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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우아하게 젠더살롱 - 역사와 일상에 깊이 스며 있는 차별과 혐오 이야기
박신영 지음 / 바틀비 / 2023년 12월
평점 :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역사와 일상에 깊이 스며 있는 차별과 혐오 이야기'라는 부제 때문이었다. 스스로 '역사 덕후'라고 하는 작가가 일상 속 '여성 차별' 문화와 문제를 역사적 근원을 추적해서 밝하는데, 작가가 일상 속 성차별의 역사와 근원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것은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통해 오랫동안 전해졌고, 성차별이라고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를 내재해온 차별의 논리를 작가는 '역사'라는 자료를 근거로 삼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그 부당함을 지적한다. 특히 '굽은 솔이 선산 지킨다'는 속담 속에 약자와 여성에 대한 가스라이팅 논리가 숨어있음을 밝히는 부분에서 분노와 슬픔이 동시에 밀려왔다. 이 책을 읽고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과 <가면 뒤에서>를 다시 읽어 보기로 작정했다.
다만 이 책은 신문 연재 칼럼이 수정을 거쳐 단행본으로 출판된 책이라는 한계로 인해 각 장의 내용이 조금 단편적인 점은 아쉽다. 구조적 문제를 치밀하게 따지기보다는 일상에 만연한 성차별에 맞설 비상약 혹은 응급 호신무기가 필요할 때 신속하게 챙길 수 있는 가독성 좋은 비책이라고 할까? 역사, 이야기, 성차별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역사책을 읽다가 ‘망탈리테‘라는 개념을 접했다. 역사학자 뤼시앵 페브르는 <16세기 무신앙 문제>의 머리말에 "각각의 시대는 심성적으로 자기 시대의 우주를 만든다"라고 썼다. 여기서 심성心性은 망탈리테를 번역한 말로,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집단적인 사고방식을 말한다. 그렇다면 내가 성차별주의자들의 말과 행동을 대할 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에서 온 사람 같다고 느끼곤 했던 것이 이해가 된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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