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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 플레이어
조안 해리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책을 받고 두꺼운 두께에 깜짝 놀랐다. 무려 568페이지 됐는데, 이걸 언제 다읽나 하는 생각도 잠시 책을 읽는 동시에 단숨에 책을 읽어내려 갔다. 사실 제목이랑 표지만 보아서는 도저히 책이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는데 '젠틀맨 & 플레이어'라는 제목이 영국의 귀족 게임이었던 크리켓 경기에서 유례된 말로 젠틀맨은 아무런 보수없이 경기에 참가하는 유한계급의 아마추어 선수를 말하고, 플레이어는 보수를 받고 뛰는 직업 선수를 지칭한다. 그리고 목차에서도 폰, 킹, 나이트, 앙파상, 체크, 비숍, 퀸, 메이트처럼 체스 용어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야기는 영국의 명물 전통 사립학교 세인트오즈월드 문법학교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곳은 입구부터 '무단출입금지'라는 표지말로 정말 아무나 들어갈 수없는 상류층들만의 전유물로 비춰진다. 마침 학교 수위로 일하게된 아버지와 함께 세인트오즈월드 문법학교 사택에서 살게된 주인공은 자신은 비록 초라한 다른 학교에 다니지만, 언제나 세인트오즈월드에 동경의 마음을 가지고 그곳에서 함께 상류층 아이들과 지내고 싶어한다. 어느날 고민끝에 아버지 몰래 열쇠를 훔쳐 밥마다 학교를 둘러본 여러달 동안 그 어느 누구보다 그학교 구조와 위치를 알게되고, 그 열망이 강해지고 더욱 대담해져 세인트오즈월드의 교복을 훔쳐 본래 자신의 학교를 몰래 빠지거나, 조퇴를 일삼으며 세인트오즈월드에 진짜 학생인 마냥 수업도 듣고, 행사에 참여한다. 그곳에서 점점 더 빈익빈부익부를 느끼며, 이러한 사회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점점 더 괴리감을 느끼며, 애증적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진자 상류층 소년 리언을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행동하면서 점점 거짓과 위선으로 그의 삶은 물들어간다. 하지만 에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고 십여년 뒤 증오와 복수심으로 불탄 주인공은 마침내 세인트오즈월드 문법학교 선생님으로 들어가 어렸을적 자신이 겪었던 일들에 대해 세인트오즈월드를 무너뜨리려 하는데..
주인공와 더불이 그 학교에서 한학기만 더 채우면 100학기를 맞는 선생님이 함께 주인공 격으로 나오면서 각 단원마다 둘이 시점으로 각각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주인공이 그렇게 변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과 사회가 밝혀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엔딩까지.. 이야기를 느리듯, 빠르게 진행되며, 주인공이 참 대단하면서도 안타깝게 느껴졌다. 누가 그를 괴물로 만든 것일까? 착찹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아무튼 이렇게 치밀하면서도 세세하게 이야기 구성을 만들어낸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서 빨리 읽어봐야지^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