지기 때문에 이야기는 정말 지루할 틈이 없다. 다만, 어떻게 해야 되도록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걸까를 놓고 계속해서 고민을 하게 된다. 이 여자가 정말 타살을 당할 정도의 일을 행했는가. ..... 같은?

와타세 이야기까지만 보면 마치 아이를 갖고나자 버림 받은 처연한 여자의 복수극처럼 보이기도하고, 도미모토 간이치의 이야기를 들으면 지나치게 그 시대에서 요구했던 여성상으로 버림받은 불쌍한 여자가 있는 것 같기도(?)하다. 과거가 깨끗해야 한다거나, 되도록이면 혼전순결을 강요한 그 시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같은 의식말이다.

그러나, 사와야마의 이야기를 들으면 무서운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마지막즈음 데루히코이야기까지 갔을 때는, 아.. 왠지 이 여자 진짜 '악녀'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친어머니의 증언이 나올 때부터 계속 찝찝했었었다.

무튼 저렇게 이야기를 떠올려보니 일단 확실한 건..... 기미코라는 여인에 대해 '악녀'라는 판단을 내리게되었다. 그런데, 이 여자가 타살을 당할 정도였나......까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는 것이 판단이었다.

물론 그녀가 한 짓 중에 용서받지 못할 간악한 짓도 있었지만, 범행 동기여부를 떠나서, 왠지 이 여자의 삶을 반추해보면, 본인이 내던진 것이 더 맞는 느낌이 들었다. (아... 뭐라고 설명하기 어렵다...) 

솔직히 책 역시 답을 알려주지 않으므로, 이것 역시 독자의 몫이나, 나는 그저 둘째 아들과 간호사, 그리고 마지막에 불타올랐던(?) 남자 직원의 증언을 종합해서 나름 나만의 결론을 내렸다.


독자들이 내려보는 악녀의 정의
기미코는 단적으로 말하면 짠하고도 무섭고 나쁜 여자였지만, 동시에 당시 일본 전(戰)후 혼란스러운 시대상에 나왔던 전형적인 인물이자, 현대 사람들이 타인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떠올리게 해주는 캐릭터였다.

기미코의 죽음을 밝혀내기 위해 증언을 읽는 것도 재미있지만, 사람들로부터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다양할 수 있구나를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몇 명의 지인들이 떠올라 소름이 돋기도 했다.

다만 소설 속 주인공처럼 극단적으로 그려지지 않았지, 세상에 이미 많은 '기미코'들이 살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다소 씁쓸한 자문도 해보고. 또, 나 역시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정당하게, 순수한 것 마냥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에겐 악녀 기미코같은 사람일수도 있는 거고.

이런 생각까지 이르다보니 왜 작가가 기미코(君子)라는 이름-작중 기미코가 너무 흔한 이름이라고 개명하고 싶다는 의지를 몇 번 내비쳤다.-을 썼는지 괜히 소름돋고 그러기도 했다.


당시 일본이 그려지는듯한 생생함
책을 읽는 내내 당시 일본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옛날 수능 공부할 나이, 현대 문학 읽을 때는 시대상을 나타내는 단어를 참으로 줄기차게 필기하고 형광펜으로 체크하고 외웠는데... 참으로 신기하다. 읽다보면 사용되는 단어 하나 하나에 당시 배경들이 묻어나온다. '지하철이 아니라 노면전차'라던지, '귀족집안'이라던지, 계속해서 나오는 '전후'라는 단어.

1950년대. 전후 패전 국가가 되면서 귀족들은 몰락하고, 민주주의가 발현하고, 혼란을 틈타 사람들의 생활상은 변화한다. 능력있는 자가 점차 부를 늘린다. 노력하지 않으면 도퇴되고, 부동산 버블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새로운 사업에 대한 논의가 생겨난다. 부동산 투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건물 양식을 세우고, 성장한 여성 사업가나 '사모님'들의 모임도 형성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에 대한 시각이 매우 보수적이다. 아직도 남자보다 여자가 더 능력있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며, 남자는 매춘부를 사더라도 여자는 정조 관념이 깨끗해야 한다는 생각도 은연중에 살짝 나온다.

이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다보면, 가끔 소설 분석하다 으레 나오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 현대인의 혼란스러운 삶을 대변하는...'어쩌고 하면서 인물 분석을 하던 내용이 기미코에게 투영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찌보면 착한척, 가식과 위선으로 휘감은 허식의 여왕이기도 했지만, 기존의 것이 뒤엎이고, 성공의 기회가 사방에서 움트던 혼돈의 시기에, 자기 나름의 '이상향'을 쫓던 여자가 자신의 이상에 갇히고 말아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기타/마무리
책 읽는데 3시간 반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책은 정말 술술 읽혀들어간다. 사람마다 증언이 다르니 27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고, 어느 순간부터는 죽음에 대한 진실도 진실이지만, '도대체 이 여자 어떤 여자야?'라는 생각 때문에 책을 놓을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책을 읽으면서 드문드문 떠오른 몇 명의 지인들도 있고...... 가령 부모님들은 마냥 순수하고 어린 줄로만 아는데 속은 능구렁이 몇 백마리나 여우가 자리한 사람이라던가, 다른 친구들은 마냥 착하고 베푸는 거 좋아하는 걸로만 아는데, 어이없는 이유로 나를 몰아갔던 한 친구라던가....(물론 이건 내 글만 읽고는 판단할 수 없는 내용!)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기미코였겠지 하는 생각도 들고. 나를 담았던 시선 속의 나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또, 나 역시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내 딴에서는 '옳은 방법, 선한 방법'이라고 치부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무책임한 행동, 하지 말았어야 했던 행동'으로 비치기도 했었으니. 그런 인간의 내면이나 행동들도 녹아 있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줬다는 점에서 좋은 작품이었다.
 
아, 여담으로 책을 읽는 동안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미스리플리>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드라마는 보지 않았고, 궁금해서 검색해보다가 저 단어를 알게 되었는데.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뜻하는 용어이다. '리플리 병' 또는 '리플리 효과' 라고도 한다. 성취욕구가 강한 무능력한 개인이 마음속으로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많이 발생한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다가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거짓말을 일삼으면서 이를 진실로 믿고 행동하게 된다.
- [네이버 지식백과] 리플리 증후군 [Ripley Syndrome, ─症候群]


계속해서 자신의 친어머니를 양어머니라고 소개하던 키미코, 그리고 이제 재력가가 되었지만 은연중에 의무교육밖에 받지 못했던 자신의 학력을 꺼내며 굳이 수그리던 그녀의 모습들. 그녀가 귀족가문의 사생아는 아닐까 하던 소문들. 그녀와 조화. 그리고 후반부에 나오는 둘째 아들의 이야기. 아름다운 곳에 닿고 싶었던 엄마의 모습.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들이지만, 모든 것들이 교묘하게 맞물리는 느낌이 들어 아연하면서, 약간의 소름이 돋기도했다. 아, 혹시 이 여자 실은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열심히 살면서 극복해보려다가 되려 병적으로 살아온 게 아닐까. 

옮긴이의 말에 가짜 꽃의 거짓 향기 ... 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조화가 그렇게 상징적인 것일 줄은 몰랐는데, 책을 끝까지 완독한 지금은, 기미코에게 가장 어울리는 꽃이 아닐까 싶었다.

이처럼 읽는 동안 끊임없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만드는 오랜만의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


<본 서평은 현대문학(출판사)의 문학독후로 활동하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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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본깨적 - 평범한 직장인이 대체 불가능한 프로가 되기까지
박상배 지음 / 다산3.0 / 201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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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본깨적_박상배
출판사_다산북스



1_책 소개


"성과의 차이를 만드는 업무 실행력 8주 프로젝트"
우리가 성공하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는 성공을 멀리서 찾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을 바꿀 답은 오직 자신의 현장에 있다.

 

 


"왜 열심히 일했는데도 성과가 나지 않았을까요."

-에서 시작한 책은, 한마디로 요악하면,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데 어떤 방법과 태도로 일을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자기계발서였다.

  
<왜 본깨적인가>부터 시작해서 <업무력>, <실행력>, <현장으로>의 총 네 개의 챕터로 구분되어 있다. 

<본깨적>은 어쩌면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해준다. 예컨대, 아이젠하워의 원칙처럼 일을 분류하는 방법(중요하고 급한 일, 중요하진 않지만 급한 일, 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일,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과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지녀야할 태도(노가다식, 프로젝트식 마인드)와 같은 것들이다.

동시에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업무를 바라볼 때 생각해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준다.

바로 100세 시대, 엄청난 취업난이다.
힘든 문을 열고 겨우 들어왔는데 정작 본인이 생각한 업무와 다르고, 성과는 나지 않고. 이 와중에 나이는 먹는데 평균 근무 년수는 20-30년. 20-30년 번 돈으로 40-50년을 살아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아니, 이미 우리는 그 급류를 타고 같이 흘러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지금까지 행해왔던 것처럼, 그냥 열심히 살아서만은 20년, 길어봐야 30년 일하고 생계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후 100세까지 어떻게 할 것인가.
초장을 보면 의업의 4단계라고 해서, 일의 초기 단계인 습득자-근로자-창조자-숙련자의 단계가 나와 있다. 즉, 인생의 숙련자까지 도달해서 인생이라는 밭을 경작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한 방향과 방법, 태도가 녹아진 책이 바로 <현장 본깨적>이었다.
  


2_ 리뷰


[내 일에서 성과를 얻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본깨적>은 꼭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직장인을 떠나서,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그밖의 자기만의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 등 인생을 계획, 설계하고 차근차근 이뤄나가고 있는 사람들 모두  읽을 수 있는 내용의 책이었다.

내 경우는 취준생이라 솔직히 처음 책을 받고 살짝 '의아함'이 일었고, 솔직히 자기계발서를 막 즐겨 읽지 않는터라 살짝 '오묘'했다. (무지무지 주관적이지만) 어쨌거나, 내게 자기계발서라 함은, 저자가 성공하고 나서, '나 이렇게 성공했다. 그러니까 너도 열심히 살아'라는 느낌을 주는 분야이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책을 금세 읽을 수 있었던 건, 안에 들어있던 '사례'들이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차피 저자의 방법을 다 받아들일 이유는 없으니,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나 보자, 하고 읽었는데, 방법론적인 부분들을 빼면 꼭 수필 같아서 재밌기도 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어쨌거나 핵심은 업무를 바라보는 '관점(보고)'과 업무를 수행하는 '나(깨닫고)'를 정확히 알고 실제 업무에 '적용(적)'하는 것이다. 

즉, '지피지기 백전불태'인 것이다. (이 틀을 놓고 따라 읽으니 책은 수월하게 읽었던 것 같다.) 무튼,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업무의 소재를 명확히 해야한다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업무인지, 시간을 좀 먹는 쓰레기인지. 후자는 업무 시간만 늘려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당연히 성과를 낮게 만든다.

여기에다가, 업무를 그저 그런 '노가다'라고만 생각해 버리면 설상가상. '왜 열심히 하는데 성과가 안나오죠?'와 같은 소리가 나오는 거다.

나는 회사 경험이라면 아직 현장실습과 두 번의 인턴이 다라서, 아직 이렇다 할 답은 모르지만, 나를 활동하면서 보고 느낀 것은, 정말 소위 말하는 '성과'를 잘 낸다는 사람들은 일은 당연이요, 마인드가 다르구나를 느꼈던 것 같다. 그 사례는 정말 학벌이고 뭐고, 정규직이고 비정규직이고,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보았던 경험이었다.  

정말 자기 분야에 열정을 갖고 일하는 사람은, 조직의 조직적 결함(?)등을 탓하지 않는 것 같다. 그저 기회가 오면 열심히, 그리고 주어진 업무는 어떻게하면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건,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공부를 하든, 과제로 프로젝트를 하든, 공모전을 하든, 취업준비를 하든... 다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건, 내가 수행하고 있는 일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생각의 힘_노가다인가 프로젝트인가?]
나는 요 파트의 사례가 가장 재미있었다. 바로 업무를 수행할 때의 '마음 가짐'이다. 내가 일을 할 때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부분은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나(깨)'를 파악하는 부분과도 연결이 되어 있고, 뒷장에 나오는 '삶의 불균형'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내 일을 '노가다'라고 생각한 순간, 이건 그저 '막노동', '오로지 생계를 위한 일'이 되어버린다는 거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되면, 일이 '도전'이 되고,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새로 아이디어를 창조하며 '가치 창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어떻게 보면 말장난처럼 느껴질수도 있다. 솔직히 나 역시 '세상에 얼마나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냐;주의'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건 그저 자위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막상 아르바이트든, 인턴이든.... 하물며 대학 시절 과제나 대외활동 할 때의 나를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주어진 일을 '엄청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 마냥 하고 다녔던 것 같다.

인턴했을 때의 일이었다. 당시에 약간 비상사태(?)로 일손이 부족해 일을 많이 도와드려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치만 나는 그저 인턴이라 그냥 인사정도만 하고, 대기해야 하는 고객분들에게는 차를 내어드리거나, 담당자분들이 업무 수행할 때 열심히 서류 나르는 일이 다였다. 정말 어찌보면 '노가다'였다.

그런데 혹시나하는 마음에, 직원분들이 잠시 자리 비울 수도 있지 않나? 그때 상담 내용이라도 미리 들어야 하지 않나? 싶었고. 알아 먹으려면 업무를 조금은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업무 지침서를 평소에 읽어 두었다.

그러다 일이 한번 터졌다. 외국인 고객이 왔는데, 한 직원분이 자꾸 지금 해결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겨우겨우 리스닝으로 다져진 듣기로 상황 듣고 고개 끄덕여주는 거랑... 'wait a minute, please.'가 다였지만, 여기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담당자분이 이전 고객 상담이 다 끝날 때 바로 여쭤보고 도와드릴 수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Thank you for waiting이라는 말에 그 외국분이 Thank you라고 해주시는데 어찌나 벅차던지!

내가 만약 인턴이니까, 단순 '노가다'라고만 생각했다면 애초에 업무 지침서를 읽을 일도 없었을 거고, 외국인 고객은 어떻게 응대하는지,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전혀 몰랐을 거고, 앞에 상담사 분이 안된다고 했을 때, 그냥 돌려보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 일을 하나의 '프로젝트', 즉, 나에게 '도전'이 될 수 있고, 내 '성장'을 가능하게 할 수 있으며, '성취감을 주는 일'..... 등으로 명명했기 때문에 그렇게 움직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조금은 들었다.

저자의 사례는 강연회 일을 추진할 때 이야기였다. 나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업무라 나는 감히 비교하기 어렵지만...; 저자가 현실적인 여건에 부딪힐 때마다, 이 마인드를 지녔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방도를 찾은 결과,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그 사례를 읽는데 막다른 골목에 부딪힐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머리 굴리는 모습이 짠하면서도 공감가기도 하고,  또 대단해보여서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났다.


[기타/마무리]
저렇게 일을 보는 방법과 자신을 바라보고나면, 이제 얼마나 '몰입'해야 하는지. 그 몰입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렇게 몰입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휴식'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책은 일을 수행하고, 나아가 삶이라는 망망대해를 헤쳐나가는데 어떤 방법이 옳은 지에 읽는 내내 자문하게 해준다.

뒷부분에 나오는 저자의 스케쥴러는 정말 우와를 넘어 경악이었다.
그렇게 살다간 나는 작심삼일은커녕, 계획 세우다가 혼자 지칠 것 같은데... 싶었던.

물론, 책에 대한 내용 100%를 모두 다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런 책을 읽으면 세상에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 그리고 상상 이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때문에 경각심도 갖고, 자극을 받는 점은 좋은 것 같다.

8-56-33이라던지, 1-1-1법칙이라던지. 어마무시한 저자의 스케줄러라든지. 저자가 제시한 몇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걸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몫인 것 같다.

 그저, 저자가 현장에서 뛰고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정리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를 반추해보는 일. 그리고 일 혹은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혹시 쓸데없이 하는 건 없었나. 나는 이 일을 그저 노가다 식으로 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

그런 점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좋을 것 같다.


<본 서평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6기'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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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사랑이죠
향기바람이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1_책 소개
 


<내맘대로 키워드>
현대로맨스/애잔물/오래된연인/순정녀/순정남/후회남

<주인공소개>
 

이경은(31)_CYS '함께여는사회' 메인작가. 

7년의 막내작가, 서브작가 전전하며 드디어 최장수 프로그램 메인작가까지 열심히 살아왔다. 일 적으로도 만족, 만난지 11년이 되어가는 오래토록 사랑해 온 연인도 있다. 결혼에 대한 별다른 생각은 없었지만, 서른한 살이 된 현재. 친구의 결혼식을 보고나니 기분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연인 도윤과 함께한 11년, 우여곡절도 있었으나, 그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으로 사랑을 지켜왔다. 이제 자신도 이 사랑에 대한 어떤 확신을 얻고 싶어졌다. 하지만, 결혼에 대한 도윤의 반응은 시큰둥하고, 경은은 불확실한 미래에 점차 불안해져간다.  

"기다리는거, 이제  못 하겠어."

한도윤(31)_한운항공 부기장. 

20대 초반 경은을 만나 첫눈에 반해 만나왔다. 경은만큼 자신을 이해해주는 연인도 없을 거고, 11년이 지난 지금도 경은은 여전히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연인이다. 하지만, 아직 그에게는 빚이 있기에, 그녀와 평생하고 싶은 마음은 같지만 그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미뤘을 뿐, 그녀 없는 미래는 생각도 한 적 없었다.
그런 그녀와 계속되는 엇갈림 속에 미묘한 틈이 생기기 시작하고, 급기야 힘들어하는 경은을 보니 너무 괴롭다.

"사랑이 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런데 여자라고는 난 이경은 하나밖에 몰라."   



2_줄거리


현실적으로 결혼할 나이가 돼 버린 여자, 이경은
현실적으로 결혼할 사정이 못 되는 남자, 한도윤

10년 하고도 1년 더.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 온 경은과 도윤은 이제 조그마한 행동, 말투만 보고도 속내를 파악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장수 커플'이었다.

비록, 풋풋한 스무살에 만나 보여준 초반의 설렘과 떨림은 덜 할지라도, 아직까지 서로가 너무 예쁘고 멋진, 소중한 연인이었다. 늘상 다정다감한 그녀의 연인 도윤은 무심한듯 항상 그녀를 생각하는 남자였다.

사랑하는 그 마음에 거짓은 없었고, 앞으로도 이 관계에는 변화가 없을 거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서른 살이 넘어가고, 친구들의 결혼식에 경은은 점차 부러움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싸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묘한 감정은 불현듯 불확실이 되어 경은의 마음을 좀먹기 시작했다.

한편, 돌아가신 아버지의 빚을 청산하기 위해 정신없이 스케줄을 잡는 도윤 때문에 경은은 점점 더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껴야했다. 더군다나 그가 너무 필요했던 때, 그는 그녀의 곁에 없었다. 

결국 아슬아슬 사선타기를 하던 감정은 추락하고, 상처입은 경은의 마지막 마음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상처난 마음 위로, 피 대신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만 만나자."
 

-...............


"헤어지자는 얘기야."


    
3_리뷰



아래 긴 이야기나 조금의 스포도 싫은 분들을 위한 요약
 

- 11년 장수 커플이 보여주는 잔잔(애잔)물 
- 남녀 내면 같이 보여주지만, 주
로 여주의 입장에서, 결혼 적령기를 앞두고 연인과의 불확실성, 불안감 등에 초첨이 맞춰진 느낌  
- 순정남녀로 나오지만 여주의 순정이 상대적으로 크게 그려져서, 같은 여자로 마음이 아픔(동지애(?))
 

- 악조 같은 사람이 나오지만 큰 문제는 일으키지 않음, 남주가 워낙 철벽
- 단, 남주가 후회하는 게 조금 더 절절했으면 했는데(좀 더 빌어!,
생각보다 덜해서 살짝 아쉬움.)
 
 


 

<11년 된 연인에게 던지는 질문,
- 우리 여전히 사랑이죠'.' vs 여전히 사랑이죠'?'>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여전히' 사랑이죠.라는 제목은 11년이 지나도 여전히 연인관계인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다 읽었던 직후에는
제목에 물음표를 달아보고 싶었다. 우리, '여전히 사랑이죠?' 하고.

     
초반부 두 사람의 모습은 오랜 연인답게 알콩달콩하다. 힘든 시기를 겪으며 이별의 위기도 찾아왔으나, 서로 의지하며 견뎌온 지가 10년하고, 1년이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서른 한 살 친구의 결혼식, 서른이 넘어가도록 아직도 '연인' 관계에 머물러 있는 경은은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결혼을 한다면 당연히 도윤과 할 것이고, 도윤 역시 그녀와 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도무지 더 나아가지 않는 도윤 때문에 경은은 입맛이 쓰다.

결국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는 도윤의 말에 연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무장한 채 경은은 또 서운함을 삼켜내야했다.

이쯤 되니, 나만 예전 마음 그대로인가, 변하지 않는다 했지만, 나만 안달나 있는 걸까. 싶어 우울해하던 경은의 모습이 왠지모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참 간사하면서도 잔인하고, 슬퍼지는 건데, 연인뿐만 아니라, 사람 간의 관계에서도 사람 마음을 저울에 재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지옥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여튼, 경은의 내면으로 불안함이 커져가면서 머리스타일도 바꿔보고, 화장도, 옷차림도 한번씩 바꿔보며 아직도 '예쁘냐'고 묻기 시작하고, 주변의 승무원들까지 신경쓰여 머리아픈 경은의 모습이 나오는데. 왜 공감가서 울고 싶은지.

그런 모습을 보면서, 행여 예전의 그 긴장감과 설렘이 사라진 것은 아닐까. 사랑이 예전보다 식은 것은 아닌가하며, 확답없는 상황에 초조해 경은이 '사랑'을 재차 '확인'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작가님 의도는 다르겠지만, 한번 경은의 입장에서 '여전히 사랑이죠?'라고 물음표를 붙여서 제목을 읽어보고 싶었다.

읽다보면,
'여전히 사랑이죠. -> 여전히 사랑이죠? -> 여전히 사랑이죠!!'
같은 느낌이었다.


 
<서로 다른 생각이 빚어낸 잠깐의 이별>

작가 후기를 보면,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은데,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으셨다는 이야기가 있다. 과연 기다림의 한계는 얼마나 될까. 오랜 관계에서 오는 불안함을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오래 만나면 '권태'가 온다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되려 편해지면 좋은 거 아닌가 싶었는데, 아니라고 했다. 예전의 긴장과 설렘이 없어서 점차 관계가 소원해지는 느낌 탓이랄까.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서로 너무 예쁘고 멋져서 좋으면 좋았지, 권태는 찾아 보기 힘들었다. 다만, 한 사람은  과거의 추억에 젖어, 지금 이 순간을 계속 함께하길 원했고. 다른 한 사람은 빨리 지금 문제를 해결해 미래를 나아가고 싶었다. 같은 마음을 가지고 미묘하게 다른 생각의 차이라는 게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신기한 순간이었다.

두 사람 모두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무슨 자존심 챙길 때냐, 싶으면서도 도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고, 경은을 생각하면 (능력이 안되면 모르겠다.) 능력 되는데, 어차피 같이 살아갈 거라면, 내가 도움되면 도울 수도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이별의 아픔을 얻고 나서야 속 마음을 털어놓고, 다시 한번 마음을 확인하는데, 그 과정까지 닿을 듯 말듯. 닿았지만 닿지 못하는 그런 마음이 보여서 읽는 내내 안타깝고 그랬다.


<오랜 관계가 주는 불안과 외로움, 서른 여자의 현실고민>

11년이라는 긴 시간을 공유한 이들이 겪는 불확실성이라 하니, 처음에는 아이러니
했다. 식만 안올렸지 그냥 거의 가족 아닌가. 

(그치만 나는 왠지 알 것도 같았던 기분이라.. 울적해졌다. 마음을 준 대상과 틀어지는 기분은 정말, 생각하기도 힘들 정도로 허무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자각하지 못했는데, 그 마음의 크기가 큰 대상이라면 더더욱... 이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라거나, 혹은 나의 필요성, 존재의 부정을 깨닫는 순간, 그때의 상실감은 괴롭기 때문이다.)  

무튼 작중 큰 사건들은 없지만, 오랜 연인의 예의 달달함 사이로 불안불안 조마조마한 경은의 마음과, 또, 삐걱대기 시작하는 두 사람의 관계 뒤로 주변 사람들의 걱정들이 나오는데, 그런 상황들이 참 현실적이라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예컨대, '이제 결혼 해야지. 어차피 너네 결혼할 거 아니야? 왜 미뤄. 여자 나이 서른 넘어가면...' 같은 것들.

어떻게 보면 사회가 만든 틀인데, 가령 몇 살에는 취업을 하고, 몇 살에는 연애를, 결혼을... 자식을...........같은 것들. 주변 지인들의 변화와 함께 초조해지기 시작, 연인의 잦은 부재가 외로움을 가중시키고 경은을 더욱 괴롭힌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근데 하필 애도 아니고, 나이있는데다, 둘이 함께한 세월을 신경써서인지. 너무 착해서 문제인건지. 투정하나 부리지 못한 경은이 너무 안쓰러웠다.

'네가 날 이해해 주는 거 알아. 네 사정도 알고, 하지만 나도 힘들어. 외로워. 위로해주면 안되?' ..... 라는 말(소설에 이렇게는 안나왔지만!)을 경은이 얼마나 생각하다 말았을지. 수십번, 수백번을 삼켰을 것 같아 가슴이 답답했다.


무튼 서른 즈음, 이십 대 후반이나 삼십 대 초반에 듣고 이야기 할 법한 이야기들이 나와서, 슬프게도 공감가서 술술 읽게 된 것 같았다.


<다정한 후회남, but 조금 더 매달렸었으면> 

남주 도윤은 착한 남자다. 연인에게 다정하게 대할 줄 알고, 무심할 것 같은데 챙겨주고, 힘든 비행 업무를 마치고 쉬지도 않고 바로 경은의 오피스텔로 달려오는 남자. 사랑하는 마음도 적절히 표현할 줄 아는 남자. 다른 여자들에겐 일말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철벽남. 제 연인의 마음과 배려에 감사할 줄 아는 착한 남자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큰 빚이 있었다. 한 때 유복하던 집이 아버지의 부고와 함께 기울어지고, 엄청난 빚이 생겨버렸다. 다 청산하고 경은을 꽃길 걷게 해주고 싶었는데, 최대한 빨리 실행에 옮긴다는 게 한국 땅에서 뜨는 비행기는 제가 모두 운전할 기세다.

물론, 빚도 문제지만, 하루라도 빨리 경은과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한 마음도 있었다. 문제는, 그 사이 경은이 홀로 외로워 한 걸 발견하지 못 했다는 점이었을 뿐. 경은이 투정부리지 않으니, 도통 그 속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다.

실수라면 실수고, 상황적 문제라면 문제라지만, 경은이 먼저 말을 꺼냈을 때, 조금만이라도 손을 내밀고 마음을 더 열었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근데,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얘네 싸우고 그나마 11년을 서운한 감정들을 쏟아 부었으니, 잘 싸운 거 같기도하고.

무튼 이후에 계속 이별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경은에게 연락하고, 어떻게하면 마주할지 친구들 꼬드겨서 정보 얻어내고 열심히 인데.... 그거 짠하긴 짠했는데.

내가 잘못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헤어진거 아니야, 잠깐 싸운거야. 너 지금 그 맘 아닌거 알아. 얼른 돌아와.'느낌?이었다. 내가 생각한 거는, 좀 짐 챙겨서 나가라고 할 때, 막 물건들 보면서 추억도 곱씹어보고, 자기가 좀 서운하게 했을 법한 거에서 '아, 니가 이런 느낌이었구나.' 하면서 가슴도 뜯어주고(?) 였는데.

그럼 잠시 연인 아니면, 오랜 친구로써 여기 있는거야. 정말 나 계속 이렇게 피할꺼야? 대화 좀 해....... 느낌이 조금 나서. 아, 뭐지 얘는 경은이 만큼은 아니었다는 건가. 해서 조금 아쉬웠다. 왜냐면, 이 책은 두 주인공 다 공감갔지만, 내가 여자라서 그런지 여주 시점에서 더 이입을 해버려선지. 무튼... 흠. 조금 아쉬웠던.


 
<기타/마무리_가독성 좋아 술술, 딱 향기바람이님이다!>
향기바람이님 작품은 첫 작품이었는데, 술술 읽어들어갔다. 원래 잔잔물을 좋아라 해서인지 무리없이 읽혀 들어갔고, 문장도 내 기준에는 담백하니 편히 읽혀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읽느라 새벽 내내 잠을 못 잤다.ㅠㅠ뒷 내용이 궁금해서... 도대체 '어떻게 헤어지고 다시 화해하지!?'가 너무 궁금해서 계속 읽었던 것 같다.

왜냐면 지금까지 보통 읽었던 이야기들은 아무래도, 서로 처음 만나서 감정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연인들의 이야기를 주로 읽다보니, 내게는 이게 나름 신선한 소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큰 사건은 없어 단조로울 수 있으나, 그 잔잔함 속에서 울렁이는 파문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계속 가슴 한구석에 꿀렁꿀렁...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향기바람이님 <네가오는 길목에서> 리뷰를 우연히 보았는데, 그 느낌에서 주인공이 부부가 아닌 '오래된 연인'이라는 설정인 느낌이랄까.

그래서 향기바람이님 작품을 재밌게 읽으신 분이라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남주가 빚 때문에 열심히 뛰는 내용 때문인지, 해화님 <그 외에도 더 많은 것들>의 느낌도 났다. ㅠㅠ 거기도 여주가 상대적으로 좀 더 적극적이었던 거 같은 기억이..... (절대 같다는 건 아님!-<그 외에도>는 첫사랑 재회물!) 


여튼, 추운 겨울, 이불 속에서 새벽녘에 감성에 젖어 읽기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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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지식 : 경제학 한 장의 지식 시리즈
니얼 키슈타이니 지음, 박준형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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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및 리뷰]_생활 속에 녹아 있는 경제 이야기

"인간의 선택과 행동에 관한 가장 흥미로운 이론,
경제학이 들려주는 200가지 이야기!"


수요와 공급, 보이지 않는 손, 시장의 효율성과 같은 전통적인 경제학적 주제에서부터 세계화, 실업, 이민, 신용경색에 이르는 비교적 최근의 경제 이슈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경제학 상식을 200가지 개념으로 간추렸다. - 뒷 표지 소개글 中


표지의 소개글처럼, 경제학적 지식과 최근의 경제 이슈에 관련된 용어들을 200가지 모아서 간략히 설명해주는 지식 모음집이다. 경제 분야를 크게 '시장,효율성,공평성/돈과 금융/기업과 산업/소득, 실업률, 인플레이션/경제정책과 정부/국제경제/사회와 경제/성장과 개발'로 나누어 개념들을 다루고 있다.

서문을 살펴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될, 혹은 겪고있는 다양한 경제 활동에 사용하는 용어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취지에 부합하게, 용어에 대한 핵심 내용은 한 페이지 분량으로 정리하고, 바로 옆 페이지에는 관련 그래프나 도표, 사진 자료들을 첨부해서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편집되어 있었다.

실상 살다보면, 생활 속에 경제가 녹아있지 않은 곳이 없다. 당장 읽을 책만 고르더라도 같은 분야의 책 중에 어떤 것이 나에게 더 '효용'을 가져다주는지 고민하며 우리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 무던히도 고민한다.

또, 동시에 이 선택에는 우리의 '선호도'가 따르기도 한다. 제한된 예산 속에서 구매를 해야 하기 때문에 효용을 극대화 하기 위해 우리의 선호도가 더 높은 물건을 선택하게 된다. 마치, 내가 세계사편과 경제학편 중에 '경제학'편을 선택한 것처럼 말이다.

물론 책, 화장품, 옷과 같은 제품들 말고도 더 가까운 걸 생각해 볼 수 있다. 당장 살아가는데 필요한 의식주, 그중에서 '식(食)'만 하더라도 경제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AI로 인해 금란이 되어버린 계란! 이것만 하더라도 경제학의 원리가 적용된다. 바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AI 때문에 닭과 함께 땅에 매장되어버린 계란들. 때문에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현저히 떨어졌고, 수요가 상대적으로 엄청 뛰는 바람에 가격이 왕창 오르고 말았다. 우스갯 소리로 계란이 브루주아 음식이 되버리다니. 정말 웃픈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가 점심 시간에 먹을 '밥'만 하더라도 그렇다. 우리의 한정된 자원(용돈, 월급..)을 가지고 우리는 기회비용(굶었을 때 남을 돈 혹은 공부 시간, 친구 혹은 직장동료와의 식사시간..(?) 등)을 고려해서 메뉴를 고르게 될 것이다. 굳이 따지면, 나의 공부시간이나 혼자 먹는 여유를 포기하고 친구/직장동료와 먹음으로써 얻는 것은 '관계'이려나. 음, 이건 약간 억지 같지만.

무튼 우리는 일상에서 매일 매일 선택의 순간에 놓이고, 그 순간에는 '경제 원리'가 알게 모르게 작용하고 있다.

물론, 깊게 들어가면 기업의 자금운용, 통화와 금융, 정부 정책, 환율과 국제 금융까지 무한한 범주로 경제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정확한 용어를 몰라서 이해하기 어려울 뿐이지 말이다.

 그래서 꼭, 금융업계로 취업준비를 하지 않더라도, 경제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용어 정도는 알아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하루하루 가볍게라도 쉽게 읽고 정리하기에 딱 좋았다.

실제로 경제는 정말 가장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슬프게도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당신같은 학문이다. 한창 공부할 때에는 매일 경제 신문도 읽고 그래선지, 매경테스트 최우수도 찍었는데(물론 1년이 넘었지만), 안하니 다 잊어버린다.


그만큼 꾸준히 읽어야지 싶었는데, 이런 책을 만나서 좋았다. 어떻게 하면 이 책의 '효용'을 쑥 올려볼까 했는데, 하루에 관련 용어 하나 잡고 기사 한편씩 읽으면서 용어 정리해도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경제 생활은 돈을 벌든 안 벌든 계속 필요하고, 나중에 더 효과적인 경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경제 지식은 꼭 필요한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 한 권만으로는 절대 원하는 지식을 다 얻을 수는 없지만, 여기있는 기본적인 용어 이해만이라도 확실히 한다면 다른 경제 서적을 읽을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단, 간단히 나온 만큼 너무 상세한 설명을 원하는 사람들은 조금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말 딱 간편히 볼 수 있을 내용, '정의-사례'로 3문단 정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 '주요 용어'가 가나다 순으로 간략히 정리되어 있어 용어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찾아보기도 있어서 단어 찾기에도 편리하게 편집되어 있다.

여러모로 '한 눈에, 가볍게' 보기 좋은 지식 모음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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