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 자연의 재발명 Philos Feminism 4
도나 J. 해러웨이 지음, 황희선.임옥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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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책, 정희진 선생님의 추천사에 이끌려 펀딩에 참여합니다.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좋은 책을 출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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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청소년 말모이
정도상 외 지음, 홍화정 그림,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기획 / 창비교육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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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한반도, 통일 한반도를 전제로 그 땅에서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남북한 언어의 차이와 유사성을 보여주는 책이다. 제목의 '말모이'가 시사하듯 사전처럼 읽어도 좋고 남북한 문화를 소개한 책으로 읽어도 아주 재미있고 의미있는 좋은 책이다.

 

통상적인 사전의 수록 방식과는 달리 책의 내용은 각각 <학교와 교육>, <정치와 사회>, <의식주>, <문화와 체육>, <일상생활>의 다섯개 주제로 나뉘어있고, 각 주제에 맞게 100여개의 단어를 대표 단어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단어 설명에서 또다른 북한 말을 설명하고 있으므로 결과적으로는 그보다 더 다양한 단어가 수록되어 있다. 도넛을 의미하는 가락지빵처럼 알려진 단어 외에도 현빈, 손예진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드라마가 흥행했던 만큼 한번쯤 들어본 북한말도 간간히 보인다. 설령 들어보지 못했더라도 한자어와 발음을 들으면 얼추 그 의미를 유추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탄산단물은 탄산음료, 몸매바지는 스키니 진과 같은 식으로. 그렇지만 몸까기가 다이어트, 딱친구는 단짝, 미안막은 마스크팩이라니. 점점 흥미진진 꼼꼼히 읽어보고 싶어진다.

 

네명의 청소년들이 '남북한 말모이'라는 유튜브를 제작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요즘 아이들의 관심과 생활이 잘 반영되어 있고, 청소년이 주체인 만큼 청소년의 호기심과 눈높이가 최대한 반영되어 있다. 초등 3, 6학년 아들들과 함께 읽으면서 퀴즈 대결도 하고 한국과 다른 북한의 문화에 대해서도 얘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내용도 무척 재미있어서 술술 읽어가면서 통일을 위해 한걸음 준비할 수도 있는 책이다. 모든 청소년과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953년 한국전쟁의 종결을 기준으로 할 때, 분단된지 벌써 68년째이다. 우리가 통일을 해야만 하는 필수적인 이유를 굳이 찾을 필요가 있을까?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우리는 통일의 이유를 찾기 힘들어지고, 분단은 자연스러워지고, 말모이 책은 점점 더 많아지고 두꺼워질 것이다. 그 전에 서로에 대한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누가 먼저면 어떠랴.  

북한에도 바겐세일 같은 걸 하는 기간이 있어요. 바겐세일은 ‘막팔기‘라고 부르지요. 다른 말로는 ‘눅거리 팔기‘라고도 하고요. 북한에서는 물건을 싸게 팔거나 사는 일, 또 그렇게 팔거나 산 물건을 ‘눅거리‘라고 하거든요. 물건값이 쌀 때 "값이 눅다."라고 표현하는 데서 온 말입니다. 채소나 생선류처럼 상하기 쉬운 물건은 손해 보더라도 빨리 팔아 버려야 합니다. 이렇게 팔다 남은 물건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할 때 우리는 ‘떨이‘라는 말을 쓰는데요, 북한 사람들은 ‘꼬리 떼기‘라는 말을 씁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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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드릴게요 - 정세랑 소설집
정세랑 지음 / 아작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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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상상으로 표현된 미래 세계는 모두 21세기 지구와 인류에 대한 깊은 반성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리셋 이전의 ‘과거 인류‘인 나는 부끄러웠고 ‘닯지 않은 대상을 사랑하는 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기이하면서도 사실은 무척 따뜻한 글을 읽으면서 정세랑이라는 작가가 더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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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생각하는 숲 22
조원희 지음 / 시공주니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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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소리, 다른 시선˝이라는 설명이 이 이 책의 거의 전부를 설명해준다. 두번의 ˝콰앙˝이라는 소리에 우리는 왜 그렇게 다른 눈빛을 보내게 되는 걸까? 모든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그 메시지를 이렇게 소박하면서도 강력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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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피아드 -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세계신화총서 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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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들>의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가 '다시 쓴' 신화 이야기이다. 부제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가 말해주듯이 <오디세이>의 주인공인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와 그녀의 12시녀에게 '발언권'을 주어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서 언급된 사실과 인물에 대해 다시 쓰기를 시도한 책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페넬로페의 수의(혹은 거미줄)'라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주로 정절과 지혜를 지닌 현모양처로 묘사되어온 페넬로페가 발언권을 가지게 되자, 그녀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오디세우스를 그저 다리가 '짜리몽당'하고 거짓말에 사기에 능하며, 역마살이 든 여성편력자에 불과한 인물로 묘사하기 시작한다.  

 

페넬로페의 '입'을 빌어 우리는 고대 여성의 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여성은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태어나면서 버려지거나 혹은 거래의 대상이 된다. 결혼은 아버지와 미래의 남편인 남성들 사이의 거래로 이루어지며, 결혼 이후에는 남편의 소유물이거나 대를 잇는 아들을 낳아야 할 암컷으로의 역할을 요구받는다. 죽음 이후에 명부(冥府)에 도달하고나서야 페넬로페는 "이제 신들과 영웅들과 미녀들의 그늘에 감춰지고 가려졌던 모든 추악할 비밀"을 폭로하는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페넬로페처럼 왕가의 공주로 태어나지 못한 '12시녀'의 삶은 더욱 비참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책은 12시녀들에게 이름을 부여하기도 하고, 코러스의 형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준다. 12시녀들은 미천한 신분으로 태어난 자신의 운명을 탓하고 변호하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주인을 원망하고, 조롱한다. 특히 제10장 <텔레마코스의 탄생>의 코러스는 신분의 차이가 삶을 어떤 식으로 바꾸어놓는지를 보여주는 슬픈 노래이다.

 

일종의 역설과 해학의 방식으로 쓰여진 이 책은 역사적으로 알려진 사실의 이면을 비틀어보는 통쾌함과 엄숙한 사건과 인물에 대한 풍자적 태도로 인해 시종일관 해학적이다. 그리고 페넬로페와 아들 테레마코스의 대화와 관계는 현대 사춘기 아들과 엄마의 관계를 겹쳐보게도 해준다. 다만 이왕에 '다시쓰는' 이야기라면 페넬로페는 더욱 적극적이고 진보적인 여성이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12명의 시녀들일지도 모른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명예를 더럽힌 그녀들은 "이승에서도, 내세에서도, 그 어떤 생에서도" 오디세우스의 뒤를 따른다. 이 이야기는 바로 12명의 시녀들의 무덤에 바치는 추모의 한잔 술이며, 그녀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추도사인지도 모른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와 <일리아드>,<오디세이>와 같은 책들이 이 시대에 다시 읽혀져야 할 이유가 있다면, 어쩌면 이런 다시 읽기와 다시 쓰기에 대한 욕구와 필요성 때문이 아닐까?

헬레네는 한 번도 벌을 받지 않았다. 도대체 이유가 뭔지 알고 싶다. 남들은 훨씬 더 가벼운 잘못을 저지르고도 바다뱀에 휘감겨 질식사하거나 폭풍우 속에서 익사하거나 거미로 변하거나 화살에 맞아 목숨을 잃기 일쑤였다. 이를테면 잡아먹지 말하야 할 소를 잡아먹었다든지, 교만하게 굴었다든지, 뭐 그런 사소한 잘못을 가지고 말이다. 그런데 헬레네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에게 고통과 피해를 주었으니, 최소한 몽둥이찜질이라도 한번 야무지게 당했어야 마땅할 텐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 P44

나는 그들이 나를, 이 오리 아가씨 페넬로페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나와 함께 덤으로 주어지는 것들이다. 왕실과의 연줄, 번쩍거리는 한 무더기의 잡동사니들. 나를 향한 사랑 때문에 자살하는 남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 P51

그리하여 나는 마치 고깃덩어리처럼 오디세우스에게 건네졌다. 황금으로 포장한 고깃덩어리...... 말하자면 금박을 입힌 선지 푸딩이라고나 할까. - P63

운명의 여신들에게 물어보아라, 남자들과 여자들의
인생살이 이리저리 엮어 핏빛 혼돈을 만드는 그들,
인생사 어찌 바뀌었을지 그들만이 알리니
우리의 속마음도 그들만이 알리니,
우리는 영원토록 대답하지 않으리라. - P95

그러니까 우리가 겁탈당하고 그후 교살당했다는 것은 어쩌면 달을 숭배하던 모계사회가 아버지신(神)을 받드는 이방인들의 침략으로 무너져버린 사건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방인들의 우두머리, 즉 오디세우스가 유리 교단의 대제사장, 즉 페넬로페와 결혼하여 왕이 되었다는 거죠. - P194

당신이 아무리 변장을 해도 우린 모두 꿰뚫어볼 수 있어요. 낮길을 걸어도, 밤길을 걸어도, 그 어떤 길을 택해도 우리는 당신의 바로 뒤에서 한 가닥 연기처럼, 긴 꼬리처럼, 여자들로 이루어진 꼬리처럼 당신을 졸졸졸 따라 갑니다. 기억처럼 무겁게, 바람처럼 가볍게. 우리는 열 두번의 규탄, 지면을 스치듯 지나가는 발가락들, 등뒤로 묶인 손목들, 길게 빼문 혓바닥들, 툭 튀어나온 눈알들, 목구멍 속에서 막혀버린 노래들.
......
우리는 시녀들, 바로 당신을 대접하는 여자들. 그러니 당신께 합당한 대접을 해드리지요. 우리는 절대로 당신 곁을 떠나지 않고, 그림자처럼 당신에게 달라붙어, 아교처럼 나긋나긋하고 집요하게 따라다닐 거예요. 어여쁜 시녀들, 모두 한 줄로 늘어서서.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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