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보름
R. C. 셰리프 지음, 백지민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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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 이시구로가 왜 "일상적 삶 속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운 존엄성"이라는 표현으로 이 책을 추천했는지 알 수 있다. <구월의 보름>은 그의 <남아있는 날들>이 주는 아름다움과 거의 일치한다. 휴가를 떠나기 위해 도시락을 싸고 기차를 타는 일이 이렇게 설레고 아름다운 일이었나 다시 생각해보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휴가를 떠나기 전, 혹은 휴가를 다녀온 뒤 읽으면 더할 나위 없는 책이다. 물론 외부로 떠나는 휴가 대신 이 책 한 권이 휴가가 되어줄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 불만 많던 가족과 힘든 직장 일, 한 번의 외식조차 더 사랑스러워졌다. 

그러나 대체로는 즐겁고 거리낌 없는 자유의 기조가 있었다. 하인은 없었고, 주인도 없었으며, 점원도 없었고, 지배인도 없었고, 그저 공통된 직업이 ‘휴가객‘이었던 남녀만이 있었다. 꽉 조이는 네모난 구멍에 맞추느라 쓸리고 화끈거리는 곳을 쉬게 하는 둥근 못들과, 무른 성질 혹은 순전한 의지력으로 모양을 바꿔 더는 아프지 않은 못들이 있었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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