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이라면 취향과 주장을 구분하고 자신의 주장에 맞는 근거를 적절하게 가져와 설명하는 논리적 구성 능력이 매우 중요하겠지만, 그 단계가 지나면 문장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상급자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글쓰기의 문제는 논리 보다도 잘못된 문장에서 온다는 것인데, 이는 외래어의 오남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바로 중국의 한자말, 일본식 표현, 영어식 표현 이 세 가지입니다. 저자는 잘못된 문장을 고치는 시범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풍부한 사례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우리가 문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외래어의 오남용 때문이라면, 어쩌면 우리글을 제대로 쓰지 못한 책임은 공부를 적게 해서가 아니라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가 아닐까? 하는 의문 말입니다.
영어 공부를 하다 보면 영어식 수동태와 피동형 문장에 익숙해집니다. 영어 문장을 번역하던 습관에 익숙해진 나머지 우리 문장도 수동태로 쓰는 사례는 정말 많죠. 일본어와 한문도 마찬가지입니다. 학문을 깊이 있게 공부하다 보면 자연히 서양문명이 이룩한 성과를 들춰보게 됩니다. 또는 그것이 한번 걸러진 일본의 것을 공부하기도 하죠. 결국 배운 사람들이 외국식 표현을 자신도 모르게 사용하기 때문에 현재 우리의 글쓰기가 이렇게 된 것 아닐까요?
개인적인 경험을 보아도 독서가 어려워지는 시점은 대부분 어려운 학술 서적, 전문서적을 접할 때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쓰인 문장들은 주로 복합 문장이거나 외국식으로 읽히는 문장들입니다. 마치 영어공부를 할 때, 우리가 속으로 해석하면서 사용하는 문장의 느낌으로 서술되어 있는 것입니다.
저자가 예시를 통해 비판하는 글들을 보면 더욱 명백해집니다. 대부분 고위급 정관계자들의 글인데, 방송에서 발표할 때는 전혀 몰랐지만 글로 다시 읽어보니 정말 말도 안 되는 표현이 많더군요. 하지만 이조차도 저자가 지적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넘어갔을게 뻔합니다. 혹은 본인의 독해력이 부족한 탓에 이해가 안 되는 거라고 청자들은 생각했을 겁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영어식 표현은 정말 많이 오남용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저야 글을 써보려고 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파워블로거들의 글을 읽은 지는 오래되었으니 이야기하자면, 양질의 포스팅으로 엄청난 이웃을 가지고 있는 블로거들의 문장에서도 이런 표현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의 생각처럼 말하는 것입니다.
"~~입니다.~~라고 생각합니다.로 해도 될 것을, ~~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식으로 생각을 피동형으로 표현하거나, "~~라고 하겠습니다."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3인칭으로 바라보듯 이야기하거나, "~~라고 할 것입니다." 식으로 현재가 아닌 미래에 일어날 것처럼 쓰는 걸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어떨 땐 이런 표현이 한 문단 안에 다섯 번, 여섯 번 등장하곤 합니다. 너무 많아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헷갈릴 때도 많았습니다. 전에는 제가 독해력이 부족한 줄 알았습니다만, 이 책을 통해 문장을 쓰신 분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 블로거들이 이미 상당한 양의 게시물을 발행한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많은 양을 포스팅 할 동안, 그런 글쓰기 방식을 바꾸지 못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물론 포스팅은 자기만족으로 하는 것이지만, 좀 더 올바른 글쓰기를 했다면 더 많은 대중에게 닿을 수도 있는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리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