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칸트학회가 내놓은 일군(이라 하기에 민망한 파편적 현황)의 결과물들은 현시점에서 일반 독자들에게 있어 거의 전적으로 무가치하다. 필요최소한의 중심축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칸트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겠다며 백종현을 그렇게 때리더니 정작 모든 칸트 읽기의 기본 축인 순수이성비판조차 여지껏 내질 않고 있다. 19년도까지 전집을 완간하겠다는 약속은 도대체 어디에 내다 버렸는가?
당장 이 책 <<서설>>의 머리말에서부터 이 책이 <<순수이성비판>>과의 보완 관계에서 읽혀야 적절함을 칸트 스스로 밝히고 있고(IV 261 이하), 본문 초입부터 <<비판>>의 특정한 쪽수를 지정하며 이를 참고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IV 266). 기하학을 모르고서는 플라톤의 학원에 들어갈 수 없듯 <<비판>>을 알지 못하면 칸트와 대화의 물꼬조차 틀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칸트학회는 수벌 떼와 같은 오만함과 태만함으로, 한편으로는 '기존 <<비판>>들은 심각한 문제가 있으니 읽지 마! 우리 책을 읽어!' 하면서, 한편으로는 '사실 아직 그런 건 없어!' 하고들 있다. 번역 논쟁과 전집 광고가 18년에 있었으니 벌써 3년째 이러면서 놀고들 있는 셈이다. 윙윙윙. 웅웅.
그들이 독자들을 칸트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게으른 벌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