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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너머 한 시간
헤르만 헤세 지음, 신동화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평점 :
리앤프리를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데미안의 씨앗이 된, 몽상과 현실의 경계에 새겨진 아홉 편의 이야기
무명의 청년 시인 헤세가 낭만주의적 정취를 한껏 발휘해 써 내려간 밤과 꿈, 아름다움과 낭만, 그리움과 우수, 그리고 침묵과 고독
헤르만 헤세의 첫 산문문학,
한 줄기 바람이 육지에서 내게로 나른히 불어왔다.
바람은 숲속 풀의 냄새와 멀리 떨어진 정원들의 은은한 향기를 실어왔다.
큰 사이프러스나무들의 그늘로 완전히 덮인 낮은 벤치 하나가 내 마음을 끌었다.
태양이 사이프러스 벽의 가장자리 위로 솟아 나의 잠든 눈을 뜨거운 빛으로 비추었다.
밝은 목소리들이 귓가에 울렸다.
밤은 검은 원으로 정원을 더 꼭 둘러쌌다.
밤은 남국의 밤처럼 신속하고 위압적으로 찾아왔다.
언덕과 숲과 덤불이 차례로 가라앉더니 마지막에는 가까이에 있는 것들이 빠르게 소리 없이 모습을 감추고 돌연 비밀의 왕국으로 사라졌다.
여인들의 노래가 멈춘지 얼마 안 되었고, 공중에는 장중한 멜로디의 미세한 반향이 아직 남아 있었다.
나의 가슴은 애달픈 행복으로 가득했고,노래를 시작할 때 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의 첫 노래들의 희열이 당신을 엄습할 것이고, 낯선 것이 낯선 것과 결합할 것이고, 당신의 작품은 성장하고 점점 더 큰 생명을 얻을 것이며, 마지막에 가선 어느 고요한 시간에 작업실을 벗어나 완성되고 순수하고 듣기 좋은 모습으로 당신 앞에 서 있을거예요
정원에서 나는 여왕이 자신의 여인들과 둥글게 앉아 있는 걸 발견했다.
향기나는 황금빛 과일들로 가득한 쟁반이 손에서 손으로 옮겨갔고, 이 놀이를 하는 여인들은 각자 그 과일들에 대해 한마디 말을 해야만 탐스러운 과일 하나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차라리 동화를 하나 들려줄게
두 바이올린 연주자가 서로 좋은 친구 사이면서 걸인처럼 가난했어 그러다 어느 불길한 날에 그들은 내기를 해보기로 했어 둘 중 누가 더 대단한 바이올린 연주자일지를 놓고 이때부터 그들의 명성은 높아졌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결코 믿지 않았다.
영혼을 밑바닥까지 샅샅이 엿듣고 모든 깊숙한 곳을 자신의 기예로 환히 비췄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