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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사랑이죠
향기바람이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1_책 소개
<내맘대로 키워드>
현대로맨스/애잔물/오래된연인/순정녀/순정남/후회남
<주인공소개>
이경은(31)_CYS '함께여는사회' 메인작가.
7년의 막내작가, 서브작가 전전하며 드디어 최장수 프로그램 메인작가까지 열심히 살아왔다. 일 적으로도 만족, 만난지 11년이 되어가는 오래토록 사랑해 온 연인도 있다. 결혼에 대한 별다른 생각은 없었지만, 서른한 살이 된 현재. 친구의 결혼식을 보고나니 기분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연인 도윤과 함께한 11년, 우여곡절도 있었으나, 그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으로 사랑을 지켜왔다. 이제 자신도 이 사랑에 대한 어떤 확신을 얻고 싶어졌다. 하지만, 결혼에 대한 도윤의 반응은 시큰둥하고, 경은은 불확실한 미래에 점차 불안해져간다.
"기다리는거, 이제 못 하겠어."
한도윤(31)_한운항공 부기장.
20대 초반 경은을 만나 첫눈에 반해 만나왔다. 경은만큼 자신을 이해해주는 연인도 없을 거고, 11년이 지난 지금도 경은은 여전히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연인이다. 하지만, 아직 그에게는 빚이 있기에, 그녀와 평생하고 싶은 마음은 같지만 그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미뤘을 뿐, 그녀 없는 미래는 생각도 한 적 없었다.
그런 그녀와 계속되는 엇갈림 속에 미묘한 틈이 생기기 시작하고, 급기야 힘들어하는 경은을 보니 너무 괴롭다.
"사랑이 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런데 여자라고는 난 이경은 하나밖에 몰라."
2_줄거리
현실적으로 결혼할 나이가 돼 버린 여자, 이경은
현실적으로 결혼할 사정이 못 되는 남자, 한도윤
10년 하고도 1년 더.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 온 경은과 도윤은 이제 조그마한 행동, 말투만 보고도 속내를 파악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장수 커플'이었다.
비록, 풋풋한 스무살에 만나 보여준 초반의 설렘과 떨림은 덜 할지라도, 아직까지 서로가 너무 예쁘고 멋진, 소중한 연인이었다. 늘상 다정다감한 그녀의 연인 도윤은 무심한듯 항상 그녀를 생각하는 남자였다.
사랑하는 그 마음에 거짓은 없었고, 앞으로도 이 관계에는 변화가 없을 거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서른 살이 넘어가고, 친구들의 결혼식에 경은은 점차 부러움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싸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묘한 감정은 불현듯 불확실이 되어 경은의 마음을 좀먹기 시작했다.
한편, 돌아가신 아버지의 빚을 청산하기 위해 정신없이 스케줄을 잡는 도윤 때문에 경은은 점점 더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껴야했다. 더군다나 그가 너무 필요했던 때, 그는 그녀의 곁에 없었다.
결국 아슬아슬 사선타기를 하던 감정은 추락하고, 상처입은 경은의 마지막 마음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상처난 마음 위로, 피 대신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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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는 얘기야."
3_리뷰
아래 긴 이야기나 조금의 스포도 싫은 분들을 위한 요약
- 11년 장수 커플이 보여주는 잔잔(애잔)물
- 남녀 내면 같이 보여주지만, 주로 여주의 입장에서, 결혼 적령기를 앞두고 연인과의 불확실성, 불안감 등에 초첨이 맞춰진 느낌
- 순정남녀로 나오지만 여주의 순정이 상대적으로 크게 그려져서, 같은 여자로 마음이 아픔(동지애(?))
- 악조 같은 사람이 나오지만 큰 문제는 일으키지 않음, 남주가 워낙 철벽
- 단, 남주가 후회하는 게 조금 더 절절했으면 했는데(좀 더 빌어!, 생각보다 덜해서 살짝 아쉬움.)
<11년 된 연인에게 던지는 질문,
- 우리 여전히 사랑이죠'.' vs 여전히 사랑이죠'?'>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여전히' 사랑이죠.라는 제목은 11년이 지나도 여전히 연인관계인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다 읽었던 직후에는 제목에 물음표를 달아보고 싶었다. 우리, '여전히 사랑이죠?' 하고.
초반부 두 사람의 모습은 오랜 연인답게 알콩달콩하다. 힘든 시기를 겪으며 이별의 위기도 찾아왔으나, 서로 의지하며 견뎌온 지가 10년하고, 1년이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서른 한 살 친구의 결혼식, 서른이 넘어가도록 아직도 '연인' 관계에 머물러 있는 경은은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결혼을 한다면 당연히 도윤과 할 것이고, 도윤 역시 그녀와 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도무지 더 나아가지 않는 도윤 때문에 경은은 입맛이 쓰다.
결국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는 도윤의 말에 연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무장한 채 경은은 또 서운함을 삼켜내야했다.
이쯤 되니, 나만 예전 마음 그대로인가, 변하지 않는다 했지만, 나만 안달나 있는 걸까. 싶어 우울해하던 경은의 모습이 왠지모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참 간사하면서도 잔인하고, 슬퍼지는 건데, 연인뿐만 아니라, 사람 간의 관계에서도 사람 마음을 저울에 재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지옥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여튼, 경은의 내면으로 불안함이 커져가면서 머리스타일도 바꿔보고, 화장도, 옷차림도 한번씩 바꿔보며 아직도 '예쁘냐'고 묻기 시작하고, 주변의 승무원들까지 신경쓰여 머리아픈 경은의 모습이 나오는데. 왜 공감가서 울고 싶은지.
그런 모습을 보면서, 행여 예전의 그 긴장감과 설렘이 사라진 것은 아닐까. 사랑이 예전보다 식은 것은 아닌가하며, 확답없는 상황에 초조해 경은이 '사랑'을 재차 '확인'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작가님 의도는 다르겠지만, 한번 경은의 입장에서 '여전히 사랑이죠?'라고 물음표를 붙여서 제목을 읽어보고 싶었다.
읽다보면, '여전히 사랑이죠. -> 여전히 사랑이죠? -> 여전히 사랑이죠!!' 같은 느낌이었다.
<서로 다른 생각이 빚어낸 잠깐의 이별>
작가 후기를 보면,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은데,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으셨다는 이야기가 있다. 과연 기다림의 한계는 얼마나 될까. 오랜 관계에서 오는 불안함을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오래 만나면 '권태'가 온다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되려 편해지면 좋은 거 아닌가 싶었는데, 아니라고 했다. 예전의 긴장과 설렘이 없어서 점차 관계가 소원해지는 느낌 탓이랄까.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서로 너무 예쁘고 멋져서 좋으면 좋았지, 권태는 찾아 보기 힘들었다. 다만, 한 사람은 과거의 추억에 젖어, 지금 이 순간을 계속 함께하길 원했고. 다른 한 사람은 빨리 지금 문제를 해결해 미래를 나아가고 싶었다. 같은 마음을 가지고 미묘하게 다른 생각의 차이라는 게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신기한 순간이었다.
두 사람 모두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무슨 자존심 챙길 때냐, 싶으면서도 도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고, 경은을 생각하면 (능력이 안되면 모르겠다.) 능력 되는데, 어차피 같이 살아갈 거라면, 내가 도움되면 도울 수도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이별의 아픔을 얻고 나서야 속 마음을 털어놓고, 다시 한번 마음을 확인하는데, 그 과정까지 닿을 듯 말듯. 닿았지만 닿지 못하는 그런 마음이 보여서 읽는 내내 안타깝고 그랬다.
<오랜 관계가 주는 불안과 외로움, 서른 여자의 현실고민>
11년이라는 긴 시간을 공유한 이들이 겪는 불확실성이라 하니, 처음에는 아이러니했다. 식만 안올렸지 그냥 거의 가족 아닌가.
(그치만 나는 왠지 알 것도 같았던 기분이라.. 울적해졌다. 마음을 준 대상과 틀어지는 기분은 정말, 생각하기도 힘들 정도로 허무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자각하지 못했는데, 그 마음의 크기가 큰 대상이라면 더더욱... 이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라거나, 혹은 나의 필요성, 존재의 부정을 깨닫는 순간, 그때의 상실감은 괴롭기 때문이다.)
무튼 작중 큰 사건들은 없지만, 오랜 연인의 예의 달달함 사이로 불안불안 조마조마한 경은의 마음과, 또, 삐걱대기 시작하는 두 사람의 관계 뒤로 주변 사람들의 걱정들이 나오는데, 그런 상황들이 참 현실적이라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예컨대, '이제 결혼 해야지. 어차피 너네 결혼할 거 아니야? 왜 미뤄. 여자 나이 서른 넘어가면...' 같은 것들.
어떻게 보면 사회가 만든 틀인데, 가령 몇 살에는 취업을 하고, 몇 살에는 연애를, 결혼을... 자식을...........같은 것들. 주변 지인들의 변화와 함께 초조해지기 시작, 연인의 잦은 부재가 외로움을 가중시키고 경은을 더욱 괴롭힌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근데 하필 애도 아니고, 나이있는데다, 둘이 함께한 세월을 신경써서인지. 너무 착해서 문제인건지. 투정하나 부리지 못한 경은이 너무 안쓰러웠다.
'네가 날 이해해 주는 거 알아. 네 사정도 알고, 하지만 나도 힘들어. 외로워. 위로해주면 안되?' ..... 라는 말(소설에 이렇게는 안나왔지만!)을 경은이 얼마나 생각하다 말았을지. 수십번, 수백번을 삼켰을 것 같아 가슴이 답답했다.
무튼 서른 즈음, 이십 대 후반이나 삼십 대 초반에 듣고 이야기 할 법한 이야기들이 나와서, 슬프게도 공감가서 술술 읽게 된 것 같았다.
<다정한 후회남, but 조금 더 매달렸었으면>
남주 도윤은 착한 남자다. 연인에게 다정하게 대할 줄 알고, 무심할 것 같은데 챙겨주고, 힘든 비행 업무를 마치고 쉬지도 않고 바로 경은의 오피스텔로 달려오는 남자. 사랑하는 마음도 적절히 표현할 줄 아는 남자. 다른 여자들에겐 일말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철벽남. 제 연인의 마음과 배려에 감사할 줄 아는 착한 남자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큰 빚이 있었다. 한 때 유복하던 집이 아버지의 부고와 함께 기울어지고, 엄청난 빚이 생겨버렸다. 다 청산하고 경은을 꽃길 걷게 해주고 싶었는데, 최대한 빨리 실행에 옮긴다는 게 한국 땅에서 뜨는 비행기는 제가 모두 운전할 기세다.
물론, 빚도 문제지만, 하루라도 빨리 경은과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한 마음도 있었다. 문제는, 그 사이 경은이 홀로 외로워 한 걸 발견하지 못 했다는 점이었을 뿐. 경은이 투정부리지 않으니, 도통 그 속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다.
실수라면 실수고, 상황적 문제라면 문제라지만, 경은이 먼저 말을 꺼냈을 때, 조금만이라도 손을 내밀고 마음을 더 열었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근데,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얘네 싸우고 그나마 11년을 서운한 감정들을 쏟아 부었으니, 잘 싸운 거 같기도하고.
무튼 이후에 계속 이별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경은에게 연락하고, 어떻게하면 마주할지 친구들 꼬드겨서 정보 얻어내고 열심히 인데.... 그거 짠하긴 짠했는데.
내가 잘못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헤어진거 아니야, 잠깐 싸운거야. 너 지금 그 맘 아닌거 알아. 얼른 돌아와.'느낌?이었다. 내가 생각한 거는, 좀 짐 챙겨서 나가라고 할 때, 막 물건들 보면서 추억도 곱씹어보고, 자기가 좀 서운하게 했을 법한 거에서 '아, 니가 이런 느낌이었구나.' 하면서 가슴도 뜯어주고(?) 였는데.
그럼 잠시 연인 아니면, 오랜 친구로써 여기 있는거야. 정말 나 계속 이렇게 피할꺼야? 대화 좀 해....... 느낌이 조금 나서. 아, 뭐지 얘는 경은이 만큼은 아니었다는 건가. 해서 조금 아쉬웠다. 왜냐면, 이 책은 두 주인공 다 공감갔지만, 내가 여자라서 그런지 여주 시점에서 더 이입을 해버려선지. 무튼... 흠. 조금 아쉬웠던.
<기타/마무리_가독성 좋아 술술, 딱 향기바람이님이다!>
향기바람이님 작품은 첫 작품이었는데, 술술 읽어들어갔다. 원래 잔잔물을 좋아라 해서인지 무리없이 읽혀 들어갔고, 문장도 내 기준에는 담백하니 편히 읽혀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읽느라 새벽 내내 잠을 못 잤다.ㅠㅠ뒷 내용이 궁금해서... 도대체 '어떻게 헤어지고 다시 화해하지!?'가 너무 궁금해서 계속 읽었던 것 같다.
왜냐면 지금까지 보통 읽었던 이야기들은 아무래도, 서로 처음 만나서 감정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연인들의 이야기를 주로 읽다보니, 내게는 이게 나름 신선한 소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큰 사건은 없어 단조로울 수 있으나, 그 잔잔함 속에서 울렁이는 파문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계속 가슴 한구석에 꿀렁꿀렁...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향기바람이님 <네가오는 길목에서> 리뷰를 우연히 보았는데, 그 느낌에서 주인공이 부부가 아닌 '오래된 연인'이라는 설정인 느낌이랄까.
그래서 향기바람이님 작품을 재밌게 읽으신 분이라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남주가 빚 때문에 열심히 뛰는 내용 때문인지, 해화님 <그 외에도 더 많은 것들>의 느낌도 났다. ㅠㅠ 거기도 여주가 상대적으로 좀 더 적극적이었던 거 같은 기억이..... (절대 같다는 건 아님!-<그 외에도>는 첫사랑 재회물!)
여튼, 추운 겨울, 이불 속에서 새벽녘에 감성에 젖어 읽기 좋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