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를 삭제할까요? 도넛문고 10
김지숙 지음 / 다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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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이를삭제할까요 #김지숙소설 #다른출판사 #미스터리가제본 #다른미스터리서평단 #파란나라의비밀 #서평단 #서평 #책추천

이럴 줄 알았다. 이렇게 이야기가 끊기면 어쩌란 말이냐! 그래서, 결국 그 암호는 무엇이고, 이제 파랑이는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하게 되는 건데? 이 파란 나라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또 파랑이와 남은 아이들에겐 또 어떤 일들이 앞에 놓이게 된다는 걸까.

방법은, 상상을 해보는 수밖에.
우선, 제목은 '이 아이를 삭제할까요?'일 것 같다.(상상이 맞았다!) 마을 위원장의 결정에 따라 지금까지 많은 아이들이 삭제되었다. 우령이가 삭제되었고 우주도 삭제될 것이었다. 문제는, 이 삭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된다는 거냐에 있다. 지금까지 다른 마을로 이사하고 전학을 간 아이들은 모두 삭제되었을 것이다. 진짜 이사를 갔을까, 전학을 가서 다른 마을 다른 학교에 있을까. 헌데, 이주의 단어가 아니라 삭제의 단어를 썼다. 보통, 지울 때 쓰는 말. 온라인 상황에서라면 'Delete' 키를 누르면 되는 상황이 삭제다. 그렇다면, 어쩌면 이 '파란 나라'는 사실 현실 공간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알고보면 이 마을에 살고 있는 부모들은 원래 자신이 살고 있는 다른 현실 공간에 존재하며 다만 아이들을 이상적으로 키우려고 이 가상 공간을 만들고, 현실에서의 아이들은 잠재우고 가상 공간에서만 살아가도록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른들만이 들어가는 '그 방'은 그런 현실과 가상의 공간을 이어주는 장치가 되고...
그리고, 마지막 '암호의 비밀' 다음이 '진실의 날'이다. 파랑이는 분명 암호를 해석했을 것이고, 이 파란 나라의 진실을 밝혔을 것이다. 암호 내용에 있는 '엄마'와 관련된 이야기는 분명 교장선생님을 포함한 이 마을의 엄마들에게 그 비밀의 단서가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하게 되고, 이런 엄마들의 비밀을 파랑이 알게 되면서 아이들과 힘을 합쳐 지금의 파란 나라의 비밀도 풀고, 잊었던 기억들도 되찾게 되고, 삭제되었던 친구들도 다시 만나게 될 것 같다. 우령이, 우주와 다시 만나게 되는 파랑이의 모습을 기대해보게 된다.

꿈과 사랑이 가득한
천사들이 사는 나라
맑은 강물이 흐르는
울타리가 없는 나라

동화책 속에 있고 텔레비전에 있고
아빠의 꿈에 엄마의 눈 속에 언제나 있는 나라
아무리 봐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
누구나 한번 가 보고 싶어서 생각만 하는 나라(117쪽)

파란 나라 노래의 가사를 다시 읽어 보면, '파란 나라'는 어디에도 없는 나라다. 환상의 공간이고 아빠의 꿈과 엄마의 눈으로 만든 나라이고, 가 보고 싶지만 누구나 쉽게 갈 수도 없다. 그러니, 이 파란 나라는 어디에도 없는 나라가 맞다. 운영자의 설정에 의해 여러 조절들이 가능한 공간.

어른들의 착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은, 특히 부모들은 자신의 자식을 자신의 뜻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치 자신의 분신 혹은 소유물처럼, 아이의 성장과 생각과 행동을 자신이 조절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개입하고 간섭하고 또 바꾸려고 드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에 대해 부모가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는 하나의 독립된 개체이며 자기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제 생각과 행동을 이끌 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외부의 힘에 자신을 스스로 지키기 위한 힘 또한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대단한 존재인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파랑이가 또 우주가 자신이 극복해내야 할 문제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를 보면서.

그런 의미에서,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이 아이들이 파란 나라의 작은 세계를 깨고 더 큰 세계로 나가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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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좋다는 말에 가려진 것들 - 폐 끼치는 게 두려운 사람을 위한 자기 허용 심리학
이지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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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좋다는말에가려진것들 #이지안 #한겨레출판 #하니포터9기 #서평단 #서평 #책추천

다 내 얘기인 줄 알았다. 한 장 한 장 읽으며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관찰해서 쓴 글 같았다. 내가 이렇게 살고 있었구나, 싶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안심도 됐다. 이 정도라면, 나와 같은 사람들이 세상에 무척 많다는 것일 테니까. 어쩌면 이런 마음과 생각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을 것이고, 그렇다면 오히려 이런 마음이 더 일반적인 거라고 우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런 마음이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헌데, 이렇게 괜찮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라는 걸 책에서 읽었다. 읽었으면서도 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나를 생각하며 혼자 웃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구나. 책에서 방법을 알려줬다고 해서 당장에 이랬던 사람이 저렇게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아마 이 책의 저자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책을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이런 모습을 이해해주는 것 같아서, 이해받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럴 수 있다는, 우리가 다 그런 사람들이라는 공감의 메시지로 읽혀 책 속에 빠져들 수 있었다.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마음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 몸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감정을 느낄만한 상황이 아니라서, 그런 감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틀어막지 않으면 좋겠다.(27쪽)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화가 나지 않으면 상대가 우리를 계속 함부로 대하도록 두게 될 수 있다. 무심결에 끓어오른 냄비 손잡이를 잡았을 때 강렬한 통증을 느낄 수 있어야 곧바로 손을 뗄 수 있다. 그래야 피부가 보호되는 것처럼, 우리 마음 역시 누군가의 심리적 침범에 분노라는 통증을 느껴야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다.(39쪽)
숨은 무용한 시간이 아니라, 산만하게 흩어졌던 마음을 모으고 재정비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이 시간을 통해 내면을 성찰하고 과거의 경험에서 배우고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184쪽)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딱하다. 자기 눈에 부족하고 창피해 보이는 부분은 스스로에게조차 감추려고 한다. 그리고 자기에게는 그런 면이 아예 없는 것처럼 무시하며 지낸다. 그러나 이는 마치 호주머니 속에 날카로운 송곳이 있는데 없다고 부인하는 것과 같아서, 언제든 자신이나 가까이 다가오는 타인이 찔리게 마련이다. 당장 송곳을 빼낼 순 없다 하더라도 송곳을 존재를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265쪽)
공명의 경험은 전염이 된다. 누군가가 내 마음 속 일렁이는 우물을 가만가만 들여다봐 주고 길어 올려줬을 때 안도했던 경험은 몸 어딘가에 각인되어 있다. 그리하여 나 역시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내가 경험했던 눈길로 바라봐 주고 또 공명하려는 태도로 고쳐 앉게 만든다. 그 선순환의 고리를 따라갈수록 공명의 파장은 더 깊고 더 넓어질 것이다.(361쪽)

끝도 없이 책의 귀퉁이를 접고 글을 옮겨 적을 수 있다. 모든 마음이 다 내 마음과 닮아있어서,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소중한 공감이고 위로이며 조언이었다. 가만히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나의 생각과 행동과 태도를 대입하여 그 다음 어떤 마음이 되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하게 됐다. 이게 이 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읽더라도 자신의 이야기와 같이 내용을 흡수하고 자신에게 투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절대, 잘못된 생각이니 고치라고 다그치지 않았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토닥여주는 느낌이었다. 자연스레 내가 나를 들여다보게 다시 나를 찾을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는 책.

지시적 마음책김, 내사, 감정지도, 참자기, 의식의 흐름 글쓰기,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진실한 공감자, 자기자비, 삶에 틈입할 기회, 정향반사

몇 가지 꼭 기억해둬야지 싶은 말들이다. 그리고, 이 중 세 페이지 글쓰기는 당장 해봐야겠다. 과연 나는 나의 감정에 거짓없이 솔직한 수 있는지, 그런 솔직한 속에서는 어떤 말과 생각들이 쏟아져 나올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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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한 V양 사건 초단편 그림소설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고정순 그림, 홍한별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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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한V양사건 #초단편그림소설 #버지니아울프X고정순 #버지니아울프_글 #고정순_그림 #홍한별_옮김 #아름드리미디어 #길벗어린이 #서평단 #서평 #책추천


책장을 펼치자 연달아 나오는 고정순 작가의 그림이 인상적이어서 그 페이지들에 시선을 멈추고 한참을 들여다봤다. 마치 얼굴이 일그러져 보이는 듯도 한, 혹은 검은 그림자를 한껏 뒤집어 쓰고 있는 듯도 한 한 여인으로부터 어둡고 혹은 밝고 또는 고요하고 내지는 복잡한 듯한, 그늘진 느낌을 주었다. 괜히 마음이 심난해진다고나 할까. 이런 느낌을 뭐라고 정의내려야할까, 알 수 없는 오묘한 기분으로 드디어 글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군중 속에서 혼자라고 느끼는 것만큼 쓸쓸한 일은 없다고들 말한다. 이런 주제가 소설에도 종종 나오는데 역력한 비애감을 담곤 한다.(...) 이들과 비슷한 자매를 누구나 바로 여남은 명은 술술 읊을 수 있을 것이다.(17쪽)

아, 군중 속의 고독. 아무도 없어 외로운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어 더 외롭다는 것을 모르지 않기에, 이 이야기는 시작부터 우울감을 가득 안고 있었다. 처음은 가볍게 시작할 수도 있으려만, 강한 무게감을 끌어안고 시작하는 느낌이었고, 나도 이런 이들을 몇 명 이야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여전히, 아직도. 그리고 어쩌면, 이들에 나도 포함일 수도.

지금 의자를 쳐서 바닥에 쓰러뜨려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러면 적어도 아래층 사람은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알겠지.(22쪽)

누군가의 시선과 의식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적당한 선에서의 수준이겠지.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이 있다면, 이 V양을 소개시켜주고 싶다. 그 방법을 매우 잘 알고 있는 V양일 테니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가벼워지고 투명해지고, 얼마나 더 잘 사라질 수 있는지를 알려줄 것이다. 물론, 매우 슬프고도 우울하게.

사라진 것이 그 사람임을 알았다고 과장해서 말하지는 않겠다. 그렇지만 '무언가'라고 말하는 데는 조금도 거짓이 없다.(32쪽)

그러니까. 어느 누구에게도 순간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존재'도 아니었을 것이며, 그저 '무언가' 정도의 아주 희미하고도 사소함만을, 그것도 겨우 갖고 있었을 것이다. 어느 적 단 한 순간도 단박에 '누구' 하고 떠올릴 수 있는 부류에는 평생 한번도 들지 못했을 것이 뻔하고, 그저 언제라도 그랬던 것처럼 그저 그렇게, 집 안에, 숨죽인 채, 조용히, 아주 작은 움직임도 만들지 못한 채, 그렇게 평생을 지냈을 것이다. 그렇게 지내고 난 후, 과연 가장 최후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떤 기분과 어떤 생각으로 가장 마지막의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얼마나 이상하고 재미있고 미친 생각이었던가! 그림자를 쫓아가서 어디에 사는지 보고, 만약 살아있다면 그 그림자가 우리와 같은 사람이기라도 한 양 말을 걸다니!(39쪽)

가만히 생각해보게 된다. V양과 같은 처지의 내가, 마치 가구처럼, 거실 한 가운데의 의자처럼 덩그러니 놓여 있는 어느 날, 누군가로부터의 방문을 받고 그자가 건네는 말을 듣는다면 과연, 현실감이 있기는 할까. 기쁠까, 행복할까, 혹은 그런 나도 덩달아 이상할까. 이런 상상마저도 미친 짓이라고 혼자 속으로만 웅얼거리다 꼼짝도 못한 채 집 안에서 더 안으로, 구석으로 벽으로 스며 들어가버리고 마는 것은 아닐까.

내가 그 이름을 부른 바로 그 순간이었다.(42쪽)

어쩌면 유일할 수도 있었던, 누군가에게 이름이 불려진 바로 그 순간이었을 텐데, 모든 게 사라지는 순간에라도 이름이 불렸다면, 마음에 조금은 위로가 될 수는 있을까. 이제 그만, 그 집에서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덧-
<부록> 이름이 되어_고정순

나는 '여자애들'의 흔적을 접착제의 역한 내음으로 지웠다. 사측 사람의 말속에 어떤 비하의 의도가 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 그가 그들을 뭉뚱그려 부른 '여자애들'이라는 이름에는 그들을 향한 관심이 삭제되어 있을 뿐이다.(54쪽)

누군가에게는 관심조차 둘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름도 없이 뭉뚱그려도 충분한 이들의 존재였을 수 있다. 하지만, '송민아', '박수영', 그리고 또 다른 이름, 그리고 그 이름들의 얼굴들은 관심 밖에서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을 상상했다.(...) 나와 같은 공간에서 불리고 불렀을 이름들을.(55-6쪽)

그리고 본 적 없어도 그들의 이름을 불러보고, 그들의 얼굴을 상상하며, 여기에 머물렀고 또 어딘가에 머물고 있을 누군가를, 이상하게도 생각한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름을 불러주는 그 순간, 그들에게도 이상하게 누군가의 방문을 받거나 혹은 건네는 질문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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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 둘만 모여도 의견이 갈리는 현대사 쟁점
박태균 지음 / 창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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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이슈한국사 #박태균 #창비 #서평단 #서평 #책추천

'쟁점'은 '서로 다투는 중심이 되는 점'으로, '이슈'와 비슷한 단어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꼭지들은 역사적으로 자주 다루게 될 수밖에 없는 문제의 지점이라 봐도 좋을 것 같다. 처음 '책머리에' 부분을 읽으면서는 놀랐다. 뭐, 수능에서 한국사가 필수가 될 예정이라고? 이게 언제부터 있었던 일인데, 하며 이 책의 출판연도를 확인했다. 아, 2015년 초판의 책이었다. 그러면 인정. 10여 년 전이라면, 우리 역사에 대한 인식이 다소 부족해 의무적으로 한국사를 공부하도록 만들 법한 시절이긴 했다. 시험을 치뤄야하는 아이들에게는 부담이었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더 없을 것이기에, 한국사 시험의 의무 응시는 환영할 만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차례를 훑어보니, 우리가 자주 이야기하는 지점이 맞았다. 식민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문제의 지점들을 다루고 있었다. 일제강점기로부터 비롯된, 일본과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과거사 망언 문제나 독도 문제, 식민지 근대화 문제. 625 전쟁으로 인한 분단, 정전협정, 그리고 햇볕정책까지. 그 안에서 미국과의 관계와 베트남전쟁,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향한 과정 등. 1900년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우리 현대사에서 다루어볼만한 주제가 쟁점별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어렵지 않았다. 다만 좀 답답하긴 했다. 역사라는 것이 각 부분별로 무언가의 답을 우리에게 제공해주는 것은 아니고, 또한 역사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지침으로 삼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면, 꼭 이 책에서 속 시원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미 이 책에 쓰인 지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왜 이 문제들은 현재까지도 여전한 쟁점의 부분인 것일까에, 답답함을 느꼈다.
특히 우리나라의 역사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로 인한 것보다는 다른 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굴곡이 크다는 생각을 한다. 늘 외침에 따른 전쟁 속에 사람들은 힘든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고, 강대국이라고 하는 나라에 약소국으로서 휘둘리며 끌려다녔던 것도 우리가 갖고 있는 역사의 한 부분일 것이다. 문제는 과거에 우리의 힘이 약했을 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현재는 그 정도의 힘은 갖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여전히 이 문제들에서 우리가 주체적인 힘과 주도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아쉬운 것이다. 식민지 문제만 하더라도, 이미 올해로 광복 79주년이 되었음에도 아직도 일본과의 관계는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되기도 한다. 물론 미국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여전히 미국의 강한 힘이 우리는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도 이제 어느 정도의 경제 성장을 통해 오히려 개발도상국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위치와 역할을 분명히 할 필요도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불안하기만 한 듯 보이기도 한다.
분명, 우리가 역사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미래를 논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런 면에서라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쟁점을 지금 현재, 다시 볼 의미는 충분하다고 본다. 여전히 진행 중인 우리 사회의 문제, 특히 다른 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과거를 통해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유의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광복절을 지났다. 뭔가 차분하게 우리의 광복절을 기릴 수 있있다기 보단, 어수선하고 들썩이는 분위기가 더 주가 되었던 광복절이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분명해야한다. 이것이 어느 누구 혹은 어느 시기에 가볍게 바뀌고 달라지면 안 되는 것이다. 한 나라의 역사는 개인의 역사가 아니다. 국가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것이 우리가 방관하지 말아야 하는, 우리의 역사와 사회, 그리고 미래에 관심을 기울여야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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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짜리입니까
6411의 목소리 지음, 노회찬재단 기획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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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얼마짜리입니까 #6411의목소리 #창비 #서평단 #서평 #책추천

얼마짜리, 라고 말하는 순간 돈의 개념으로 '나'의 존재를 계산하게 된다. 세상에서 나의 존재를 돈의 액수로 평가받아야 한다면, 그렇다면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까. 혹은 적은 돈을 받는 일은 그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말이 되는 걸까. 무엇이든 돈으로 환산하여 평가하게 되는 순간, 심한 상대적 박탈감과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숫자라는 것이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정확한 계산, 딱 떨어지는 숫자 안에서 크고 작음에 따른 비교가 가능해진다는 것. 뚜렷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다른 숫자와의 상대적인 비교를 하고 또 당할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이 돈의 문제라면 더욱 그래진다는 것이, 씁쓸하다.
일, 노동이라는 말을 우린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나의 일과 타인의 노동을 구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람을 부린다는 것, 혹은 고용한다는 것은 노동력만을 취하겠다는 뜻이 아닌, 그런 노동을 하는 사람까지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을, 상식으로 여기는 사회가 되기에 우리 사회는 아직도 너무 먼 것인지.

그래서 나 이 말 꼭 하고 싶어요. 나, '메이드 인 베트남' 아니에요. 나는 '나'예요. 공짜로 돌릴 수 있는 기계 아니에요.(...) 그래서 우리, 잘 살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내 하루가, 내 삶이 '있는 그대로', 당신하고 똑같이 '잘 살고 싶은 사람'으로 대우받길 바라요.(126쪽)
나는 요즘 국회 앞 천막농성장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이 생활이 8년 째다. 하지만, 우리는 그리고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노동삼권이 온전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싸울 것이다. 내가 일하던 일터로 다시 돌아갈 때까지.(240쪽)

온전하게 한 사람으로서 인정받으려는 욕구는 모두가 동일하게 갖고 있는 마음일 것이다. 자기효능감이라는 것이 결국은 다른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제대로 한 사람의 몫을 다 하고 있다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이것이 기본적으로 갖춰졌을 때 자신을 자기가 결정할 수 있게 된다. 헌데 우리 사회는 타인의 효능감을 깎아내리고 그 자리에 자신의 이익을 집어넣는다. 이 책에 담긴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결코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하는 데에 있지 않았다. 온전히 자신이 받았어야 하는 인정과 존중을 받지 못한, 지극히 당연한 것을 요구하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과 힘을 쏟고 있었다.

사실, 지금 나는 끌어오르는 화를 참아가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온통 화가 나는 일들 투성이의 이 사회에 화가 나고, 온전히 제 몫의 당연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상황에 화가 난다. 웬만하면 살면서 화를 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요즘 들어 화가 나는 몇 지점들이 있는데, 이 책의 이야기들이 그런 지점들 중 하나이다. 흔히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면 좋겠다는 말을 종종 쓰게 되는데, 온통 상식이라고는 없는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화가 안 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최종의 방식이 죽음이며, 이런 죽음 앞에서도 뻔뻔스러운 사회의 태도가 혐오스럽기도 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노동하지 않고 살아가는 일생은 없다. 우리는 누구나 노동자다.' 양회동 열사 추모집회에서 그의 죽음에 관심을 호소하던 한 학생의 말입니다.(332-3쪽)

우린 모두 노동자다. 저 말에 동의한다. 어떤 것도 노동 없이 이 세상이 유지될 수 없다. 그 노동에 좋고 나쁨이나 가치가 있고 없음의 기준이란 없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는 너무 고전적인 명언이 있듯이, 어떤 노동도 그 노동의 의미를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자칫 이 책을 읽기 전, 그렇다면 나는 얼마짜리일지에 대해 생각해볼 뻔했다. 이 사회의 논리에 아무 생각 없이 끌려갈 뻔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나의 노동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돈으로 판단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겨우 화를 누르고 도달한 결론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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