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회색이야
마틴 쇼이블레 지음, 이지혜 옮김 / 사계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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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사이로 쨍한 빛이 든다.
가끔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펴본다.
그러면 강렬한 햇빛이 눈이 부시다. 그럴 때 손을 펼쳐보면 손가락 사이로 한번 걸러진 햇살이 인사를 한다. 강렬했던 빛보다 부드러워진 모습으로...

비를 맞는다. 다행히 우산이 있다. 하지만 온통 회색이다. 숲도 나무도 심지어 비까지도... 온통 회색인 세상에 홀로 서 비를 맞는다. 그러나 그 세상에 우산이 있다. 다행이다... 아이는 우산 안에 있을까? 우산 밖에 있을까?

표지의 상반된 그림은 우울과 위기를 이야기 해 주는 걸까? 아니면 그럼에도 살아내야하는 우리를 이야기 해 주는걸까?

자폐스펙트럼 중 아스퍼거증후군이었던 파울... 그는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
그에게 들리던 목소리는 어쩌면 또다른 파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아팠으면,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으면~ 이라 치부하기엔 그 고통은 범접할 수 없음일 것이다.
노아를 통해 알게 된 파울의 시간은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일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꼭 자폐스펙트럼을 겪고 있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죽고싶다'는 마음을 한번쯤 생각해 보았던 청소년들이 어쩌면 늘 갖고 다니는 아픔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할 선택,
누군가는 살아있어주길 바라는 간절한 바램이 전해지지 못한 선택,
누군가는 막연히 알고 있었던 선택이지만 남겨진 이들이 감내해야하는 시간은 '아프다' '힘들다'라는 단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시간들이다.

파울 부모님의 말이 가슴을 후벼판다.
제가 바라는 건 정신질환이 남의 일이 아닌 내 문제가 될 수도 있음을 부모님들이 늘 의식하는 것입니다. (중략) 부디 선입견을 버리고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아이가 괜히 어리광을 부리거나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니라 부모에게 진실을 알리려 필사적으로 애쓰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진실 말입니다. 이는 엄청난 에너지가 드는 일입니다.(p334)

우리 아이에게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지금을 살아내는 아이들을 더 예민하게 더 깊이 사랑하며 바라봐야겠다.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만하다고.. 희망이 아주 없는게 아니라고...
한번 더 안아주고 한번 더 바라봐줘야겠다.
아픈 선택을 하지 않도록..
남겨진 이들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남겨진 이들이 더이상 아프지 않도록...

울컥 울컥 올라오는 감정들을 감당하기 힘든 그런 책이었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어른들이 꼭 한번 읽어보고 주변의 아이들에게 한번 더 희망을 전해주어야겠다. 우산이 되어주어야겠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너로하여금 희망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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