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기 전에 미리니름 주의보를 알려드립니당*
겉모양은 잘 만든 빵이었지만 맛있는 빵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배경을 만들기 위한 고증과 시대상에 무척 신경을 많이 쓰신 건 알겠지만... ....소설의 본질인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아쉬운 점이 많았거든요.
자료 조사에 대한 노력만 보면 별 다섯 개를 드리고 싶어도....음....저는 글을 읽고 싶어하는 독자니까요. 독자의 입장에서 리뷰를 쓰는 걸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주인공인 공작님은 언뜻 권이*님의 '텐 이야기'의 텐을 연상시켰습니다.
역사 속 신분도 그렇고, 뱀파이어가 된 후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는 면도 그렇고... ...
읽으면서 분명 어딘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어디였지...어디였지....하고 한참 고심했습니다; 제가 글의 인물이나 장면을 이미지처럼 기억하는 버릇이 있어서, 이게 외국 드라마에서 봤던가, 소설에서 봤던가 헷갈렸네요;
과거 속 유명한 인물이 영생을 얻어 살아가다가 다른 시대 속에서 반려를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두 작품을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작가분이 무척 공들여 만든 글임은 분명하고. 전반부인 추리극에서 인물들간의 감정을 다룬 후반부 드라마로의 전환도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고증만 따지자면 근래 나온 글 중에서 손에 꼽힐 만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아직은 지식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작가분의 욕심이 너무 두드러졌다고 봅니다.
적당한 선에서 시대를 보여주는 정도였으면 했는데... ...복잡한 정치 이야기까지 과열되는 걸 보니, 오컬트나 역사관쪽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던 저도 불편한 마음이 들었는데, 문외한인 일반 독자층에게는 친절하지 않은 배려였던 것 같습니다.
음....뭐랄까. 작가님에게서 덕후의 향기가 느껴졌다고 할까요[...]
좋아하는 당시의 모습들을 전달하는데 신경을 쓰다보니 아무래도 스토리 텔링의 측면은 소홀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연스레 녹아 들었어야 할 배경 지식에 이야기가 먹혀버린 모양이랄까. 글에 대한 칭찬의 대부분이 소설적 재미보다 배경지식의 훌륭함이 된다면... ...아시겠죠?
이 글에서 배경을 제외하고 주인공들 간의 이야기 전개만 한 번 요약해서 떠올려 보시길.
무엇보다 후반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였을 공작의 생존과 귀환에 대한 해명도 외전격으로 권 말미에 덧붙인 점이나, 삼각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과정이 급작스러웠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전반부는 전반부대로 공이 함정에 빠진 중요한 장면이 생략되었구요. 공작이 사랑에 빠진 이유도 권말에 언급이 되어서 진작 마무리 되어야 할 이야기를 뒤늦게 수습하려 덧붙인 모양이 되었습니다.
... ...좀 개인적인 취향을 말씀드리자면;
수와 결혼한 여성상이 정말 비호감이었습니다; 거기에 휩쓸린 수도 우유부단하기 짝이 없었고. 유명한 기고가라면서 정작 본인의 애정관은 주변에서 휘두르는 대로 그냥 끌려갑니다. 전개상 막판에 [이제는 나를 위한 삶을 살겠어요]라며 여자분이 떠나긴 하지만. 착하고 다정한 여자라고 하기에는 수의 사생팬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강하고 심지 있는 여성인 척 했다가 사소한데 부들부들 떨며 공포에 질려하는 면도 보이고.... ...캐릭터가 확실하지 못했던 것 같은? 좀 그런 생각도 드네요. 처음부터 자신을 위한 사랑만 했으면서 이래저래 변명하고 떠나는 게... ...
그걸 감싸주는 총장님의 아버지 같은 마음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수가 왜 저 여자와 결혼했는지도 나와있지 않았네요.
음... ...별 3개에서, 자료 조사에 고생하신 점을 고려해 하나 더 보탰습니다.
오래살공/늙어서음흉하공/돈방석에앉았공/집착공/얼굴밝히공/걸어다니는조각이공
다중인격[?]이었수/고아였수/우유부단했수/눈앞에서못볼꼴봤수/돌싱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