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초창기 시절, 독서법에 대한 책은 5권당 1권 정도의 비율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는 책이 잘 안 읽히기에 그런 책이 필요하기도 했고, 읽고 나면 나름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독서량이 쌓이고 읽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된 후부터는 거의 보지 않았는데, 이 책은 자극적인 제목 탓인지 한번 확인이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1만 권은커녕 1천 권, 아니 1백 권도 읽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렇게 무모하게 책을 읽는 방법이 있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제목만 보고 폄하하기보다 한번 읽어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에 책을 들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몇 가지 점들만 제외하면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우선 저자가 자신의 독서론이나 독서방법, 그리고 독서의 효용에 대해 상당히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 맘에 들었습니다. 책의 제목이 직접적이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해명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걸 저자도 알았는지 초반부터 일찌감치 빨리 읽을 수 있는 책과 빨리 읽을 수 없는 책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마치 카드사가 이것저것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신나게 떠들고 난 뒤 말미에 작은 글씨로 통합한도 할인액을 보이지도 않게 명시하여 분노를 터뜨리게 만드는 것과는 달리, 시작부터 언급하여 애초에 독자의 반감을 살 여지를 차단하고 있다고 할까요. 뭐 이것도 짜증 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습니다. 솔직한 저자의 자세가 좋았습니다.
살다 보면 교육에 의한 가르침이 아니어도, 부모 또는 선배의 덕담이 아니어도, 스스로 깨닫게 되는 삶의 진리나 노하우가 각자에게 존재합니다. 그래서 어렴풋이 자기 안에 형성되어 가고 있는 그 무언가, 그러나 확실하게 잡히지 않았던 어떤 생각이나 개념을 책에서 만날 때에는 아, 이 저자가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이야기하고 있구나 하면서 반가운 기분을 느끼게 되죠.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지식과 깨달음이 아닌, 내 안의 있던 희미한 것을 책의 저자가 확인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편입니다. 이 책은 그런 것들이 많았던 경우에 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