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니쿠스
데이비드 매슨 외 지음, 김성균 옮김, 마스터칼리 삽화 / 우물이있는집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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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데모니쿠스 Demonicus

➰지은이: 데이비드 메슨 외
➰옮긴이: 김성균
➰펴낸곳: 우물이 있는 집


동서양을 막론하고 ‘악’에 대한 고찰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영화 ‘엑소시스터’에서 악마에게 지배당한
인간을 그린 장면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우월한 능력, 끔찍하게 바뀐 목소리와
뚫린 입으로 내뱉는 내뱉던 저주까지
악을 묘사했던 모습은
공포와 불쾌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럼 ’악‘의 근원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가.
<데모니쿠스>는 500년 전에 ’악‘에 대해 연구했던
밀턴, 루터, 그리고 괴테의 작품을 분석해 본다.
또한 그들의 작품 속에 녹아있는
’악‘에 대한 통찰력을 내놓는다.


밀턴의 <실낙원>에서의 ’악‘은 사탄이다.
반란을 일으킨 대가로 동참했던 천사들과 함께
천국에서 추방당한 후 지옥의 1인자가 된 사탄.
대천사였던 그는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신을 능가할 수 있다는 자만으로 반란을 일으키고
결국 추방당하고 만다.
오로지 ’악‘만을 행하겠다고 하며
하와(이브)에게 죄악을 속삭인다.


🔖 천사의 직무를 즐기는 그의 쾌감이 강해지자 천사의 처지를 자각하는 그의 감정은 약해졌다. (중략) 그는 비록 천국의 최대천사였지만, -아니, 정확하게는, 오히려 천국의 최대 천사였기 때문에- 가장 빠르게 타락했다. [39쪽]


괴테의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는
지구상에서 4,000년 또는 6,000년간 생활한
문명화된 그러기에 더더욱 교활하고 영악한 사탄이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신에게 이용당하지만
결코 자신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신과의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메피스토펠레스는
끊임없이 파우스트를 악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속삭인다.


🔖 그러니까 네가 차가운 악마의 주먹을
영원히 생동하는 건강한 창조력에 들이밀어도
그 주먹을 만든 악심은 무기력하리니.
차라리 다른 사업을 물색해 봐라.
혼돈(카오스)의 기괴한 아들아!


이처럼 외치던 파우스트는
박사로서 알고 있던 것들을 버리고
메피스토펠레스를 따라가며 악의 길로 들어선다.


🔖 그를 얽매는 모든 광포한 초조감의 저변에는 그에게 적합한 또 다른 세계를 건설해야 하고 또 건설하려는 진심을 간직한 영혼이 존재한다. [215쪽]


무너져내렸던 파우스트는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고자 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그를 굴복시키고자
<마녀의 부엌>으로 데려가 타락한 여인으로 하여금
그를 색욕에 빠뜨리려고 했다.


🔖 그러나 화류계를 몹시 혐오하는 파우스트는 소박하고 상냥하며 순정을 간직하는 아주 고상한 처녀를 사랑하는 연정에 빠져든다. [236쪽]


파우스트는 악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진정 인간이 얻고자 하는 ’자유‘란 무엇이며
’인류‘로서의 인간이 아닌 ’개인‘으로서
보편화되어야만 한다는 통찰력을 던져준다.


🔖 파우스트는 중세문화를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대표한다 [187쪽]


루터의 <좌담집>에 등장하는 ’악마‘는 마귀다.
그는 종교적인 맥락으로 ’악‘에 접근했다.
짓궂은 날씨와 마녀, 꿈과 몽유병, 질병,
부정적인 모든 것은 악마의 탓이다.


🔖 루터는 교황을 사탄의 화신으로 간주했거나 적그리스도(안티크리스트)로 간주했고, 로마 교황청을 악마의 왕국으로 간주했다. [106쪽]

솔로몬의 72악마 편은 참 흥미로웠다.
제1 악마 바엘은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
유스티티아가 꼼짝 못 했던 존재다.
역시 제1 악마여서 그랬나 보다.
제32 악마 아스모다위는 <전지적 독자시점>의
아스모데우스를 떠올리게 했다.
실제 작품 속에서 32번째 마계의 마왕으로 등장한다.
이처럼 악마에 대한 작품을 구상하고 있거나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싶은 창작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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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의 49재 - 2024 제17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아사히나 아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시공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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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 도롱뇽의 49재

➰지은이: 아사히나 아키

➰옮긴이: 최고은

➰펴낸곳: 시공사

  

 

📕📕📕


나의 모든 것, 나의 신체, 나의 감정, 나의 생각을 

공유하는 존재가 24시간 붙어있다면 어떨까?

일생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결합 쌍생아’는

20만 분의 1의 확률로 태어나고, 절반은 사산된다.

두뇌와 심장을 나눈 ’안‘과 ’슌‘.

그들의 아버지는 ‘태아 내 태아’였다.

아기의 몸속에 아기가 기생하는 것이다.

이 역시 50만 분의 1의 확률로 발생한다.

 

 

2024년 일본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아사히나 아키 작가는 의사이자 소설가이다.

그는 남성 작가로는 최초로 

주요 신인문학상 3관왕의 쾌거를 이루었다.

<도롱뇽의 49재>에서는 의사로서 그의 감각이 돋보였다.

‘결합 쌍생아’와 ‘태아 내 태아’를 통해

인간의 존재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한다.


 

📕📕📕


안과 슌의 시선이 교차되면서 스토리가 흘러간다.

작가님은 일부러 둘의 생각을 나누지 않은 듯하다.

결합 쌍생아로서 하나의 몸을 공유하는 그들의 고민은

하나의 고민이라는 듯 물 흐르듯이 이어진다.

 

🔖 전부터 가끔 두 사람 사이에 껴 있는 것이 너무 얇아서 겁이 났다. 몸 안에서 우리 둘을 나누는 어떠한 얇은 막. 피와 내장, 감각이며 기억도 그 막을 쉽게 넘어 오가고 있다. [111쪽]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에서 

나를 잃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스스로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합 쌍생아로 태어난 안과 슌에게는 그런 경계가 없다.

슌을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키스해야 했던 안은

결국 그 일로 트라우마가 생기고 말았다.

하나의 몸에 깃든 두 개의 의식은 독립을 생각한다.

온전히 나만의 것, 나만의 신체,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싶은 것이다.


🔖 의식은 모든 장기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77쪽]


  

안과 슌의 아버지는 태아 내 태아였다.

큰아버지의 장기에 기생하여 자라왔던 아버지.

큰아버지는 아버지를 몸에서 떼어내고 난 후부터

줄곧 몸이 아팠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병원에 입원했어도

아버지가 찾아오면 누구보다 수다쟁이가 되었다.

 

🔖 한마디로, 아버지가 큰아버지 몸속에 있을 때, 아버지는 자기 몸속으로 들어온 큰아버지의 동맥과 정맥을 통해 직접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았다. 큰아버지에게 아버지는 틀림없이 하나의 내장이었고, 아버지에게 큰아버지는 세상 그 자체였다. [38 ~ 39 쪽]


 

병약했던 큰아버지는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가까운 이, 태아 내 태아의 숙주였던 

큰아버지의 ‘죽음’은 안과 슌의 깊은 사유로 이어진다.

그들의 죽음이 과연 같은 날 이어질 수 있는지.

둘 중 하나라도 먼저 죽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의식’만 소멸하게 되는 것일지.


🔖 지금도 그 뚜렷한 대비가 남아 있어서 잠이 죽음처럼 느껴졌다. 낯익은 감각이다. [102쪽]


 

‘안’은 5세가 된 ‘슌’을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게 하나의 신체를 공유하며 살아가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안’의 신체와 ‘슌’의 신체를 공유하는 것이다.

단생아와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다르기 때문에 고민하게 된다.

오롯이 혼자일 수 없기 때문에 

꿈을 꾸듯 기억으로 남는 순간들도 있다.


🔖 내 안에서 슌이 태어나고, 슌 안에서 내가 태어난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도롱뇽이 자랐다. 내가 검은 도롱뇽이고 슌이 흰 도롱뇽이다. 빙글빙글 돌면 하나가 되는, 둘이서 하나인 음양어. [110쪽]


 

결국 완벽히 혼자인 사람은 없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있고, 묶여있다.

온전히 독립적일 수 없으며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을 

큰아버지의 49재에서 깨닫는다.

그들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안과 슌에게 큰 위로가 된다.


🔖 자기만의 몸을 가진 사람은 없다. 깨닫지 못할 뿐, 모두들 서로 얽혀 있다. 자기만의 몸, 자기만의 생각, 자기만의 기억, 자기만의 감정 같은 걸 소유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많은 것들을 서로 공유하고 있어서, 독점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117쪽]

 

 

📕📕📕


안과 슌이 깊이 사유하는 순간은 나의 고민으로 이어졌다.

‘나’는 나의 사람들과 제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지

‘나’의 죽음 뒤에 남게 될 것들은 과연 무엇일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도록 했다.

오롯이 단일 신체를 독점하여 존재하고 있음에도

욕망과 시기, 질투로 인한 감정에 놀아나고 있진 않은지 말이다.

결합 쌍생아인 안과 슌 또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하나의 생명체다.

태어남이 있으면 소멸의 순간 또한 다가온다.

죽음이 슬프고 애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겐 저마다의 삶이 있고 공평하다.

서로를 인정하고 삶을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삶을 영위하는 한다면

그래도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 가슴이 간질거려서 웃음이 나왔다. 두 숨이 포개지더니 가슴속에서 목소리가 한데 울려 퍼지며 부풀어 올랐다. [181쪽]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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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서점
샤인 지음 / 완벽한오늘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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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빛의 서점
➰지은이: 샤인
➰펴낸곳: 완벽한오늘


책의 향기로 가득 찬 공간에 들어서면
혈관을 타고 흐르는 감각이 달라진다.
지난한 시간들을 보상받기 위한 완벽한 공간.
샤인님의 힐링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빛의 서점’의 모든 글자들이 감동스러웠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저녁 8시에 방문했던
인왕산 <더 숲 초소책방> 파트였다
노트북 아래 펼쳐진 서울의 야경과
멀리 보이는 N타워의 불빛이 어우러져
숨어있던 영감이 솟구쳐 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어두움이 뒤덮인 시간을 이토록 설레게 만드는 불빛들
그 안에서 펼쳐진 샤인님의 글이 참 기억에 남는다.

🔖 아래로 보이는 수많은 자동차 불빛처럼 여러 가지 감정들이 든다. 결혼생활은 그리고 인생은 밤의 야경처럼 찬란하지만 서글픈 구석이 있다. [32쪽]


남편의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들 역시 인상 깊었다.
낮술을 한 채 고기 냄새 풍기면서 방문했던
남편의 추천으로 방문한 <부비프>
육아와 집안 살림으로 지쳐갈 때쯤
일찍 퇴근한 남편이 얼른 카페 다녀오라며 말하는 장면,
일상을 나누는 모습과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눈시울이 살짝 뜨거워진다.

🔖 평범한 하루 속에서 행복의 찰나를 알아차려 주니 내가 해야 할 일도 미루지 않고 척척 잘 되는 기분이다. 행복과 성공을 다 가진 날이었다. [176쪽]


삶의 주체가 오롯이 ‘나’라는 글에
고개를 절로 주억거렸다.
내가 나를 잃어버리게 된다면
세상의 모든 소용돌이 속에
피해자처럼 살아가게 된다.
나의 가장 좋은 친구는 나 자신.
전체 책을 통틀어서 가장 좋았던 말이다.

🔖 나 자신을 굴비로 묶어 버린 건 시어머니의 말이 아니라 내 생각이라는 것을 이젠 알겠다. 살면서 남의 말로 자신을 속박하는 일들이 종종 생긴다. 존재를 부정당하는 기분이고 답답하다. 하지만 결국 언제 어느 상황이든 그 속박을 풀어줄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이다. 앞으로 나는 내 인생의 관점을 내가 선택하고 행동하며 살 것이다. [60쪽]

🔖 나이가 들수록 나의 가장 좋은 친구는 바로 내 자신이다. 나야말로 내가 가장 의지할 수 있고, 내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이다. 나를 더 잘 알고 아껴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왜 그동안 이렇게 가까운 친구들 두고 헤맸는지. ‘진작 나랑 친구 할걸 그랬어.’ [112쪽]


또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필사를 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미래가 비슷하다는 것 역시 느꼈다.
내가 상상하는 나의 미래 역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주름진 손으로 책장을 넘기고
안경 줄로 이어진 돋보기를 쓰며 책을 읽는 모습이다.

🔖 나중에 할머니가 되더라도 돋보기안경을 쓰고 한 줄 필사를 하고 잠드는 내 모습을 떠올려보면, 백발의 할머니가 된 내 노년의 모습도 나쁘지 않겠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삶의 바탕을 만들고 내 존재를 기록하는 필사라는 작업을 언제 까지든 계속해 나가고 싶다. [80쪽]


돈가스를 보며 깨달았던 샤인님의
‘더 괜찮은 사람’에 대한 정의.
역시!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이 글감이 되는 것이었다.
어제 돈가스를 먹었는데,
내가 먹은 돈가스는 그렇게 ‘괜찮은 사람’은 아니었다.

🔖 기대한 것보다 실제로 대면했을 때 더 괜찮은 사람. 대화할수록 이해심이 깊고 포용력이 있어 편견에서 자유로운 사람. 깊은 풍미가 있는 돈가스 소스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지만 강인한 내면을 소유하고 있어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188쪽]


너무 사랑스러운 책,
수줍게 자신을 드러내는 책,
행복한 가정에서 말년의 복을 누리게 될
장면이 상상되는 책,
우리나라에 이토록 다양한 서점과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 책,
샤인(@shine_essaybook)님의 fisrt book,
읽는 내내 참 따듯하고 행복했다.


헤스티아(@hestia_hotforever)님의 서평단에 당첨되어 샤인(@shine_essaybook) 작가님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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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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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기만의 집

➰지은이: 전경린

➰펴낸곳: 다산북스

 

 

⌨️ ’자기만의 집‘의 처음 이름은 

2007년 12월에 출간된 ’엄마의 집‘이었다. 

18년 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2025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시점에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전혀 퇴색되지 않은 채 와닿았다. 

 

⌨️ 전경린 작가님의 문체는 다양한 감정을 두드려댔다. 

의아함, 안쓰러움과 애스러움, 

그리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드는 공감까지. 

가슴이 담고 싶은 문장을 지나자마자 

또다시 밑줄을 긋게 만드는 문장들이 이어진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리저리 휘둘리면서도 

먹먹하게 그러나 행복하게 성장해가는 마음의 크기가 느껴졌다.

 

⌨️ 21살 호은을 찾은 오래전 이혼 한 아빠는 

중학교 2학년 이복동생 승지를 

엄마에게 맡겨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당황한 엄마는 승지, 호은이를 데리고 아빠의 행방을 찾아다닌다. 

아빠의 직장과 오래된 친구들을 만났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세 사람의 동거가 시작된다. 

 

⌨️ 호은의 시점에서 소설은 흘러간다. 

승지의 등장으로 엄마와 가까이 지내게 되면서 

그녀는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그녀는 승지를 동생으로 인정치 않았지만 

사연을 알게 되고 방황하는 마음을 이해하면서 

서서히 그녀를 동생으로 받아들인다.


🔖 승지의 엄마는 팔 개월 전에 세상을 떠났다. 이 세상에 엄마가 아주 없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그리워할 빛조차 없는 무인 행성에 홀로 사는 기분이 아닐까? 춥겠지. 단순히 추운 것과는 다른, 훨씬 더 근본적인 외로움과 댕기, 오한, 습기....... - 38쪽

 

⌨️ 호은에게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바로 엄마와 아빠의 이혼이다. 

그들은 과연 서로를 사랑하기는 했을까 싶은 

의문으로 시작해서 엄마에게 심통을 부리기도 한다. 

그리고 아빠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다른 여자와 재혼해버린 그를 그리워한다. 

그런 아빠에게 아빠로서의 역할을 강요한 채 

받지 못했다고 어리광 피우는 저의 모습을 깨닫는다.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을 품어왔던 것이 서서히 풀리는 순간이었다.

그녀가 깨달은 것에 나 역시 가슴팍이 턱 막혀오면서 머리가 맑아졌다.


🔖 예컨대 내가 알아낸 비밀은, 어떤 부모든 바로 그 아이, 즉 나 자체를 위해 아이를 낳은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우린 누구나 지나가는 과객에 불과하다. 난 그것이 지상에 태어난 모든 인간의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 217쪽


⌨️ 첫사랑은 미숙할 수밖에 없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끝이 나버린 첫사랑은 

서로의 오해를 풂으로써 끝난다. 

그 시절 뜨거웠던 감정은 

이제 호은과 ’k'의 추억이 되어 손목시계 안에 담긴다. 

진정한 사랑을 알기엔 조금 이른 나이. 

앞으로 인생에 찾아올 사랑을 두려워하는 호은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 “걱정 마. 다른 의미는 없어. 선배가 이 시계를 맡아주면, 나 힘들어도 쓰러지지 않고 해낼 수 있을 거 같아. 국제 어두운 밤하늘 협회의 후원을 받는 작은 별같이 힘껏 반짝일 수 있을 거 같아.” - 178쪽


🔖 사랑이 시작되면 나는 두근거림보다 먼저 슬픔에 젖을 것 같다. 내 속의 어둠과 허기와 이기심을 들여다보며, 나는 사랑을 시작할지 말지 망설일 것이다. 나 같은 인간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평생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 180쪽


⌨️ 소설의 초반부에서 호은은 

이제 갓 성인으로서 미숙함과 비뚤어진 시각을 가진 

불완전한 성년이었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부모님에 대한 이해와 승지를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꼬여버린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냈던 

‘k'와의 관계까지 그녀는 한 발 더 성장했다. 


 🔖 어른들이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까지도 저렇게 힘껏 받아들이는 사람들인가....... 가슴이 뻐개지도록 밀고 들어오는 진실들을 받아들이고 또, 승낙 없이 떠나려는 것들을 순순히 흘려보내려면 마음속에 얼마나 큰 강이 흘러야 하는 것일까. 진실을 알았을 때도 무너지지 않고 가혹한 진실마저 이겨내며 살아가야 하는 게 삶인 것이다. - 252~253쪽


⌨️ 완벽한 모습을 가진 어른은 어디에도 없다. 

삶은 만들어 가는 것이고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는 남지 않을 테니 말이다. 

엄마를 바라보며 그녀의 삶이 행복해 보이는 이유, 

엄마의 공간이 주는 훈훈함, 

이 자리에 오기까지 엄마가 겪어야 했을 일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모습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엄마는 자신만의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얼마간 일러스트 작업도 하고,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하고, 넉넉하진 않지만 꼭 쓰고 싶은 데에는 돈을 쓰고, 언제든 외출하고, 어디든 가며, 누구든 만났다. 무엇보다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사유할 수 있는 삶이야말로 참으로 사치스러운 삶이 아닐까? 여자로 성장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웠고, 사랑도 한 뒤에 이제 한 인간으로서 독립적으로 자신을 만끽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위안을 찾아가는 호은의 성장은 

내면에 있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어찌 보면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채 

여전히 의문점을 품을 수밖에 없는 시절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 시절 ’소통의 단절‘ ’이해의 부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놓아줘야 나아갈 수 있음을 또 한 번 깨닫는다. 

세상에 태어남 자체가 ‘시어빠진 레몬’이라지만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먹을 것이라는 호은의 다짐이 호기롭다. 

‘레모네이드’는 호은의 ‘자기만의 집’이 되지 않을까.



"사랑의 결실은 변태야. 변화를 겪고 달라지는 것. 계속 사랑하는 건 계속 달라져 가는 거야." - P262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 때론 생명이 그 자체의 힘으로 준비 안 된 여자들을 덮치기도 하는 거야." 엄마는 원치 않는데도, 라는 말을 삼켰을 것이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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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방과 후 주식회사 라임 틴틴 스쿨 22
이와오 슌페이 지음, 김윤수 옮김 / 라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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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들의 방과 후 주식회사
➰지은이: 이와오 슌페이
➰옮긴이: 김윤수
➰펴낸곳: 라임


히로토는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제목이 없는 낡은 책을 발견한다.
<십 대를 위한 경영 노트>가 바로 그것이다.
닳고 낡아서 페이지가 누렇게 뜬 책의 주인은
아무리 찾으려 해도 보이지 않았다.
히로토는 책을 읽기 시작하고
책에 나온 내용을 하나씩 적용해 보기 시작한다.


1리터 병에 들어 있는 보리차를 소분해서
시원한 얼음 보리차로 팔아보기
1학년 1반의 밭에서 기를 오이와 토마토를
적절한 가격을 설정해서 팔아보기
친구들과 함께 자금(여기서는 개인적인 물건)을
모아 주식회사 설립하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소분해서 배달해 주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비전 있는 사업 계획해 보기
비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기


돈을 벌 수 있다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카메라를 살 수 있는 돈을 벌고 싶었던 히토로는
개성이 통통 튀는 친구들과 함께
사업가적인 마인드를 성장시켜간다.
브랜드는 유튜브와 X를 타고 널리 알려진다.
히토로와 친구들은 TV 출연을 하게 되고
드디어, <십 대를 위한 경영 노트>의 주인을 만날 수 있다.


일찍이 사업이 눈을 뜨는 아이들이 있다.
돈의 흐름, 마케팅의 중요성,
본인이 지향하는 바와 사람들이 원하는 것,
그리고 종국에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까지
큰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 옆에는 아마도 영감과 통찰력을 주는 책,
또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초등학생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사업을 시작하고 싶은데 어려운 책은 피하고 싶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책이다.


히로토와 1학년 1반 아이들은 미래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본인만의 사업을 시작했을 수도 있고
안정적인 직장에 다닐 수도 있고
꿈꿔왔던 아이돌이 되어 있을 수도
비영리단체에서 봉사에 가치를 두고 살아갈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본인들의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냈고
위기를 대처해 나가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아이들은 뭐를 해도 잘 해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비즈니스는 눈앞의 사람을 한 명 한 명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 P175

마케팅이란, 한마디로 ‘영업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팔리게 하는 것’이다. - P198

회사나 조직은 사람이 어떤 목적을 위해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목적으로 만드는지를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그 회사나 조직에 참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비전 없는 회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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