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아 버린 화살하고 불러 버린 노래하고 다른 사람이 가져가 버린 내 마음은 내가 어쩔 수가 없단 말이다.감히 영원 같은 걸 갖고 싶었나 봐, 변하지 않는 거 말이야쿠팡플레이 시리즈 원작 소설이세영 & 사카구치 켄타로 꼭 사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연둣빛에 끌리듯 다가가 그것을 만지고야 말았는데 눈으로만 보세요라고 씌어 있었는데 손바닥으로 가만히 쓸어내렸던 것이다. 그것은 무채색 겨울 들판 구석에 혼자 핀 아기 민들레의 새싹 같은 빛 더구나 순면 소재의 타월 같은 촉감이 아주 좋았다. 옷 한 벌 샀어, 하자 지희는 산 그 트레이닝복과 번갈아 쳐다보다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야, 이제 홍이한테도 봄날이 오나보다'무슨 소리야, 하고 물으니깐 그녀는 진회색 슈트를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너 이제 이런 상복 좀 벗어 버려' 그제야 늘 지희가 제발 이런 칙칙한 검은 색이나 회색 혹은 진한 보라색 옷은 입지 말라고 타박을 주던 일이 떠올랐다.트레이닝복을 꺼내 들고 기획 회의가 좀 미루어지게 되어서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뛰고 출근을 하려던 것이다. 그날 아침 식탁에서 아버지는 뜻밖에도 공항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제야 아버지가 요즘 심혈을 기울여 책을 낸 일본의 젊은 작가가 온다는 말을 회의시간에 들었던 생각이 났다. 오늘 통역을 맡은 후나 선생이 다이어트를 너무 무리하게 하다 쓰러졌다고 한다.자신의 통역자가 쓰러졌다는데 따질 수도 없었고 민준과의 저녁 약속을 취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대체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재회의 자리에서 떠오르면 대체 어쩌자는 것인가할아비지는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단다. 기적은 없다고 믿는 부류의 사람들과 결국 모든 게 기적이라고 믿는 부류의 사람들 이런 기적에 가까운 일 앞에서 오히려 멍청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기적은 거의 일어나지 않아야 기적인데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는 걸 믿어요?'왜 그에게 그런 말을 꺼냇을까, 왜 그에게 일본인이고 몇 번 마주친 적도 없는 그에게 나는 그런 말을 꺼냈을까,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