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함의 용기 - 나는 수용자 자녀입니다
성민 외 지음 / 비비투(VIVI2)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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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용자의 자녀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었다. 조용히 숨죽이고, 자신을 들어내서는 안 되며,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숨쉬기조차 버거운 시간을 견뎠고, 그 이후로는 많은 것을 회피하면서 살았다. 수용자의 자녀답게 살아야 한다고 믿었던 나는 결국 이제 와서야 깨달았다. '수용자의 자녀다운 것'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 이토록 깊은 자취:다이애나 글 중 p180

수용자와 그 자녀..
사실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주변에 없어서인지도 모르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글 속 부모들의 죄명(?)을 보니 강력범죄가 아닌 '장발장의 빵'처럼 생계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변에 참 무관심한 나를 발견하게 되니 미안함과 더불어 생명의 존엄성과 존재의 소중함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

10명의 청년들의 삶을 모아둔 글이지만, 얼마나 많은 수용자 자녀들이 견뎌내고 버텨내는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 가늠할 수 없음이다.
'세움'이라는 단체가 있음에 감사하며 이런 단체의 존재도 널리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수용자 자녀'라는 말자체가 그들을 얼마나 옭아매고 있을지..
얼마나 많은 눈물과 매일의 힘겨움이 있을지 나는 잘 알지 못하지만 이 책을 통해 주변을 살피고 혹여나 비슷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있다면 진정한 어른의 모습으로 다가가줘야겠다 다짐해본다.

그들의 글 속에 담긴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은 나의 생각보다 깊고 강한 의지와 열정이 담겨있는 것 같아 나의 삶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든, 자신의 잘못이 아닌 부모의 잘못으로 연좌제처럼 억눌려 있을 아이들과 청년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나를 만나는 이들에게 어떤 모습이어야할지 많은 생각을 해 본다.

사랑하는 아이야!!
너는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사람이란다!
어깨를 펴고 당당히 너의 길을 가보렴~
때론 세상의 시선이 너의 발걸음을 주저하게 할지 모르나 그 모습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란다.
낯선 세상에 혼자인 듯 하지만 너를 위해 기도하고 응원하는 작은 촛불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렴...
너의 아픔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우산이 되어주고 싶은 어른이 있다는 것이 너의 눈물을 닦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밑걸음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남들이 세워 놓은 기준에 내 인생을 비교하지 않고 내 인생의 치열함, 책임감을 만들고 쌓아 나갔으면 좋겠다. 내가 어떤 꼬리표를 달고 있든,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든 간에 내가 믿고 나아가는 길을 치열하고 책임감 있게 열심히 사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메세지를 꼭 전달하고 싶다. - P54

한 번 나침반이 뒤틀렸다고 해서 인생이 끝난 것이 아니다. 잠시 동안 가야 할 곳을 헤매고 망설이더라도, 가끔은 느리고 게을러도 되지 않겠는가. 엇나가도 되고 나빠 보여도 되고 실수해도 괜찮다. 그것 또한 ‘나‘라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우리만의 나침반으로 인생이라는 항해를 할 것이다. - P55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수용자의 자녀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연민의 마음을 가져달라는 것도, 또 안타깝게 봐 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나 같은 수용자 자녀도 각기 다른 이유로 일상에서 가면을 쓰면 살아가고 있고, 우리는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 P80

고통의 점과 슬픔의 선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굳은살이 되어 당신을 묵묵히 응원하고 있다. 당신은 좋은 경험으로만 정의될 수 없다. 당신은 모든 경험의 총합이니까.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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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너머 사람 - 살고 싶은 사람을 삶과 연결하는 마지막 상담소
하상훈 지음 / 김영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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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이면 50주년이 되는 '사랑의전화' 의 하상훈원장님의 책이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잘 살아지지 않을 뿐] 책의 첫 문장, 프롤로그의 제목에서 '쿵'한다.

1. 발신자(사람들은 언제 벼랑끝에 내몰리는가)에서는 사랑의전화를 통해 받은 사연을 소개하며 나름의 이유로 삶을 포기하고자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전하고픈 메세지가 담겼다.

2. 수신자(우리가 서로의 생명의 전화가 될 수 있다면) 에서는 마지막 용기를 낸 이들과 마주하는 이들의 자세(적극적 경청, 공감, 존중과 무조건적 사랑)을 이야기 한다.

3. 남은자(단 한명도 자살해서는 안되는 이유) 에서는 자살예방의 필요성과 방법, 남은자들의 회복을 위한 마음이 담겼다.

처음엔 '사랑의전화'를 통한 사연들을 엮은 에세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순간 순간 흔들이는 모든 이들에게 살아내야하는 이유가 가득한, 사랑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상담사들의 필독서로 처음 상담을 하게되는 이들에게 지침서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더불어 상담이나 교육에 종사하는 이들이 아니더라도 흔들리는 이들과 또 그들과 연결된 모든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발신자이면서 수신자이면서 또 남은자 인 나는 한장 한장을 넘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한장 한장 속에 담긴 살아가야하는 이유와 수신자로 발신자와 남은자들을 위한 나의 역할을 다시 되새겨본다.

오늘 (누군가에게든) 안부를 물어야겠다.
잘 지내냐고~
밥은 먹었냐고~
그리고 나의 안부를 전해야겠다.
나는 잘 지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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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클 (반양장) -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34
최현진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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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대로 살 것이다. 찬란하게."
시리게 빛나는 계절을 지나는 모두를 위한 소설
- 띠지에 적힌 글

파아란 하늘, 눈부신 햇살, 하늘하늘 나리는 눈송이들, 어디론가 향하는 비행기, 이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 아이!
싱그러움이 가득 담긴, 하늘거리는 바람이 코끝은 살며시 터치하고 지나는 듯한 표지는 희망이 가득하다.

바쁜 아빠, 엄마의 빈자리에 할머니가 계셨지만, 남매의 호기심은 어쩔 수 없다. 한순간의 호기심은 가족이 좋아하는 것들을 빼앗고, 모두 실패한 삶을 살게 했다.
오해와 죄책감이 묘하게 맞물려 숨은 쉬지만 피폐한 하루하루를 살게 한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크리스마스의 기적!
한 끝 차이지만 누군가에겐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너게 하고, 누군가에겐 새로운 삶이 주어진다.

실수로 인한 화재, 화마가 쓸고간 건강, 가족들이 짊어져야하는 아픔, 불치병과 장기기증까지... 가슴 언저리가 진하게 눌려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주제에 수학적 개념(미지수, 루트, 경우의수, 가속도, 수평 등)이 더해져 무겁지만 청소년들의 삶이 반영되어 조금은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내용이었다.

책을 읽어가며 누군가의 아픔을 쉽게 공감한다고 할 수 없지만, 위로받는 듯한 시간이다.

청소년들과 수학적개념으로 접근하여 자존감, 관계의 방식, 진로에 대한 고민, 삶의 태도, 감사의 마음, 위로를 전하는 방식 등 많은 것들을 공유할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야하는 가족의 표현하지 못해 쌓여가는 오해와 그 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참 좋았다.
"죽다 살아난 년"에서 "죽다 살아났지 안간? 네 마음대로 살라"로 변해가는 가족공동체의 이해와 사랑, 사랑의 회복과 성장과정을 통해 나의 삶을 위로받고 응원하게 되는 책이다.

나도,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의 삶도 그랬으면 좋겠다. 찬란하게....

어떤 인간의 문제는 초속으로 풀리는데, 어떤 인간은 평생을 바쳐도 답을 구할 수 없다. 아마 나같은 인간일 것이다.
- P24

"지금처럼 틀에서 벗어나 생각해 봐. 그게 문제를 푸는 핵심이다" - P46

"다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것 같지 않나? 사실 모두가 그럴 시간 없이 꼭짓점을 향해서 올라가기만 하는 중이지. 그게 이 세계에서는 맞는 방법이다." - P112

"어디에 있는지보다 마음이 어디로 가는지가 더 중요하잖아." - P129

한 번 수평을 맞춘 후에는 쭉 직진만 하면 된다고. 중간에 구름이나 번개를 만날 수 있지만 그 때는 조종간의 중심을 잘 잡으면 기체는 덜 흔들린다고 했어. 사람들은 흔들리는 것을 굉장히 무서워하지만 중심을 잡으려면 흔들림은 필연적이래. - P161

아빠는 좋아하는 일에는 열정이 생기고 잘할 수 있는 일에는 냉정함이 생긴다고 했다. 둘 중 하나만 해도 프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일치하게 되면 그 분야 최고가 된다고 어릴 때 말해 주었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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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삼켜 버린 기독교
홍광수 지음 / 세움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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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대한 불만족과 환상적인 거짓 속에 머물며 자신의 삶을 허비하는 일을 버리고 이제 만국의 크리스천들이여, 일어나라! 그대들이 잃을 것은 스마트폰과 넷플릭스뿐이다. - 책 속 한 줄 230p

이 책은 넷플릭스에서 방영했던, 방영하는 영화나 드라마 속 기독교, 교회, 크리스찬의 이미지(인상)에 대한 언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도로써, 교회로써 이 사회에 나아가야할 방향까지 함께 고민하고 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각 주제별 [함께 생각해 봅시다] 코너였다. 잘 알지 못하는 영상들에 대한 낯설음으로 조금 답답할 때 [함께 생각해봅시다]를 통해 우리의 삶을 반영하고 있는 문제나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고민들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끊임없이 신체와 정신을 마사지하고 침입해 오는 특성을 가진 '메세지'(p26)인 미디어이기에 기독교의 진리와 복음이 통용되기 위해서는 기독교가 가진 언어를 미디어라는 언어로 번역해야한다.(p30)

다신적 세계관이 가득한 미디어에서 복음을 향한 열정과 진지한 태도는 존경받을 만한 것이고, 의미 있는 신앙의 실천이라(p114)는 문제의식을 던져준다.
대중의 눈에는 기독교가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서 눈을 감고 더 큰 권력과 기득권을 누리기 위해 노력하는 세속화된 욕망을 가진 집단이며, 크리스천들은 그런 욕망에 봉사하는 눈먼 희생양으로 여겨진다.(p125)  또한 대중매체 속 크리스천들의 모습이 뒤틀린 형태로 욕망에 충실하게 등장하고 있다면, 그것은 현재 기독교의 실제 모습이 욕망에 충실하기 때문(p179)임을 일깨워준다.
이러한 현실의 인식과 문제에 대해 믿는 우리는 반성하고 일어서야 한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세상을 향해 종말에 대해 진술하기를 멈추어서는 안 되고, 빛이 없는 세상에 빛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그 빛이 작을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장소를 비추는 일에 대해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종말론적인 공동체인 교회는 멈추지 않고 땅끝까지 전진해야 한다.(p234) 더불어 교회는 세상을 위한 교회이며, 세상을 향해 이야기하는 교회가 되어야한다. 따라서 교회는 이야기를 세속세계의 언어인 '미디어'로 그 형태를 재창조해야 할 의무가 있음(p252) 잊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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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회색이야
마틴 쇼이블레 지음, 이지혜 옮김 / 사계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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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사이로 쨍한 빛이 든다.
가끔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펴본다.
그러면 강렬한 햇빛이 눈이 부시다. 그럴 때 손을 펼쳐보면 손가락 사이로 한번 걸러진 햇살이 인사를 한다. 강렬했던 빛보다 부드러워진 모습으로...

비를 맞는다. 다행히 우산이 있다. 하지만 온통 회색이다. 숲도 나무도 심지어 비까지도... 온통 회색인 세상에 홀로 서 비를 맞는다. 그러나 그 세상에 우산이 있다. 다행이다... 아이는 우산 안에 있을까? 우산 밖에 있을까?

표지의 상반된 그림은 우울과 위기를 이야기 해 주는 걸까? 아니면 그럼에도 살아내야하는 우리를 이야기 해 주는걸까?

자폐스펙트럼 중 아스퍼거증후군이었던 파울... 그는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
그에게 들리던 목소리는 어쩌면 또다른 파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아팠으면,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으면~ 이라 치부하기엔 그 고통은 범접할 수 없음일 것이다.
노아를 통해 알게 된 파울의 시간은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일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꼭 자폐스펙트럼을 겪고 있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죽고싶다'는 마음을 한번쯤 생각해 보았던 청소년들이 어쩌면 늘 갖고 다니는 아픔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할 선택,
누군가는 살아있어주길 바라는 간절한 바램이 전해지지 못한 선택,
누군가는 막연히 알고 있었던 선택이지만 남겨진 이들이 감내해야하는 시간은 '아프다' '힘들다'라는 단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시간들이다.

파울 부모님의 말이 가슴을 후벼판다.
제가 바라는 건 정신질환이 남의 일이 아닌 내 문제가 될 수도 있음을 부모님들이 늘 의식하는 것입니다. (중략) 부디 선입견을 버리고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아이가 괜히 어리광을 부리거나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니라 부모에게 진실을 알리려 필사적으로 애쓰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진실 말입니다. 이는 엄청난 에너지가 드는 일입니다.(p334)

우리 아이에게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지금을 살아내는 아이들을 더 예민하게 더 깊이 사랑하며 바라봐야겠다.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만하다고.. 희망이 아주 없는게 아니라고...
한번 더 안아주고 한번 더 바라봐줘야겠다.
아픈 선택을 하지 않도록..
남겨진 이들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남겨진 이들이 더이상 아프지 않도록...

울컥 울컥 올라오는 감정들을 감당하기 힘든 그런 책이었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어른들이 꼭 한번 읽어보고 주변의 아이들에게 한번 더 희망을 전해주어야겠다. 우산이 되어주어야겠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너로하여금 희망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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