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접했을 때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녹색광선의 책표지도 그러하지만, 소설 첫 머리부터 관능적 언어로 가득하다. 이 소설의 끝부분이 충격적이라고 들었는데, 나한테는 소설 전체가 그렇게 느껴졌다(일단 이 둘의 관계가 가족과 주변인으로부터도 여러 해 동안 용인되었다는 설정 자체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는 파격이다). 두 주인공의 관계가 다면적으로 격변하는 끝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맞다. 육체의 젊음이 '사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이 작품에서만 봐도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렇지만 또 중요하기도 하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타인의 노화, 자신의 노화를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도 있겠다. 느낌과 생각이 조화를 이루느냐, 갈등관계를 이루느냐도 중요한 것 같다. 내 생각으로는 사랑하지만 누군가의 노화가 그에 역행하는 감정을 일으킬 수도 있고, 생각으로는 (육체의 변화 때문에) 사랑을 접었지만 감정으로는 접지 못할 수도 있다. (이게 다 무슨 소리인지 궁금하신 분은 책을 직접 읽어보시길😊)삶에 대한 진실을 매혹적인 문장과 날카로운 시각으로 포착한 작품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이 작품의 후속작인 <셰리의 종말>이 각주로 언급되고 있는데, 미친 듯이 궁금해진다.
필연적인 결말이었으나 너무나 비극적이어서 한 시간 정도 여운이 짙게 남았다. 내 부족한 능력으로는 이 소설의 위대함을 그냥 묘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소설 중에 가장 위대하다는 말 밖에는.
<마틴 에덴>의 마틴 만큼은 아니어도 나도 이것저것 지식 욕심은 있어가지고 최근에 책도 잔뜩 빌리고 읽을 논문이 컴퓨터 안팎으로 수두룩한데, 마틴처럼 자는 시간을 죽는 시간으로 생각할 정도로 목숨 바쳐서 읽고 공부해본 적은 지금껏 없다. 죽은 것이나 다름 없는 글자들에 인간이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참 신비한 일이다. 인간의 알고자 하는 욕구와 상상력이 가진 힘은 놀랍다. <마틴 에덴>의 결말은 비극이지만, 마틴이란 인물, 아니 작가 잭 런던은 인간에게 잠재된 힘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