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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임 - 서른이라는 단어에 발길이 멈춰선 당신에게
신성원 글 사진 / 시공사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속삭임]
속삭임의 사전적 의미는 첫째, 나지막한 목소리로 가만가만히 하는 이야기, 둘째, 무엇이 가만히 스치는 소리라는 뜻이다.
이 책의 지은이 신성원이 우리에게 독자에게 속삭이고 있다. 인생살이에 대해서.
아나운서라는 소위 말하는 전문직 여성이며 이시대를 앞서간다고 자부하는 골드미스의 표본이 되는 그녀가 발길을 멈췄다.
서른이라는 단어 앞에서 말이다. 누구나 20대에는 자신감 넘치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서른쯤 되면 무엇인가를 이루어놓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그러나 지금 나는 스물아홉을 맞이하고 1년뒤면 서른이다. 하지만 아직도 불안하고 아직도 해놓은 것도 없는 것 같고, 남들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니 그런것도 아닌 것같다. 이런 마음이 이 책으로 나를 이끈 듯하다.
힘들면 쉬어가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쉬어가지는 것에 불안감을 갖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힘들다고 잠깐 쉬면 남들보다 뒤쳐질 것 같고, 그러면 실패할 것 같은 조바심을 누구나 갖고 있다.
신성원 역시 잘나가는 공영방송 KBS의 아나운서이지만 쉬어가는 것에는 불안감이 있었을 텐데, 그녀는 과감하게 일년이라는 기간을 쉬어가기 위해 쉼표를 찍고 뉴욕으로 날아간다.
꿈을 꾸고, 그꿈 하나만 생각하면 설레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그런 때가 누구나 있다. 그러나 살다보면 살아가다보면 그냥 저냥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나날들을 보내게 마련인데, 이런 인생의 쉼표를 통해 다시 내 심장을 깨우고, 다시 내 가슴이 뛰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과감히 쉼표를 찍을 수 있었던 그녀의 용기에 감탄하고, 살짝 부럽기도 하다. 1년 휴직이 가능한 직장을 가진 그녀가..^^
이 책은 뉴욕에 그녀가 머물면서 찍은 사진들과 그녀의 생각들을 진솔하게 담은 책이다. 천천히 읽으면서 생각도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중간중간 나오는 시같은 글들. 짤막한 글들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그 중에 뒷모습이라는 제목의 글은 내가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나 또한 앞모습보다는 뒷모습이 더 신경쓰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모습을 중요하게 여긴다. 옷을 고를 때에도 누구를 만날 때에도 늘 겨울에 서서 뒷모습보다는 앞모습을 비춰보며 다듬지만 나는 뒷모습이 더 신경쓰인다. 웬지 내가 볼 수 없는 내 뒷모습. 남들만 바라보는 내 뒷모습.
뒷모습이 아름다운 여자이고 싶다. 그리고 밥먹는 모습만 봐도 그사람의 기분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슬퍼도 우리는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밥을 먹는다. 너무 기뻐도, 너무 슬퍼도, 너무 화가 나도, 너무 우울해도, 너무 짜증나도 우리는 때가 되면 밥을 챙겨먹어야만 하는데, 애잔함을 느낀다. 지은이와 내가 통하는 부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1년 앞으로 다가오는 서른살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열심히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한 점, 쉽표를 찍을수 있는 여유도 중요함을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