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 인류 역사를 진전시킨 신념과 용기의 외침
장 프랑수아 칸 지음, 이상빈 옮김 / 이마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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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 가려고 인사를 하는 내게 엄마는 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고 말씀하셨다. 선생님 말씀은 모두 참일 테니, 이의를 제기하거나 하지 말고 무조건 잘 듣는 것이 모범생의 기본이었다. 그런데 언젠가 책을 읽다 보니 유태인 엄마들은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께 질문을 많이 하라고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했다.
질문은 상대의 말을 전적으로 믿는 것이 아니라 의문을 제기하는 것일 수도 있고, 더 깊은 수준, 또는 또다른 면으로 진입하는 수단일 수도 있다. 수업 내용과 관계없어 보이는 질문을 하면 선생님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나 반항으로 여기는 우리와는 문화 자체가 다른 것이다. 발표와 토론 방식의 서양 교육과는 다르게 상명하달식의 주입식 교육인 우리에게 질문은 시간 낭비이자 헛수고일 때가 많았다. 어려서부터 'No'를 학습받지 못한 모범생이었던 나는 <인류 역사를 진전시킨 신념과 용기의 외침 No!> (2008, 장 프랑수아 칸 지음, 이마고 펴냄)을 읽고 수많은 'No'들의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역사학자인 장 프랑수아 칸은,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기자로 일했으며 1997년 시사주간지 <마리안느>를 창간해 지금까지 편집을 맡고 있다고 했다. 신자유주의, 나토의 세르비아 개입,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에 'No'를 선언해 왔단다. 2001년에 쓰여진 이 책의 원제는 <LES REBELLES>, 즉 반역자이다. 기존의 정세 또는 믿음에 반기를 든 이들, 그럼으로써 인류 역사를 진전시킨 신념과 용기들을 서양 역사를 중심으로 살펴 본다.

노예제도, 민족해방운동, 전쟁, 사형, 어린이 노동, 남성 권력, 봉건제도, 나폴레옹식 전체주의, 부르주아 독재, 식민지 전쟁, 단일 현실 등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노'가, 고대에서 현대까지 서사시처럼 이어진다.
'민족해방운동에 대한 '노''를 예로 들어 보면, 주인이 되기 위해 태어난 백인들, 백인들을 떠받들기 위해 태어난 지구의 나머지 사람들이라는 백인들의 뿌리깊은 이분법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는 백인의 식민지 지배가 이어졌다. 영국 의회의 식민지였던 북아메리카의 독립, 이탈리아의 분열에 맞선 주세페 마치니의 긴 투쟁, 가리발디의 투쟁, 쑨원의 중국 구원, 프랑스의 진압에 맞선 알제리 전쟁 등 제국주의와 자유를 위한 투쟁은 내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뒤에는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의 자유를 위해 투쟁한 나라들이 자유를 얻은 후에는 또다른 상대를 억압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있었다. 빅토르 위고와 강제노동, 디킨스와 농노 신분, 졸라와 부역, 루소와 이중의 유권자, 바이런과 민족문화의 말살, 볼테르와 징벌, 벤담과 땅의 몰수, 애덤 스미스와 폐쇄된 보호주의, 예수 그리스도와 무절제한 중상주의 등 '반신불수의 정신분열증'이 받아들여지는 데 대한 의문 제기도 있었다.

이 책에는 사회, 정치, 역사, 지리, 경제, 철학, 인종, 문화 등 많은 학문이 그물처럼 짜여 있고, 아주 구체적인 실제 사실들을 다루기 때문에 기반이 없는 내게는 많이 어려웠다. 그리고 메이저 신문에서 다루는 논설들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사실 해석 자체에 수긍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신문과 인터넷에서 다루는 목소리들이 모두 옳지 않을 수 있음을 알 때가 되었다. 정복자의 관점과 피정복자의 관점이 천양지차인 것, 의도된 은폐와 무지가 초래하는 것들은, 용기와 소신으로 '노'를 외친 이들의 투쟁을 통해 충분히 보고 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50% 이상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입체적이고 전방위적인 역사의 해석에 대해 감탄하며, 내 나름대로 뽑은 우리나라의 '노'를 들어 본다. 노동의 도구화에 반대한 전태일 열사의 '노', 민주주의의 억압에 반대한 광주민중들의 '노', 결과보다는 정치를 추구한 황우석 씨의 허위에 반대한 내부고발자의 '노', 국민보다는 체면과 권위를 앞세운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에 대한 '노'.
앞장서서 '노'를 외칠 자신은 없으나, 옳은 일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실행할 용기를 가질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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