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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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사람도, 이곳엔 이제 하나도 없어…


섣달 그믐날 밤, 엽총으로 자살을 한 세 노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어떤 심정으로 그런 선택을 내린 것일까. 책에서는 그 모든 게 모호하고 불명확하게 그려진다. 정확한 내막을 알 수 없어 답답하기도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이 명확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글 중 가장 큰 특징은 딱 정해진 교훈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이, 어떤 행동이 옳은 것인지 미리 정해 두고 독자들에게 알리는 글과는 다르다. 따라서 에쿠니 가오리의 글에는 불륜, 나이차가 큰 사랑 등 ‘평범’하지 않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은 주제가 많이 등장한다. 에쿠니 가오리는 이런 주제를 옹호하지도, 비판하지도 않고 그저 다양한 사람들의 명확하지 않은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독자들의 몫이다.


여위고 키가 크고 피부가 가무잡잡한 시노다 간지는 여든여섯살, 대머리에 몸집이 작은 시게모리 츠토무가 여든살, 축 늘어진 뺨이 불도그를 연상시키는데다 숏 보브 스타일의 백발이 남의 이목을 끄는 미야시타 치사코는 여든 두살, 세상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두말 만

세사람은 1950년말에 처음 만나 지금까지 죽이 잘 맞아서 공부모임이라 칭하며 연극이니 영화니 콘서트를 보러 다니기도 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뜨겁게 예술론을 벌이기도 했다

세사람 모두 추억담이라면 얼마든지 풀어낼 수 있었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것이다 어느 새 가족보다도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보니 가족만큼 친밀한 관계였던 것은 아니라해도 아주 오래전에는 반했느니 어쨌느니 콩깍지가 씌었던 적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실제로 간지는 치사코가 자신에게 마음을 두었던 무렵의 일을 기억하고 있으며 츠토무틑 치사코와 잠자리를 같이했던 것을 기억한다 물론 치사코는 그 전부를 기억했다 

도우코는 노인 셋이 엽총으로 자살했다는 내용을 TV에서 들었고 엽총으로 자살했다는 세 노인 이야기는 더이상 화제에 오르지 않았지만 그 중 한사람이 자신의 할머니라는 사실 따위는 알 턱이 없었다

세사람이 80대라는 것만 전해졌을 뿐 유서가 남겨져 있고 자살이란 것만은 확실한듯 도우코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근거없는 불안으로 몇 년 넘게 못 만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는다 밤이 되어서야 어머니는 도우코와 유우키도 와 봐야할 것 같다고 치사코씨가 떠나버렸다 도우코가 알게 된 것은 그게 다였다

노인 셋의 자살로 인해 남은 식구들이 마무리하는 과정, 노인들의 남은 여생도 얼마남지 않았을것인데 왜 자살을 했을까, 누구를 위해 이런 선택을 했을까, 남은 식구들은 어떤 상처로 남게될까?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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