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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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이 내손에 들어온 것은 좀 엄청 되었던 것 같다

항상 책꽃이에 꽃혀 읽어야지라고만 했지만 빨리 읽지는 못했다

그런데 얼마전에 "강신주 감정수업" 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소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그런데 그 속에 읽어야지 하면서 사실 읽기가 왠지 부담스러웠다고 해야겠지

사랑마저 집어 삼키는 괴물 탐욕의 얼굴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피노자의 말처럼 무절제하게 부를 욕망하고 사랑하는 것이 바로 탐욕이라는 감정의 실체

탐욕이라는 중용이 있을 수가 없다

탐욕의 상태는 목이 말라서 바닷물을 마시면 잠시 동안 갈증을 해소할 수 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과거보다 더 강한 갈증이 찾아오게 된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은 네명으로 압축한다

닉이라고 불리는 소설의 화자 "나"

5년동안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옛 여인을 찾아온 개츠비

개츠비의 옛애인이자 지금은 남편을 가진 아직도 매혹적인 여인 데이지

그리고 마지막까지 엄청난 재산을 무기로 데이지의 남편으로 낙점 받는 데 성공한 톰

소설의 전편은 톰과 개츠비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데이지의 고뇌는 만족을 모르는 그녀 자신의 탐욕을 개츠비가 충족시켜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사랑의 고뇌 이면에는 탐욕의 고뇌가 돠리를 틀고 있었던 것이다

데이지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을 때 이것을 눈치 챈 톰은 개츠비의 재산 형성과정의 불법적으로 그의 부유함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과도 같다고 폭로한다

바로 이순간 데이지가 개츠비가 아니라 다시 톰을 선택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개츠비가 데이지의 탐욕을 간파했던 것처럼 톰도 아내의 본성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5년전 가난한 장교 신분으로 개츠비가 데이지를 사랑했던 것도 바로 그녀의 부유함이 뿜어내는 환상때문이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

당시 개츠비는 데이지를 얻으면 그녀의 부유함이 가져다 주는 달콤한 결실을 모두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개츠비의 사랑도 탐욕에서 출발했던 셈이다

위대했던 것은 개츠비가 아닐 수 있다 진정으로 위대한 것은 개츠비,데이지, 그리고 톰을 가로지르고 있는 탐욕 그자체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은 이 세사람이 아니라 돈이었던 것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중에서~~~~~

그는 자신이 데이지의 집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제이 개츠비로서의 미래가 아무리 대단할지라도 당시의 그는 아무 경력도 없는 무일푼의 청년이었으며 정체를 감추어주는 망토는 언제라도 그의 어께에서 미끄러져내릴 수 있었다

그는 탐욕스럽고 대담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다

백만장자라고 사기를 쳤다는 뜻이 아니라 데이지를 고의적으로 어떤 안도감을 심어주었다는 뜻

그녀를 충분히 감당할 능력이 있다고 그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었다 뒤를 봐 줄 부유한 가족도 없었고 무정한 국가의 변덕스런 결정에 따라 세계 어디로든 보내질 수 있는 처지였다

그는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았다 그녀는 개츠비에게는 아무 미련도 없이 자신의 부유한 가족에게로 풍족하고 넉넉한 인생으로 돌아가버렸다 개츠비는 그녀와 결혼이라도 한 것처럼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개츠비는 자신의 화려한 미래의 모습을 거듭하여 상상하다가 마침내는 그것을 현실이라 믿게 되는 인물

그리고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상류층 여성인 데이지를 사랑하고 그사랑을 실현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 젊은 나이에 엄청난 부자가 된다

그의 부는 의심과 질시의 대상일뿐 윤색된 과거는 조롱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현재,나아가 미래까지 모두 자신으 꿈에 맞게 바꿔버리겠다는 그의 무모한 낙관주의는 바로 1925년 당신 신생 강대국인 미국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유서깊은 유럽의 제국들로부터 견제당하면서도 예의도 모르는 상것들이라는 천대를 받으면서도 국제무대에 등장해 서서히 힘을 키워가는 미국이라는 나라는 여전히 자기 확신이 부족한 상태였다

이 불안한 승리 아슬아슬한 성공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바다 건너 이스트에 그의 초록색 불빛을 바라보는 개츠비처럼 미국인들은 낙관을 잃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인들이 위대한 개츠비를 최고의 소설로 꼽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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