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아, 평화를 믿어라 - 엄마의 전쟁 일기 33일, Reading Asia
림 하다드 지음, 박민희 옮김 / 아시아네트워크(asia network)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총을 든 어른 앞에 빨간 옷을 입은 아이가 뛰어가고 있다. 어른과 배경은 흑백 모노톤으로 처리되어 있으나 아이는 컬러로 생생해 보인다. 오른쪽 위를 향한 날카로운 총과는 무관하게 아이와 어른은 웃는 표정이다. 그래, 지금의 현실은 무장이 필요하지만 아이들은 언젠가 찾아올 평화를 믿어야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이야기하는 표지인 듯하다.
엊그제 중국이 티벳 망명정부의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외국인 관광객과 기자들이 모두 철수하거나 추방된 상태라서 라싸 시내의 상황은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광주민중항쟁과 비슷한 상태라고 한다. <아이들아, 평화를 믿어라>의 림 하다드가 처한 상황과도 비슷하다. 이제 책으로 들어가 보자. 

표지 속날개를 보면 저자인 림 하다드가 딸 야스민과 아들 알렉산더를 안고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1969년 레바논에서 태어나 베이루트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레바논 내전이라는 전쟁을 겪었다. 미국으로 떠났다가 내전이 끝난 후 다시 돌아와 기자로 일한다.
그런데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쟁이 일어나 레바논이 휩쓸리면서 33일간의 전쟁을 다시 겪는다. 이 전쟁에서 영국인 종군기자인 남편과 두 아이들을 모두 살리기 위하여 노심초사하는 림의 모습이 일지처럼 공개된다. 여기에는 폭격과 테러와 살해의 이야기가 있고, 그 와중에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들, 외부의 관심과 중재를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들, 무엇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들 등 다양한 생각들이 흘러간다.  

요즘 들어 갑자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편 읽게 되었다. 워낙 신문이나 언론에 관심을 두지 않고 살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주변의 아랍국들에 둘러싸여 스스로를 무장하며 어렵게 살고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을 알고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주변으로 끝없이 확장해 가면서 원래 터전을 잡고 있던 사람들을 엄청나게 압박하고 있었다.
이 책의 초반에 나오는 팔레스타인 난민 수용소에서 58년째 살고 있는 사람들이며, 끝없이 이어지는 침공과 학살은 무조건적인 복종과 분노의 구약 하나님을 떠오르게 한다. 이 상황은 아직도 팔레스타인에서, 레바논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더욱 무섭고 막막하다. 더구나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강대한 서방 세력들 때문에 공정함이나 관대함은 기대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1948년부터 시작된 이스라엘 인근의 역사는 참 복잡하다. 레바논의 역사를 알지 못해서 책의 내용을 따라가기 어렵다면, 책 뒤편에 나온 '옮긴이의 말'부터 읽고 책을 읽기 시작해도 좋을 듯하다.
내전과 전쟁으로 죽어간 많은 아이들을 땅에 묻으며, 이제는 세상 모든 아이들이, 특히 지금껏 많은 전쟁과 피해를 겪은 이슬람 아이들이 평화와 희망을 믿을 수 있기를,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국의 한 어머니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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